브랜드 희생 전가에 지역사회만 앞세워선 안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한국의 대표 자동차 박람회로 통하는 '부산모터쇼'가 오는 28일 공식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자동차 팬이라면 다양한 브랜드의 신차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번 행사를 놓칠 수 없을겁니다. 부산모터쇼는 공식 명칭도 미래차 전환 흐름에 발맞춰 '부산모빌리티쇼'로 바꾸고, 새 출발에 나섰다네요. 이번 행사에선 기아 EV3와 르노 중형 하이브리드 SUV 신차 등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기대를 높입니다.
하지만 부산모빌리티쇼는 시작도 전에 흥행 실패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자동차 브랜드들의 저조한 참가율 때문인데요. 국내 완성차중에선 현대차그룹과 르노코리아만이 참가를 결정지었고, 수입차업체에선 BMW그룹 코리아가 유일하게 참가키로 했다네요.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단 3곳밖에 없네요. 내로라할만한 신차도 앞에 열거한 모델이 전부고요.
물론 현대차그룹내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가 있고요. BMW그룹 코리아엔 △BMW △미니(MINI)가 행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부산에 생산공장을 갖춘 지역 연고 브랜드인 르노코리아까지 더하면 최소 6곳의 완성차 전시 부스는 만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같은 참가 브랜드수 저조는 예전부터 모터쇼가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로 지목돼왔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해외 유수 모터쇼들조차 겪는 공통적인 문제이기에 생존을 위한 대안 및 차별화 방안 모색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과연 있었을까요. 최근 세계 5대 모터쇼중 하나로 꼽혀 온 제네바 모터쇼가 119년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그 답으로 갈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극적 콘텐츠의 홍수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단순 실차를 눈으로만 본다는 것은 흥미롭지 않을뿐더러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이러니 브랜드 입장에선 오죽할까요. 한숨이 나옵니다. 참가비 및 부스 설치와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적게는 몇 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써야하니 말이죠. 모터쇼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상황에서 마냥 희생하란 식으로 참여를 강권하기도 힘든 노릇입니다. 차라리 해당 비용을 다른 채널이나 사회활동에 투입하는 게 적절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지금이라도 뾰족한 답을 찾아보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모빌리티쇼로 이름만 바꿨다고 해서 행사 틀이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이리저리 따지다보면 답을 찾기란 더 어렵습니다. 모터쇼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규모와 위상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면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맞지 않을까요.
누구를 위한 모터쇼인지도 냉철히 생각해볼 때입니다. 모터쇼 개최 직전마다 지역의원들이 나서 자동차 브랜드들에 연락해 왜 참여하지 않는지를 따진다는 얘기를 종종 들은 바 있습니다. 모터쇼 개최가 지역사회에 부수적 이익과 효과를 안겨줄 순 있어도 관람객이 아닌 지역사회를 위한 모터쇼 개최면 그 시작점부터 잘못됐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정 답이 없다면 지역축제로 육성해나가면 그만입니다. 여주 도자기축제, 구례 산수유축제 등과 같이 '부산 모빌리티축제' 이런 식으로요. 참가를 원하는 유망 모빌리티 업체와 지역 판매점들의 활로를 모색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주는 장으로 말입니다. 이권을 내려놓고 서울 모빌리티쇼와 부산 모빌리티쇼, 전기차 박람회 등을 하나로 병합해 대규모 'K-모빌리티쇼'로 꾸려가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행사 개최전 김빠지는 말만 늘어놨다면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자동차전문기자로 활동하며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 자동차산업과 관련 저변이 더 넓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중 한명입니다. 물론 이번 부산모빌리티쇼 현장에도 직접 나가 있을 것이며, 무사히 성료되기를 끝까지 응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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