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대응할 용병 낙점
글로벌 시장 판매 확대에 주력할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제은 기자]
현대자동차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CEO를 선임했다. 북미법인 COO를 맡았던 호세 무뇨스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의선 회장이 줄곧 강조해 온 ‘능력주의’ 인사 기조가 적극 반영됐단 평가다. 자동차 딜러에서 글로벌 판매통으로, 이어 글로벌 브랜드 CEO 자리까지 꿰찬 무뇨스 사장이 트럼프 2.0 시대를 맞이해 어떠한 경영 방향성을 내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5일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을 현대차 대표이사(CEO)로 승진, 임명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 따라 무뇨스 사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회사 대표이사 명함을 들고 공식 업무에 돌입하게 된다. 그는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권역담당으로 합류한 이래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으로 실적 증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뇨스 사장의 대표이사 승진이 눈길을 끄는 것은 완전한 순혈주의 타파와 함께 첫 외국인 CEO 임명이라서다. 현대차가 해외법인에서 외국인 부서장 및 임원을 고용한 선례는 있었지만, 한국법인 최고경영자 임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을 통틀어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실적’으로 자신의 가치와 존재감을 드러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이미 자동차 회사에서 25년간 일한 베테랑으로, 앞서서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의 후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물론 2019년 현대자동차의 북미권역본부장으로 전격 합류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에 꽃을 피웠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북미법인 합류 이후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렸다. 현대차 미국법인 판매량(현지 소매 기준)은 무뇨스 사장 영입 전인 2018년 68만 대에서 2019년 71만 대로 늘었고, 지속 성장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판매량은 100만 대를 넘어 103만 대 수준까지 치솟았다. 5년새 51.5%에 달하는 성장을 일구며 자동차업계 대표 ‘판매통’임을 입증했다.
시장 점유율도 증가했다. 현대차 북미법인 시장 점유율은 부임 전인 2018년 3.9%에서 부임 당해 2019년 4.7%, 지난해인 2023년엔 5.6%로 점차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2위로 자리 잡은 데에는 호세 무뇨스 COO의 판매 전략과 노련함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북미법인은 가솔린 세단 중심이던 주력 판매 차종을 SUV와 전기차, 하이브리드카로 전환하며, 글로벌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했다. 특히 현대차는 △GV70 EV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등을 속도감있게 투입하며 전동화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로도 거듭났다.
무뇨스 사장이 당면한 과제는 역시 트럼프 2기다. 당장은 판매량이 좋은 수준이지만, 내년에도 지속 성장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임명 자체를 외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여러 차례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파격적인 관세 인상, IRA 폐기 등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 속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해 멕시코와 미주 지역에 98조 원을 호가하는 비용을 투입해 자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에서 실적 방어에 성공할지가 외인 1호 사장에겐 중요한 시험대다. 전기차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된 캐즘 이슈에 대한 방어또한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무뇨스 사장은 향후 순수 전기 SUV 아이오닉 9 판매와 일본 토요타 등과의 협업 등을 주도하며 시장 외연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가 글로벌 리스크를 타파하고 국내외 전략 형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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