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뢰 하락이 민주당만의 잘못인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각종 ‘사법리스크’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대응 전략은 명확하다.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것이다. 민주당이 그려낸 서사는 이렇다. ‘이재명 대표는 죄가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 대표를 괴롭힌다. 과거 독재 정부가 그랬듯이,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를 제거하려는 목적이다.’
사실 민주당의 이 전략은 위험천만하다. 자칫 민주당이 이 대표 개인을 구하기 위해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전체를 부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어서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상대한 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었다. 여야 간 정치 세력의 다툼이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이 싸우는 대상은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이다. ‘정치 검찰이 죄 없는 야당 대표를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죄가 있으니 검찰이 기소했을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에 도전하는 꼴이다.
민주당 대 사법시스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승자는 명확하다. 민주당의 이야기가 옳다면, 대한민국의 질서는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도 죄를 뒤집어씌운다는데, 어떻게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겠는가. 대한민국이 그 정도 수준이라는 건 무리한 주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승하고 있다. 이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정치 검찰로부터 이 대표를 지키겠다’는 민주당의 말에 생각보다 많은 국민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왜 그럴까. 역설적이게도, 민주당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건 윤석열 정부와 검찰이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사건 조사 과정에서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수사팀은 제3의 장소에서 휴대전화까지 반납한 채 비공개로 김 여사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서면조사로 대비할 시간까지 줬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 조사 직후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 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을 정도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 때도 논란은 이어졌다. 법리적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부터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기본 원칙이 무너졌으니 국민이 검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김 여사 수사 방식과 이 대표 수사 방식이 다르다면, 이 대표가 ‘야당 대표기 때문에’ 집중포화를 받는다는 논리에도 설득력이 생긴다. 사람에 따라 검찰이 지닌 칼날의 날카로움도 달라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이 민주당과 이 대표의 논리에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는 셈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표 범죄혐의에 대한 방탄을 위해 헌정위기를 조장하고 사법시스템을 난도질하는 폭력적인 정치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며 “그 어떤 개인도 시스템 위에 있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사법시스템을 전복하는 것은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검찰이 누구에게나 공정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애초에 민주당과 이 대표가 내세우는 ‘정치 검찰’ 구호는 일찌감치 국민의 비웃음 속에 사라졌을 것이다. 이제는 정부여당도 검찰도 왜 ‘사법시스템을 난도질하는 폭력적 정치행태’가 먹혀들고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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