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역동적인 부산의 표심은 매 선거를 반반 싸움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싸움이 될 만한’ 수준에 그쳤을 뿐, 여당이 결국은 승리하며 자신의 텃밭을 만들었다. 부산 정계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야당에서 여당이 된 이후, 야도(野都) 부산은 그 간판을 내렸다.
그럼에도 여당이 마음을 놓기엔 부산의 민심은 거셌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야당은 사하구을과 사상구를 가져가며 전멸을 막아냈다. 지역구 관리로 정평이 난 조경태 의원이 3선고지에 올랐고, 대권후보로 언급되던 문재인 의원이 직접 나서 원내로 들어왔다. 2014년 부산시장선거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은 불과 1.4%p차이로 신승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득표율은 49.3%로, 거의 50%에 육박했다. 다시 한 번 ‘부산선거는 한끝 차’라는 걸 보여줬다.
이번 20대 총선 초반은 지난 선거보다도 훨씬 여당에 유리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새누리 싹쓸이론’이 횡행하기 시작했다. 유일한 영남3선의 야당의원이었던 조경태 의원이 탈당, 새누리당으로 향했다. 문재인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부산 야권엔 ‘비상’이 걸렸다. 그럼에도 분열로 신음하던 야당은 부산을 신경 쓸 여유가 많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16년 만에 부산 전 지역을 석권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 또다시 부산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부산 서부권을 중심으로 심상찮은 분위기가 돈다. 묵묵히 지역 민심을 갈아온 야권 후보들이 반격을 시작했다. 긴장을 늦추지 않던 여권 후보들도 총력전에 들어갔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대구에 쏠린 사이, 부산항에선 결투의 서막이 올랐다.
18개 지역구가 걸려있는 부산은 현재 17곳을 새누리당이, 1곳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원래 16:2였으나, 조경태 의원의 이동으로 지금의 구도가 됐다. 선거구 숫자는 변하지 않았지만 지역구 조정은 있었다. 중구동구와 영도구, 서구가 중구영도구와 동구서구로 줄어들었다. 중구동구에서 5선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대신 해운대구기장군갑과 해운대구기장군을은 해운대구갑, 해운대구을, 기장군으로 바뀌며 한 곳이 늘어났다.
◇주목할 격전지 진구갑·남구을·사하구갑·북구강서구갑
부산 진구갑은 3선 고지를 향한 리턴매치다. 새누리당에선 18대 국회서 비례대표를 지낸 뒤 19대 국회에서 재선한 ‘정책통’ 나성린 의원이 다시 나선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서울 재선을 뒤로하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내려온 김영춘 지역위원장이 출마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두 사람은 19대에서 한 차례 격돌, 나 의원이 3만7836표(39.2%)를 얻으며 김 위원장(3만4238표)을 3598표 차로 꺾은 바 있다.
부산 남구을은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지역위원장의 접전이 벌어지는 곳이다. 지난 선거에서 이어진 ‘러턴 매치’다. 차이는 고작 5337표였다. 원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였던 이곳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 의원이 물려받았다. 친(親)무성계로 분류되며, 차기 새누리당의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박 위원장은 부산친노의 대표격인 인물이다. 야당으로 남구을에서만 3번 낙선, 이번이 4번째 도전이다.
문대성 의원이 인천으로 옮겨간 사하구갑도 눈길이 쏠리는 곳이다. 치열한 경선을 돌파한 새누리당 김척수 전 당협위원장과, 박재호 위원장·이해성 전 조폐공사 사장과 함께 부산친노의 트로이카로 손꼽히는 최인호 지역위원장과의 대결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문 의원과의 접전을 펼친 끝에 석패했다. 무소속으로 세 사람의 후보가 더 출마하지만,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라는 거물급 인사를 꺾고 올라온 김 전 위원장과 야권단일화에 성공한 최 위원장의 사실상 1:1 구도다.
북구강서구갑도 재선의 박민식 의원과 전재수 전 청와대 부속실장, 두 후보만 등록했다. 외나무다리 혈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결과를 보여, 북구강서갑도 급격히 격전지로 부상했다.
문재인 의원이 떠난 부산 사상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배재정 의원을 모두 제치고 무소속 장제원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어 이목을 끈다.
◇관전 포인트 : 석패도 패배, 싹쓸이 누가 막을까.
지난 선거에서 유난히 석패한 야권 후보가 많은 부산이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결국은 새누리당의 텃밭임에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의 진용은 크게 빈틈이 없어 보인다. 부산의 분위기는 바람에 약하고 변수가 많은 수도권과, 공천파동으로 뒤숭숭한 대구와는 또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새누리당은 부산에서 여전히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결국 한 두석을 새누리당이 잃느냐, 혹은 더불어민주당이 빼앗느냐다. 새누리당은 여지를 주면 안 된다. 유리한 분위기에서의 텃밭 싸움인 만큼, 한 두 곳이라도 잃으면 뼈아플 수밖에 없다. 현재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김무성 대표의 대권가도에 상처가 될 가능성도 높다. 야권은 반대로 어떻게든 한 석이라도 건져야 한다. 바닥을 치는 정당지지율을 인물론으로 돌파하는 것이 관건이다. 불리한 분위기에서의 승리는 단번에 영남 야권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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