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대 거치며 관례화 된 2당 법사위원장…지금은, 왜? [법사위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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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대 거치며 관례화 된 2당 법사위원장…지금은, 왜? [법사위 쟁탈전]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4.06.21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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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국회부터 16대까지 제1당에 법사위 돌아갔으나
17대 국회서는 거대 정당 견제 균형 위해 제2당에 줘
22대 국회 역대 관례 깨면서 법사위 차지 강행…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이 단독 개원을 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11개 상임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하고 있다.ⓒ연합뉴스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이 단독 개원을 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11개 상임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원회는 모든 입법 절차의 마지막 관문과 같다. 정쟁 중인 법률의 명줄을 쥐고 있는 핵심 상임위다. 권한과 역할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법사위원장직의 주도권을 놓고 여야 간 쟁탈전이 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13대 국회부터 16대까지는 원내 1당에서 가져갔다. 미국처럼 다수당 논리로 했다.

바뀐 건 17대 국회부터였다. 원내 제2당에서 법사위원장을 맡기 시작했다.

 

17대부터 2당이 법사위, 이유는?


그것은 사실상 이변이라 할만했다. 17대는 역대 국회 중에서도 여야 간 정쟁으로 몸살을 앓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원내 1당은 여당인 열린우리당(152석)이 차지했다. 2당은 야당인 한나라당(100석) 순이었다. 여야는 사학법, 국가보안법 폐지법 등을 놓고 번번이 고성과 몸싸움을 벌였다. 상생과 협치 보다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경향이 강했다. 극한 대립을 보였다. 

이랬던 17대 국회건만 처음으로 제2당에 법사위원장이 돌아가게 된 것은 괄목할만한 일이었다. 어쩌다 제2당에 권한을 주게 된 것일까. 그 답은‘제2당=법사위원장’ 관례를 만든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 발언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원 구성 협상 당시 김덕룡 원내대표는 “제2당으로서 거여 폭주 우려에 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 바 있다.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낮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국회 운영을 일방적으로 못하게 하기 위해 16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국회 운영위와 법사위를 나눠가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은 "법사위원장과 예결특위 상임위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김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열린우리당의 독단과 전횡을 막기 위해서는 법사위를 통한 게이트 키핑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상기시키기도 했다.”
- 2004년 6월 18일 <오마이뉴스> 기사 중

 

협상 공전 속에서도 협치 포기 안 해 


왼쪽부터 17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와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원 구성 협상 테이블에 앉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며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연합뉴스
왼쪽부터 17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와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원 구성 협상 테이블에 앉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며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전제 하에서 17대 원 구성 협상 때로 돌아가면, 국회 개원 후 천정배-김덕룡 여야 원내대표는 원 구성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후폭풍에 대한 여진이 가시지 않을 때였다. 협상 공전 속 진통이 거듭되면서 대치 상황에 놓이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원 구성이 국회 개원 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원내대표 간 담판이 시작됐고, 2004년 7월 5일 한 달 만에 극적으로 원 구성이 타결됐다.
 

“재적의원 299명 중 261명이 참여한 가운데 19개 상임위 및 특위 위원장 후보에 대한 연기명 방식으로 이뤄진 투표에서 열린우리당은 운영위를 비롯한 11개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한나라당은 법사위를 비롯한 8개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운영위원장에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인 천정배 의원(54.3선)이 겸직하게 됐고, 상임위 배분협상 과정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법사위원장엔 지난 15대부터 법사위를 지켜온 `법사위 터줏대감"인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60.3선)이 결정됐다.”
-2004년 7월 5일 <연합뉴스> 기사 중 

 

제2당 법사위 관례, 정치사적 진일보


17대 국회는 후반기 원 구성 때도 2당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겨줬다. 그렇다고 제2당에 쉽게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초반, 법사위원장을 놓고 여야의 쟁탈전이 펼쳐졌다. 국회 후반기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은 김한길. 한나라당은 이재오 의원이었다. 원 구성 초반만 해도 열린우리당은 원활한 국회운영을 위해 법사위원장을 제1당이 다시 가져오겠다는 입장이었다. 한나라당은 반발했다. 법정시한을 넘기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극적 타결이 이뤄졌고 마침내 국회는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1당이 운영위원장(김한길)을, 2당이 법사법위원장(안상수)을 갖는데 합의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11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매듭짓고 오는 19일부터 30일까지 6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은 전반기 기준을 유지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후반기 원구성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느냐' 하는 문제는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 계속해 위원장을 차지하게 됐다.”
-2006년 6월 11일 <노컷뉴스> 기사 중 

 

17대 국회 후반기 당시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매듭짓고 웃고 있다.ⓒ연합뉴스
17대 국회 후반기 당시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매듭짓고 웃고 있다.ⓒ연합뉴스

김한길-이재오 두 사람은 원내대표 회동 후 홀가분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서로 마주 보며 화기애애함을 나누던 이들의 모습은 여러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대중에 각인됐다. 격한 대치 정국에서도 종국에는 대화와 타협으로 제2당에 법사위원장을 맡긴 점은 높이 살만했다. 여야 간 절충과 협치 양보의 미덕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1당 독재의 입법 폭주가 되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가치가 지켜졌다는 점에서 국회 본연의 노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정치사적으로 진일보한 점이었다.  

 

18대 슈퍼 한나라당도 법사위 제2당에


슈퍼 제1당이 출현한 18대 국회 역시 권력 분립을 위한 민주주의 견제의 원칙은 계승됐다. 마음만 먹으면 개헌까지 해치워버릴 수 있는 거대 정당이 탄생된 것임에도 ‘법사위원장=2당’의 관례가 지켜졌다. 

18대 총선 결과 범보수는 200석을 능가했다. 민주당은 ‘친노 폐족’으로 전락, 81석으로 곤두박질쳤다. 거대 권력이 교체되는 순간이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선거과정에서 한나라당 입당을 공언해 온 친박연대와 친여(親與) 무소속 당선자까지 감안하면 국회에서 모든 상임위를 장악할 수 있는 절대 과반인 158석 이상을 무난히 확보할 수 있다.

자유선진당까지 아우르면 보수 진영이 200석 이상을 차지하는 보수 압도의 정치지형이 형성됐다. 이미 호남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이어 국회까지 장악함으로써 일방 지배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 2008년 4월 10일 <경향신문> 기사 중 

 

이명박 정부 1년 차에 치러진 18대 총선이었다. 범보수는 한나라당 153석,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보수 성향 무소속 19석까지 합해 모두 204석을 얻었다. 거대 공룡과도 같은 몸집이었다. 보수 진영 간 손만 잡으면 개헌도 가능했다.  
 

“한나라당이 보수 진영의 자유선진당(18석)과 연대하면 의석수는 200석이 된다. 200석이면 단독으로 개헌을 성사시킬 수 있다. 보수 세력이 사실상 의회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강력한 힘을 받게 된 셈이다.”
-2008년 7월 11일 <한국일보> 기사 중 

 

초반엔 법사위 입장차 컸지만… 


18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여러 난항을 겪었지만 법사위를 제2당이 갖는 관례를 지켜갔다. 사진은 홍준표-원혜영 원내대표가 테이블에 앉기 전 서로 마주보며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18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여러 난항을 겪었지만 법사위를 제2당이 갖는 관례를 지켜갔다. 사진은 홍준표-원혜영 원내대표가 테이블에 앉기 전 서로 마주보며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18대 국회가 개원했다. 여야는 2008년 5월 30일 원 구성 협상에 돌입했다. 법사위원장 경우 17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초반에는 여야가 서로 갖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초반엔 임기 개시 두 달이 지났는데도 합의점을 찾지 못할 만큼 팽팽한 기싸움이 전개됐다. 한나라당의 홍준표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의 안정론을 들어 법사위원장을 한나라당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민주당의 원혜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17대 때 한나라당에 양보했던 만큼 이번엔 민주당이 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위해 통일외교통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미디어 개혁을 주도할 문화관광위원회를 반드시 챙긴다는 방침이다.”
-2008년 5월 28일 <동아일보> 기사 중 


“그는 이달 말부터 시작할 18대 국회 구성을 위한 이른바 '원(院) 구성 협상'에 대해 "국회 법사위원장은 반드시 민주당 몫이고, 예산결산위를 상설화해야 한다"고 말해 여야 간 길고 지루한 협상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2008년 5월 29일 <조선일보> 기사 중 


법사위 등을 놓고 초장부터 힘겨루기가 펼쳐지면서 두 달 넘게 대치 정국이 이어졌다. 법정 기한을 넘기면서 식물 국회라는 오명도 듣게 됐다. 2008년 8월 11일 양당 원내대표는 최종 담판에 들어갔다. 마침내 82일 만에 정상화를 이뤄냈다. 협의 끝에 관례대로 운영위는 한나라당이 법사위는 민주당이 갖는 것에 합의했다. 
 

“한나라당은 11개 상임위원장 후보자를 잠정 확정했다. 인선안에 따르면 홍준표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기획재정위원장은 서병수 의원,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은 남경필 의원, 국방위원장은 김학송 의원이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민주당 몫으로 돌아간 법사위원장에는 유선호 의원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지식경제위원장은 이낙연,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은 정장선 의원 등이 맡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 2008년 8월 11일 <국민일보> 기사 중 

 

18대 때도 지켜졌던 법사위, 22대는 왜?


더불어민주당은 175석의 힘으로 역대 국회 관례를 깨고 법사위를 가지고 왔다. 사진은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75석의 힘으로 역대 국회 관례를 깨고 법사위를 가지고 왔다. 사진은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18대 국회가 뒤늦게나마 정상화를 이룬 것은 민생 입법이 산적한 상황에서 더 이상 국회를 공전시켰다가는 여야 모두 잃을 것밖에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경우 개헌을 가능하게 할 만큼의 힘이 있었음에도 다수당 쪽수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상임위 배분이 여야 합의로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따른 것이자 법사위를 제2당이 하도록 관례화해 줌으로써 입법 독재 저지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노력을 지켜준 셈이다.

하지만 22대 국회 들어와 이 모든 것이 깨졌다.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 단독으로 반쪽짜리 국회가 열렸다.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11개 상임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제2당인 국민의힘은 입법독재라며 보이콧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특히 민주당이 초유의 야당 단독 개원이라는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법사위 배분을 강행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법사위가 뭐길래 민주당이 역대 관례를 깨면서까지 최우선으로 가져가려 한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며 “정청래 법사위원장 등 쟁점 상임위를 당 내 최전방 공격수들로 배치한 것으로 볼 때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고강도 대여공세를 예고했다고 볼 수 있지만 더 본질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위한 국회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윤명철 역사칼럼니스트는 “벌써부터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재판을 담당한 판사와 검사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권력 분립마저 침해받고 있다”며 “법사위 사유화 논란을 낳고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개혁 국회’ 조성 차원에서 민주당의 법사위 배분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박동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법사위는 민주당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라며 “방송법, 대장동 50억 원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을 재발의하고 통과시키기 위한 전제로 법사위 장악을 필수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민심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야당 중심으로 잘 제어해 국정을 정상화하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법사위와 운영위는 필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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