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정 갈등의 대책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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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정 갈등의 대책을 마련하라
  • 김재한 대기자
  • 승인 2008.06.13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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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한나라당이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당정이 만나 충돌한 것은 벌써 세 번째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강재섭 당 대표가 만난 18일 첫 고위 당정협의회 이래 사실상 모일 때마다 티격태격이다.

지난 23일과 26일 두 차례 당정협의가 열렸지만 서민생활, 기업활동과 관련된 감세 조치 및 각종 규제 완화가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당의 입장과 세수 부족 및 행정적 부작용 발생 등을 우려한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면서 진통만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권 초반부터 여당과 정부가 주요 정책을 놓고 대립과 갈등을 거듭함에 따라 당?정간 국정 주도권 다툼의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대선과 총선 핵심 공약인 감세와 규제완화 방안을 놓고 당?정간 이견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대책으로 마련한 혁신도시 건설과 재정확충을 감안한 추경예산을 둘러싼 당?정간의 갈등은 경제발전을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게 했다.

당정의 서로 다른 목소리는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에게 혼란을 주고 정책 추진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경제 운용이 이미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성과내기에 급급해 쫓기듯 정책을 내놓거나 여당이 이에 실력행사에 나서는듯한 모습은 모두 지양해야 한다.

당정 갈등의 근본 원인은 시장주의 운영에 관한 시각차다. 정부는 침체 국면인 경제를 성장으로 돌려놓기 위해선 과도하지 않은 시장개입은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뜻을 접긴 했지만 추경예산 편성 요구와 함께 환율 개입 의사를 밝혔던 게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입장은 다르다. 10년간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경제관을 고수해 온 만큼 정부의 시장개입은 어떤 경우에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당 정책 라인의 신념이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직후 제시했던 7% 경제성장에 근접한 성적을 반드시 내야 할 처지이지만 유가 급등 등 대외 조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따라서 조급해진 정부는 인위적인 경제성장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같은 편’인 여당의 협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정부로써는 침체에 빠진 경제를 상승국면으로 돌려놓으려면 추경 편성이나 환율 개입 등을 통해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으며 경기후퇴에 대응할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라도 지나친 감세는 힘들다는 정부측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다. 또 정부의 시장 개입은 어떤 경우에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일관된 순수시장주의적 정책기조도 이해가 된다. 무엇보다 민심에 좀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당과,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많은 시각차가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당.정간의 우위 논란을 들 수 있다. 정국 운영의 주도권 다툼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국회의 중심인 한나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당 우위 시각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당정 우위에 서려면 당내에 스터디 그룹을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 전문지식과 이론에 뒤처질 때에는 그 어떠한 목소리도 국민을 설득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당정 간 시각차를 정치적으로 극복할 여건도 미흡하다. 당·정·청간 정책혼선 원인에 대한 이견에다 차기 당권 경쟁구도를 염두에 둔 내부 견제와 '불협화음'도 문제다. 18대 총선을 거치며 최고위원회의 멤버들이 다수 낙천·낙선, 탈당하면서 생긴 '리더십 공백'도 여당 지도부의 혼선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정권교체는 10년간 야당으로 노력해 온 한나라당의 승리인 만큼 당이 정부에 끌려 다닐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부에 잔존하는 한 국민적인 지지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부에서는 이를 당·정 간 힘겨루기로 해석하지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국민과 시장은 누구 힘이 더 센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이 시점에서 경제 주무부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당시 올해 가장 주력해야 할 목표로 경제의 기초체력 다지기를 강조한 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재정지출을 통해 정부가 돈을 쓰고, 혹은 금리를 인하한다 해서 풀린 돈이 기업의 투자나 소비자들의 지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경제부의 시각은 대통령의 주문과 거리가 있다.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의 두 축인 정부와 여당이 경제정책 운영 기조를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당?정 협의가 정부 정책을 무조건 당이 추인하는 식이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된다면 그 또한 실효성 있는 협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당정 협의는 그야말로 이견을 좁히는 자리여야지 이견을 선전하는 자리가 돼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초반이다. 벌써부터 당과 정부가 주도권을 놓고 대치하면서 힘겨루기를 벌인다면 불안한 것은 국민뿐이다.

당정 관계는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상호 보완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의 섣부른 정책을 걸러주고, 보완?견제하는 역할을 한나라당이 수행 나가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당정관계는 서로 유기적인 협조 체제 아래 국민이 염원하는 바를 찾아내 이를 정책으로, 입법화작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나가야 한다.

특히 당정 갈등은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직접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해 당.정간의 사전 정지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당·정·청이 서로 조율해서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 정당정치의 기본이다. 특히 국민들에 불안감을 주지 않으려면 당정간의 사전에 조율이 필요하다.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당ㆍ정의 이견을 조율할 정무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은 생산적인 정책을 먼저 제시해야 당?정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한나라당은 우리 정치사상 초유의 정당 연구소로 설립한 여의도연구소를 재정비해 정책의 산실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그동안 여의도 연구소는 정책의 산실로써의 기능 보다는 대선 및 총선을 위한 여론조사 등 당 외곽조직으로 영역을 축소해 스스로의 입지를 약화시켜 왔다. 특히 당의 미래와 장기발전을 위한 플랜 마련과 정책 수립 보다는 당의 지원세력으로 그 역할을 한정해왔다.

미국의 부시 싱크 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헤리티지(The Heritage Foundation)재단처럼 정책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의도 연구소장을 비정치적인 전문가와 외부 인사를 등용해 당내 계파간 이해에 빠지지 않도록 운용하는 것이 매우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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