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형, 대량생산 이점에 작고 접촉 면적 좁아 ‘안전’ 인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 등 배터리 폼팩터 전쟁의 승기가 원통형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배터리 개발 방향의 무게 중심이 전기차 주행거리를 높이기 위한 에너지 밀도 향상에서 가격 낮추기 및 안전성 제고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원통형 배터리의 단점은 상쇄되고, 강점이 두드러지게 됐단 평가다.
LG엔솔·엘엔에프·BMW…배터리도 완성차도 46mm 원통형 ‘속도’
29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4분기부터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샘플 생산을 시작해, 오는 2026년부터는 본격 공급에 나선다. 생산은 현재 증설 중인 애리조나 공장에서 진행된다.
업계는 생산 제품이 테슬라, 벤츠 등에 우선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고객사다. 벤츠와는 최근 오는 2028년부터 10년간 50.5GWh(기가와트시) 규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폼팩터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원통형일 거란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SDI 역시 원통형 배터리 생산에 나선다. 자사 신형 원통형 배터리인 46파이를 내년 초부터 마이크로 모빌리티 향으로 우선 공급한단 계획이다. SK온 역시 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소재사인 엘엔에프 역시 이달 엘엔에프 인베스터데이에서 “신규 폼팩터인 46파이 용 양극재의 양산이 본격 시작됐다”고 전한 바 있다.
배터리 업계의 원통형 배터리 집중은 향후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BMW,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들이 잇따라 원통형 배터리 채택을 선언하고 있어서다. BMW는 오는 2025년부터 ‘뉴 클래스’ 제품군에 신형 원통형 배터리셀을 탑재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폼팩터 다변화를 언급한 바 있다. 원통형 채택 가능성이 점쳐진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향 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오는 2025년 약 72GWh, 2030년에는 약 650GWh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가격 경쟁력·안전성 중요도 높아져…대량생산·넓은 틈 원통형 성격 ‘부각’
이처럼 전기차 향 원통형 배터리 시장이 커지는 배경에는 시장 변화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그간 전기차 시장의 주요 과제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있었다. 충전 시설 부족으로 한 번 충전에 오래 이동하는 전기차의 수요가 높았기 때문이다.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가 대세를 이룬 이유다. 원통형의 경우엔 형태상 배터리 팩 안에 빈 공간이 많아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부각됐다.
다만 최근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전기차 충전 시설이 충분히 보급되면서 시장 과제가 ‘가격 낮추기’와 ‘안전성 높이기’로 바뀌면서다.
이러한 흐름 속 원통형의 존재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하단 이점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폼팩터로 부상한 것이다. 현재 각형, 파우치형의 경우엔 각 완성차 맞춤형으로 제작돼 배터리 형태가 모두 달라 대량생산이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원통형 역시 맞춤 제작이 이뤄지긴 하지만, 변동폭이 작아 비교적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신형 원통형 배터리는 직경을 46mm로 고정하고, OEM 수요에 따라 높이만 80mm(4680), 95mm(4695) 등으로 바꾸는 방식을 취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원통형은 직경이 똑같다면, 높이가 다르더라도 설계가 같다. 각형은 사이즈를 키우면 도면 자체가 달라진다”며 “각형 대비 원통형 제작에서 압력, 내구도 등 테스트 기간이 단축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열 폭주에 대한 가장 유력한 해결책”…단점이었던 에너지 밀도 개선도
원통형의 강점은 특히 안전성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각 셀의 크기가 작아 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 크기가 비교적 작을 뿐더러, 빈 공간이 많아 열도 덜 확산돼서다.
SNE리서치는 4680 배터리 기술개발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이와 관련 “원통형의 장점은 열 폭주에 대한 가장 유력한 해결책”이라며 “원통형 배터리는 곡면으로 인해 셀이 완전히 접촉한 경우에도 여전히 큰 간격이 있어 배터리 간의 열 전달이 어느 정도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단점이었던 에너지 밀도 역시 신형 배터리의 지름이 기존 21mm에서 46mm로 늘어나면서 개선된 상황이다. 지난 2020년 46mm 원통형 배터리를 처음 시장에 소개한 테슬라에 따르면, 신형 배터리는 기존 2170(지름 21mm, 높이 70mm)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직까지는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 삼파전이지만, 앞으로는 바뀔 수 있다. 파우치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최근에 원통형이 부각되고 있고, 46시리즈는 2170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크기도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의 테슬라 향 공급도 예상되는 만큼, 한동안 가장 많이 부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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