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예산 늘려도 사망사고 여전한 조선업계…결국 문제는 ‘재하청’ [까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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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예산 늘려도 사망사고 여전한 조선업계…결국 문제는 ‘재하청’ [까칠뉴스]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4.09.2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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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올해 안전 예산 전년比 32% 증액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되려 올해 3배 늘어나
배경엔 재하청 시스템…“구조부터 고쳐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최근 연이어 조선업계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 발생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올해 유독 안타까운 소식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통계치를 살펴보면, 느낌만은 아닌 모습입니다.

민주노총이 지난 12일 공개한 언론 보도 취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조선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13건이었습니다. 사망자는 17명으로 집계됐고요.

지난해는 어땠을까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사망사고 속보 및 중대재해 발생알림을 종합하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조선소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4건, 사망자는 총 4명이었습니다. 올해 더 많은 중대재해 사망자가 발생한 겁니다.

수치만으로도 안타깝지만 민관이 올해 중대재해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들인 노력을 살펴보면, 마음은 더 무거워집니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3사의 올해 안전보건 예산 총합은 1조2844억 원으로, 지난해 9574억 원 대비 3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한화오션은 안전보건 예산을 지난해 대비 78.4%(2518억 원) 증액하면서 올해 예산으로 5730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그간 3사의 안전보건 예산은 3000억 원 대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를 넘어선 건 한화오션이 3사 중 처음입니다.

한화오션은 기존 안전 상시 사업에 △선제적 설비·장비 교체 △스마트 안전 시스템 구축 △협력사 안전 전담자 의무화 등 신규 사업을 추가로 진행한단 계획입니다.

정부 역시 발맞추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4월 8개 조선사와 함께 ‘조선업 안전문화 확산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5월엔 중소조선사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 긴급 간담회, 중소 조선사 안전보건담당자 대상의 긴급 안전보건교육 등을 여는 등 바쁘게 움직였고요.

안타깝게도, 이러한 중대재해 예방 노력은 그 결실을 맺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후진적 결과만 확인한 꼴이 됐죠.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예산이나 사업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하는 것 아니냐는 제언이 나옵니다. 숫자를 늘리기 전에 구조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단 겁니다.

현재 조선업 생산 구조를 살펴보면, 생산의 약 80%를 사내 하청이 담당하는 형태입니다. 해당 생산 물량의 일부는 다시 2차 하청인 ‘물량팀’으로 넘어가고요. 다단계 하도급 구조인 셈입니다.

업계는 이같은 구조에서 하청업체, 물량팀 등이 안전에 대한 발언권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9일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중대재해 사망사고의 경우, 사고 발생 전 하청업체가 현장의 안전 관련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는 예정에 없던 추가 야간작업 중 발생했고, 하청업체 소장은 작업 시작 전 원청에 야간작업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단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계약 권한은 원청에 있다. 하청은 소위 원청의 ‘줄세우기’에서 잘릴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선 원청이 지시하는 걸 따르게 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또한 물량팀은 상시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물량팀 비중이 높은 구조가 장기화하면 숙련공의 육성이 어려워진단 점이 문제로 지목됩니다. 노동자 개개인의 숙련도가 떨어지면 안전 관련 위험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단 겁니다.

업계는 이같은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조선산업기본법 제정 추진 등에 나서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재하청을 금지한 건설산업기본법을 참고한 법으로, 물량팀 금지 등을 담고 있습니다. 구조 문제 해결이 안전한 조선소 만들기의 시작점이라는 금속노조 관계자의 말로 기사를 맺습니다.

“다단계 하청구조가 없어진다면, 작업지시가 노동조합의 통제 영역 안으로 들어오겠죠. 다단계 하청구조에서는 노조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 계속 있을 거고요. 작업환경이든 노동안전이든 노동조건이든, 하청구조부터 건드려야 나아질 겁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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