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보다 미래권력 각축장 벌여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한동훈 비대위는 총선을 너머 대권까지 순항할 수 있을까.’
26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의 추인을 받으며 비상대책위원장에 공식 임명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도부는 언론을 통해 ‘홍위병 비대위’, ‘정치 부업’, ‘쿠데타’까지 운운하고,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비대위’만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총선 승리를 위해 쓸 수 있는 최고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
한 비대위원장의 무기는 ‘세대교체’와 ‘586심판론’이다. 취임식 당일에도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이야기하며 더불어민주당 내 소위 ‘586 운동권 세력’ 청산을 ‘시대정신’으로 규정했다.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는 2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동훈은 우리가 옛날에 X세대라고 불렀던 세대"라며 “이른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민주당은 위기의식을 좀 느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역시 같은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세대교체와 정치개혁 아이콘의 부상”이라며 “비대위원장 수락 이후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앞지르는 결과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기성 정치를 바꿔줄 적임자일지를 놓고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권까지 독주 아닌 어벤져스로 가야
이처럼 절박한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한동훈의 등판은 ‘희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선까지 길게 보면 녹록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당내에 한동훈 독주현상이 펼쳐질 수 있다. 이는 독(毒)으로 작용해 정권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는 것.
지난 역사에서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패한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은 15대 총선에서 이회창·박찬종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에서 승리했다.
문제는 총선 이후 이회창이 당대표가 되면서다. 이회창 독주현상이 나타나며 당내 미래권력인 9룡들조차 무기력해지고 박찬종 또한 대선 레이스를 중도 하차했다. 그렇게 치러진 15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김대중 후보를 넘지 못했다.
한 비대위원장 역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독주체제가 될 것이고, 신한국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경우, 권력의 속성상 ‘한동훈 독주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본인이 대권 불출마 정도의 획기적 발언을 선언하지 않는 이상 의원들이 알아서 세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평론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내 어벤져스 대선주자 그룹이 함께 떠올라야 국민의힘이 대선 막판까지 이슈를 주도하며 대중적 관심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례로 20대 대선 때도 윤석열 vs 홍준표 후보 간 경쟁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전개됐기에 국민의힘 주도로 대선판이 형성될 수 있었다는 것. 16대 대선 당시에도 새천년민주당이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국민의 호응을 높였다. 당시 노무현·한화갑·이인제·김근태·유종근·정동영·김중권 등이 손에 땀을 쥐는 경쟁을 펼치며, 노무현을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이를 통해 이회창을 무너뜨렸다.
국민의힘도 앞선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대선까지 바라보는 전략을 세워야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정 평론가는 “‘한동훈 원맨쇼’가 아닌 안철수·원희룡·나경원·홍준표·오세훈 등이 미래 권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어벤져스’의 장이 펼쳐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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