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가 발언하는 것만으로 초과 세금 가능성 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 이익공유제’ 도입 검토 의사를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제안하며 통합 카드를 던진 이후 이번에는 ‘코로나 승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나누는 방식인 제2의 통합 카드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코로나가 고통이지만 호황을 누린 곳들도 있다. 많은 이득을 얻는 업종들이 한쪽을 돕는 방식이 논의돼야 한다”며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강제하기보단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을 맞아 호조를 보인 배달·가전·언택트 업계의 기업을 대상으로 자발적 이익을 나누자는 것으로 읽히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수혜를 본 업계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고, 참여한 기업에는 세제 혜택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비롯해 법제화 재추진 등이 검토될 거로 보인다. 주로는 배달의민족, 삼성·LG전자, 네이버·카카오, 쿠팡, 현대자동차 등이 관련 타깃이 될 거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정의당처럼 환영한다는 야당 내 목소리도 있지만 △“누가 코로나로 어떻게 득을 봤는지 측정할 수 있나”(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반시장적이다”(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 △“이익 본 기업과 피해 본 국민을 이간질하는 상황 및 포퓰리즘 정책 우려”(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 등의 비판도 나오기 때문이다.
관련해 이명박(MB) 정부 당시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초과이익공유제를 검토한 바 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이 대표의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에 대해 정 전 총리는 1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코로나 이익공유제와 초과이익공유제는 개념이 아예 다르다”며 “당 대표 등 정치권에서 발언하는 것만으로 강제성을 띨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낙연 대표의 ‘코로나 이익공유제 방식 검토’,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이낙연 대표가 검토하겠다는 ‘코로나 이익공유’는 코로나로 인해 득 본 계층이나 업종의 자발적 참여를 언급했지만, 정치권이 얘기함으로써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 같은 (경제학자) 사람이 얘기하면 기업들 입장에서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 있고 자유롭겠지요. 그러나 여당 대표가 얘기해 봐요. 안 해도 좋은가? 의아해할 겁니다. 결국, 강제성을 띠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 코로나 양극화 악화에 따른 대안이라고 하던데요.
“만약 내년에 가뭄이나 미세먼지 악화 등 특수한 상황에 놓인다면 그때마다 호황을 얻은 기업을 대상으로 이익공유를 취해야 하는 걸까요. 그 범위와 대상은 또 어떻게 선별할 수 있을까요. 결국, 세금을 더 내라는 건데 기업들은 돈을 번 만큼 법인세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자칫 초과이익공유가 아니라 초과세금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의 자발적 기부는 자발적 기부이되 그 행위를 정부에서 주도하는 건 아니라고 보고요, 그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기보다 정부가 나서야지요.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분들에 대한 구제책을 내놓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자 할 일입니다. 그런 방안을 대비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재명 경기지사 등) 일각에서는 전 국민 재난안전지원금을 주자고 그러는데, 정말 곤경에 처한 분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야 할 때라고 봅니다.
대기업 회장 가족에게는 100만 원 지원금이 있으나 마나지만, 당장 월세 내야 하는 자영업자 등 코로나 피해로 직격탄을 입은 분들, 일자리를 잃은 분들에게는 그 돈의 의미가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원금 선별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재정 능력이 뒤따르지 않는 한 선별 지급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MB 정부 당시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시한 바 있잖아요? 개념상으로만 보면 코로나이익공유도 같은 연장선이라고 봐도 될까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동반성장위원에서 추진했던 초과이익공유제는 강제성도 있지 않으며, 대기업과 협력중소기업 간의 관계에서 오는 이익공유를 말합니다. 대기업이 목표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면 그것의 일부를 협력사로 일한 중소기업에 나눠주자는 취지입니다.”
- 윈윈의 개념인지요.
“적극적 의미에서는 대기업과 협력중소기업 모두 튼튼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는 데 있습니다. 대기업이 초과이익을 나눠주면 협력사가 그것을 활용해 튼튼해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협력사가 튼튼해지면 대기업으로서는 더 좋은 부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지요.
소극적 의미로는 시혜적 차원이 아닌 보상적 차원을 갖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를 할 때 흔히 나타나는 불공정 거래행위로 인해 이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서면 계약이 아닌 구두 계약, 장기어음 결제와 기술탈취, 납품가 후려치기 등을 할 때지요. 그 경우 이익의 일부를 중소기업에 주는 것은 보상적 차원에서 주는 겁니다.”
- 해외 사례는 어떤지요.
“이미 미국을 비롯해 영국·호주·뉴질랜드·네덜란드 등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개념이지요. 태동은 20세기 초반 미국 할리우드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1920년대 제작자가 영화를 만들 때 흥행을 장담할 수 없잖아요? 이에 감독이나 배우한테 일단 러닝개런티를 주고, 후에 이익이 나면 더 주는 이익공유 방식을 하게 됩니다. 그 전통이 크라이슬러 자동차, 캐리어 에어컨, 롤스로이스 항공기 엔진 제조사 등으로까지 발전됐지요.”
- 우리나라에서는 초과이익공유제 경우 검토만 됐지, 추진은 못 했잖아요?
“당시는 공유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을 때입니다. 이익공유제 대신 협력이익배분제로 하면 좋겠다고 해서 그 명칭으로 더 널리 쓰였지요.”
- 그 뒤 성과공유제를 도입했는데 대안적 제도로 보면 되나요.
“좀 다르게 표현하면 이익공유제가 가뭄에 단비와 같다면 성과공유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개념상 이익공유제가 거시적이라면 성과공유제는 구체적 프로젝트에 한해 나누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어떤 프로젝트 관련 대기업이 발주하고, 일은 중소기업이 했을 때 그에 대한 성과를 나누는 것이 성과공유입니다. 그러나 두 개념 다 넓혀서 생각하면 동반성장의 일부로 보면 됩니다.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만의 협력이 아니라 빈부간 도농간 지역간 남녀간 세대간 남북간 등 전 분야에 걸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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