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동아원이 밀가루 출고가 인상 계획을 밝혔다. 또 어려운 실정에 눈치만 보고 있던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경쟁업체도 가격인상을 적극 검토중에 있다.
이에 언론은 업소용 밀가루의 가격 인상이 라면과 제과제빵 등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제품의 인상으로 이어질 거라며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라면, 빵 등의 가격 인상은 정당화 되고 있다. 2차가공업체들이 “원재료 값이 오르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원재료 가격이 오를 경우 그것을 이용한 제품 가격도 오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이번의 경우에도 당연한 것일까?
지난 3년동안 업소용 밀가루의 가격은 오히려 인하된 바 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밀가루의 국제원매가격이 사실상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제분업체들은 2008년 4월 한 차례 가격을 올렸을 뿐이다. 오히려 지난 3년간 세 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하시키면서 2008년 4월 대비 30%가량 낮은 가격을 유지해왔다.
반면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내리는 동안 밀가루를 사용하는 가공업체들은 제품의 가격을 내린 사실이 없다. 2008년 4월 밀가루 가격 인상과 함께 일제히 가격을 올렸던 가공업체들이 밀가루의 가격인하에는 요지부동인 것이다.
원료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그들은 그럴싸한 변명을 늘어놨다. 당시 한 제빵업체는 원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야 10%”라며 사실상 큰 영양을 주지 않는다고 했었다. 또 주원료가 아닌, 조미료에 불과한 설탕가격의 인상을 핑계삼기도 했다.
그러던 가공업체들이 밀가루 가격 인상에는 예민하다. 이제와서 밀가루의 원가비중이 “10%나 된다”고 말을 바꾸며 가격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라면 제조업체 관계자도 “라면 제조원가에서 밀가루비중이 상당히 높다”며 가격인상의 여지를 보이고 있다. 라면에서 밀가루의 원가비중은 많아야 15%가량이다.
지난 3년간 제분업체들의 밀가루 가격 인하를 고려하면 이번 9%가량의 인상은 사실상 ‘인상’이 아니라 이전 수준으로의 ‘복귀’ 차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재료 가격이 30%가량 내려갈 동안 가격을 동결시켰던 제품들이, 원재료가 8.6% 인상한다고 덩달아 가격을 올린다면 과연 정당한 행위인가?
나아가 가공업체보다 앞서 그들의 가격 인상에 멍석을 깔아주는 언론은 과연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인가? 언론에서 2차가공업체들이 가격을 올릴만한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
밀가루 원료 값이 소비자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0.1%로 추정된다. 하지만 언론과 가공업체의 능력은 이를 1%, 10%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