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먼저…50% 중장기 달성
KB금융, CET1 연계형 주주환원정책 국내 금융지주 첫 도입
막차 탄 하나금융, 주가는 하락…밸류업 기대감 선반영 영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하나금융그룹을 마지막으로 4대 금융지주가 모두 밸류업(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를 마쳤습니다. 금융지주 모두 올 3분기 호실적을 거두면서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위한 기반을 다진 모양새입니다.
이들 금융지주의 밸류업 계획을 보면 총주주환원율 확대 목표치로 50%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기순이익 절반을 배당금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활용해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는 말입니다. 물론 당장 순이익 절반을 떼내 주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건 아닙니다. M&A에 필요한 재원 확보도 필요하고 부동산PF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여력도 있어야 하니까요.
그럼 언제까지 총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는 걸까요. ‘언제까지’라고 딱 못을 박은 금융지주는 2곳,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입니다. 두 금융지주 모두 2027년까지를 목표달성 시기로 내세웠죠.
반면 우리금융은 구체적인 시기를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중장기’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습니다. 우리금융이 총주주환원율 50% 달성 시기를 구체적으로 내세우지 못한 까닭은 현재 진핸중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출범 및 동양생명·ABL생명 통합 인수를 추진하면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기존 우리종금과 포스증권 합병을 통해 출범한 증권사로 조직 안정화 및 영업 강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동양생명 통합 인수는 규모면에서 합격이지만 금융당국 인가와 시장 안착이라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의 주주환원정책 목표인 총주주환원율 50%는 사업 포트폴리오 풀 라인업 구축 및 비은행 사업부문 경쟁력 강화를 전제로 달고 있죠.
KB금융도 우리금융과 마찬가지로 총주주환원율 50% 달성 시기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우리금융 같은 이유 때문은 아닙니다. 애시당초 KB금융의 밸류업 방향은 총주주환원율 개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KB금융과 타 금융지주 밸류업의 차별화 지점이기도 하죠. KB금융은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기준으로 일정 기준 초과치를 주주에 환원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같은 CET1비율 연계 주주환원정책은 일부 선진국 금융기관이 도입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JP모건 등이 있습니다.
KB금융 밸류업 공시에 따르면 연말 13%초과 자본은 다음연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자본은 당해 하반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추가적으로 환원하게 되죠.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주환원을 위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금융그룹의 발표는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 보입니다. 실제로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KB금융의 주가는 밸류업 공시 전보다 오른 상황입니다.
가장 먼저 밸류업 공시를 한 우리금융 주가는 29일 종가 기준 1만6160원으로 공시 전(7월25일) 주가 1만4530원보다 1630원 올랐습니다.
신한금융 주가는 5만6700원으로 공시 전(7월25일) 주가 5만4500원보다 2200원 올랐으며 KB금융 주가는 9만5500원으로 발표 전 9만3200원보다 2300원 올랐습니다. 이들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공시 직후 급등했다가 상승분 일부를 점차 반납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다만 하나금융의 경우 타 금융지주와 달리 밸류업 공시 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나금융 주가는 밸류업 계획 발표 전인 29일 6만5000원으로 마감했지만 30일 현재(오후 3시 기준) 6만2400원으로 오히려 주가가 2400원, 3.69% 하락했습니다.
기업가치제고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늦게 공시를 했지만 총주주환원율 50% 등 타금융지주의 밸류업 계획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내용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딱 기대했던 수준의 밸류업 계획이었기에 추가적으로 주가 상승을 불러오긴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KB금융 밸류업 계획을 양종희 회장이 직접 맡아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밸류업 계획이 사실상 중장기 이상의 로드맵이라는 점에서 단기간 주가 등락이 밸류업 계획의 성패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이제 막 주주환원 보따리를 풀 준비를 마친 이들 금융지주들이 향후 로드맵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해 나가는 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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