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판분리 화두…자회사형 GA 설립 늘어나
잦은 설계사 이동에 불완전판매 우려 급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우한나 기자]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몸집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너도나도 ‘설계사 빼가기’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보험설계사를 둘러싼 과당경쟁이 GA발(發)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보험가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GA 수는 70개로 전년(63개) 대비 11.1% 증가했습니다. 설계사 수도 20만명에 육박합니다. 같은 기간 17만8766명에서 19만8517명으로 11% 늘어난 겁니다.
대형GA 신계약 건수의 경우 생명보험이 250만건에서 327만건으로 30.6% 뛰었고 손해보험도 1120만건에서 1304만건으로 16.5% 증가했습니다.
그러자 대형GA를 중심으로 고능률 설계사 인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보험업계는 설계사를 통한 대면가입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설계사 역량에 따라 보험사 실적도 좌지우지될 수 있습니다.
이에따라 현재 업계에서는 보험상품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가 화두입니다. 1보험사 1전속의 원칙을 깨고 1명의 설계사가 생명·손해보험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형태죠.
지난 2021년 한화생명이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한 것을 필두로 보험사들의 제판분리 움직임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보험사는 상품개발에 집중하고 GA는 고객 맞춤형 상품을 통한 효율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산적해 보입니다. 우선 보험설계사들의 잦은 이동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설계사들은 사업 소득이라 본인이 영업하는 만큼 수당을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수당을 더 높게 제공하거나 양질의 고객 정보를 제공해 주는 GA로의 이동이 잦은 상황입니다.
한 GA 관계자는 “설계사 분들을 모시고 온다고 표현할 정도로 설계사 확보는 모든 GA의 숙제이자 과제”라고 말합니다. 설계사 수 자체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GA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수의 우수한 설계사들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연봉이나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10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등 특별대우를 제안하는 곳도 있습니다. 지난해 한 GA는 전 회사 연봉의 2배를 설계사에게 준 사례도 있었죠.
그 대신 얼마 이상의 계약건수를 달성하라는 등 조건이 붙게 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에게 필요한 것보다 설계사 본인에게 유리한 상품을 판매할 우려가 있다”며 “달성 건수를 채우기 위해 승환계약을 유도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명 ‘보험 갈아타기’로 불리는 승환계약을 통해 새 보험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승환계약을 할 때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아 처음에는 저축성보험으로 가입했는데 나중에는 종신보험으로 바뀐 사례도 있었다”며 “또 설계사들이 인센티브가 높은 상품군 위주로 추천하게 되면 가입자들이 접하는 상품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보험설계사들이 새롭게 이동한 GA에서 실적을 쌓기 위해 이 같은 영업전략을 펼치면 결국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피해만 가중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설계사가 GA를 자주 이동하면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죠.
지난해 9월20일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GA 업계가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를 위한 GA 자율협약을 체결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은 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GA 운영모델은 ‘보험설계사 스카우트’에 집중돼 있고 이로 인한 과열경쟁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한 보험대리점은 경력자 중심의 과도한 인력 경쟁에 맞서 보험설계사 신입을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과당경쟁의 원인인 설계사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차원에서 역량있는 신입 설계사 양성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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