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9일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가 아닌 ‘별개의 국가관계’로 규정하는 소위 ‘2국가론’을 수용하자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그는 “기념사라기보다는 도발적인 발제에 가깝다. 많은 토론이 이어지길 바란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전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과거 전대협 의장 출신이자 열린우리당 의원으로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추진, 20대 총선 서울 은평을 출마 선언 때는 “은평을을 통일의 전진기지로 발전시키겠다”, 2019년 11월 비서실장을 그만두면서는 “통일 운동에 매진하겠다”고 말한 임 전 실장의 입장이 바뀐 것과 관련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비서실장 퇴임 이후 재기의 발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유권자층의 변화를 감지한 외연 확장의 정치적 수라는 분석이다. 실제 ‘2030세대’에서 과거보다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 2023년에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 통일의식조사’에서 19~29세 응답자 중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28.2%,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41.2%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본인이 고수하던 대북관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동수 정치평론가는 2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유권자들의 변화에 맞춰 본인의 사고를 유연하게 한 것”이라며 “요즘 시대 통일만 고집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같은 날 행사에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기존 평화·통일 담론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는데 임 전 실장이 같은 기류의 주장을 한 것도 정치적 재기 모색의 방안 중 하나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동수 평론가는 “두 사람이 어느 정도 남북 관계 해법에 대해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크기에 현 상황에서 자신의 철학과 맞는 최선의 수를 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첫해부터 북한에 독자제재를 가할 정도로 강경한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임 전 실장은 현재 상황에서 남북통일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북한이 언급한 ‘1국가 2체제’에 동조해 나온 주장이라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같은 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임종석 전 실장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충격적으로 절망하고 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틈만 나면 북한을 이스라엘의 네타냐후처럼 자기 정권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려는데 임 전 실장 입장에선 현 정권의 이익을 위해 활용할 바에는 독자적 국가로 나서는게 낫겠다는 결론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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