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 적용 방식, 금융적 이익 취할 수 있어 근로자에 불리”
“퇴사나 이직 시 발생하는 불이익…법적으로 큰 문제 없어”
한진 “노조 협의에 따른 임금 소급 적용…불법은 아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수연 기자]
(주)한진의 임금 지급 방식이 법적 논란 중심에 서 있다. 직원들은 매월 지급돼야 할 임금이 연말에 소급 적용되는 구조가 사실상 임금 체불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이러한 지급 방식이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진의 임금 지급 방식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전액불 원칙’을 위배할 가능성이 있다. 매달 지급해야 할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고, 연말에 한꺼번에 소급 적용하는 방식이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정원석 노무법인 원 공인노무사는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매월 지급돼야 하는 급여’로 규정한 임금이라면 그 지급 시기를 넘기게 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전액불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매월 지급’돼야 하는 급여인지는 관련 규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명절 상여금이나 분기별, 6개월마다 지급되는 급여처럼 지급 주기가 한 달을 넘는 일이 있어 이러한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법조계 전문가도 후불 지급 방식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A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임금의 일부라도 지급되지 않고 나중에 한꺼번에 준다면 이는 임금 체불에 해당한다”며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후불로 지급될 수 없다는 원칙이 있지만, 이 원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를 들어, 매달 150만 원을 받아야 하는 데 100만 원씩만 받다가 나머지 50만 원을 10개월 후에, 한꺼번에 받는 경우, 이를 임금의 후불 지급으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된다”며 “일부라도 매달 지급됐기 때문에 후불 지급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미지급된 임금을 나중에 지급한 것으로 해석하면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한진의 소급 적용 방식이 일반적인 임금 지급 방식과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해당 방식이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B 법무법인 변호사는 “회사가 임금을 한 번에 지급하는 동안 그 자금을 운용해 금융적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10개월 동안 지급해야 할 100만 원을 10개월 후, 한 번에 지급하면, 그동안 회사는 자금을 굴려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이러한 방식은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진의 소급 적용 방식이 퇴직이나 이직 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법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세정 노무법인 돌꽃 공인노무사는 “이직이나 퇴사 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2024년 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으므로 이전 연봉을 기준으로 임금이 적용될 것이며, 체감상 불이익이 있을 수는 있으나 법적으로는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한진의 임금 지급 방식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자들의 불만이 지속되는 가운데,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에 대한 명확한 법적 판단이 필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한진 관계자는 “한진노동조합과 협의해 합의된 임금 인상률을 고려해 전 직원에게 소급 적용된다고 설명했다”며 “노동조합이 조직된 회사에서는 노사 합의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금 인상 수준을 결정할 수 없으므로 이 방식이 불법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한편, 한진 회계연도는 당해 4월부터 다음 연도 3월까지를 기준으로 한다. 진급과 연봉 상승 발표는 4월에 이뤄진다. 문제는 연봉 상승분이 즉시 반영되지 않고 11월이 돼야 소급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임직원들은 4월부터 10월까지 전년도 기준으로 급여를 받고, 11월에야 해당 기간의 임금 상승분을 일괄적으로 받는 구조다.
2024년 말이 다가오는 시점에서도 직원들은 여전히 2023년 계약에 따른 급여를 받는 상황이다. 직원들은 이러한 임금 체불 상황이 명백히 부당하며, 후지급 체계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나 관련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연봉계약서에는 후지급 방식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었으며, ‘본 계약서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근로기준법 및 취업규칙에 따른다’는 문구만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취업규칙에는 연봉제를 적용받는 직원과 조사역에 대한 별도의 급여 체계만 명시돼 있을 뿐, 실제 지급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도 부재한 상태다.
좌우명 : Hakuna mat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