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 혁신위원장 사퇴, 그날 무슨 일 있었나… “주 위원장 의도 드러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바른미래당 권성주 혁신위원(전 대변인)이 12일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주대환 혁신위원장 사퇴로 혁신위가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정상화를 요구하며 꺼낸 비장한 결심이었다. 지금은 대척점에 있지만, 지난해 겨울 손학규 대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여야 5당 합의를 목표로 단식농성을 한 끝에야 원하던 바를 관철시킨 바 있다.
이날 단식농성에 앞서 권 혁신위원은 <시사오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문재인 정권을 내년 총선에서 심판하려면 강력한 야당이 돼야 한다. 바른미래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 혁신위원들은 정말로 대한민국 국운을 어깨에 짊어지고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손 대표 퇴진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며 “혁신위는 해산하지 않는다. 끝까지 혁신안을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얘기를 들을 때만해도 불과 몇 시간 뒤 그가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지난 11일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돌연 사퇴했다. 혁신안을 의결하고 나서였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월요일(7월 8일) 4차 회의 때다. 혁신위에서 첫 번째 안건으로 당 지도부 체제 개편 안을 상정했다. 혁신위 9명 모두가 합의했다. 주 위원장도 찬성한 안건이었다. 이기인 대변인이 안을 구체화시켰다. 이 안을 갖고 10일 수요일 5차 회의에서 토론을 시작했다. 문구를 수정하고 뺄 것은 뺐다. 원안에서 상당히 많이 양보했다. 원래는 손 대표 재신임 투표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파에서 그건 못 받겠다고 했다. 8~9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최종 세 가지의 혁신안을 의결했다.(21대 총선 승리를 위한 비전 공청회 개최, 손 대표 재신임 국민 당원 여론조사, 해당 실행 안에 대한 평가와 판단 등).”
- 그런데 원래 혁신위안에서는 모든 걸 논의하는 자리 아니었나. 아니면 혁신위 출범 전 손 대표 거취 문제는 제외한다 등의 얘기가 있었는데 이를 번복한 것인지?
“혁신위를 출범하면서 우리는 한 가지만 생각했다. 바른미래당이 21대 총선에 승리하기 위한 모든 것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 퇴진을 염두에 두긴 했나.
“아니다. 우리는 몇 번이나 강조했다. 비전을 세우고 재신임을 받고 당을 결속시켜서 총선 체제로 가야 한다. 이건 대표님께 기회를 주는 거다. 심지어 어떤 얘기까지 했냐면 손 대표가 공개 검증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했다. 당원들을 설득시켜라. 결속을 다지면 안 싸울 것 아니냐. 그런데 일부에서는 준비가 안 됐으면 어떻게 하냐고 반대했다. 아니, 이건 기본적으로 돼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당 대표할 분이 총선 승리를 위한 비전도 없고 당원들로부터 지지받을 자신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왜 재신임을 퇴진이라고 생각하나. 그렇게 아무리 설득해도 안 되더라.”
- 당시 주 위원장은?
“이런 안건을 올릴 거면 ‘위원장을 못 하겠다’고 하더라. 짐을 싸고 나가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래서 우리가 경고를 했다. ‘무책임한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 주 위원장이 이에 유감의 뜻을 표명했고, 다시 회의를 지속했다. ‘어떻게든 오늘(10일 수요일) 중으로 결론 내야한다.’ ‘저녁을 먹고 다시 하자.’ 일단 해산하고 다시 산회했다. 그리고 최종 3개 안에 대해 투표에 부쳤다.”
- 그게 5대 4였나.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나.
“계파로 나누지 말아 달라. 찬성은 나를 비롯해 이기인 혁신위 대변인, 장지훈 전 부대변인, 구혁모 화성시의회 의원, 김지나 경기도의회 의원 등 5인이다.(반대는 주 위원장, 김지환 경기도의회 의원, 조용술 전 당무감사위원회 위원, 김소연 대전시의회 의원 등 4인.)”
- 혁신안이 가결된 후 분위기는 어땠나.
“가결되자마자 일부는 짐 싸서 나가버렸다.(11일,12일 기준 당권파 추천의 김소연‧조용술 위원이 혁신위원을 사퇴했다.) 주 위원장도 불편한 기색을 했다.”
- 다음날 오후 주 위원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했다. 손 대표와의 교감 후 이뤄진 것으로 보나.
“점심을 같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손 대표가 모르지 않았을 거다. 합의도 없이 사퇴하지도 않았을 거다.”
- 주 위원장 사퇴, 어떻게 봤나.
“충분한 토론과 당헌당규에 의거한 과정을 거쳐서 정상적으로 가결을 시킨 거였다. 그걸 마치 본인은 처음부터 반대했던 것처럼 얘기하더라. 너무나 비겁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이번 일로 본인이 위원장을 맡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 손학규 대표를 지키기 위해 혁신위원장을 맡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얘긴가. 목적에 대해 정확히 지목한다면?
“주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극도로 불필요할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단어들이 있었다. '손학규 재신임과 퇴진….' 그랬기 때문에 (목적에 대해서는) 전부터 알았다.”
- 주 위원장이 사퇴 기자회견 시 ‘검은 세력’을 말했다. 이들이 젊은 혁신위를 뒤에서 조정해 손 대표 퇴진안을 만들었다, 이런 얘기던데. 주 위원장이 말하는 검은 세력이 누구라고 보나.(보통은 안철수+유승민계로 해석되어지고 있다.)
“주 위원장이 조정이다, 전위대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너무 불쾌하다. 우리는 같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다. 같은 청사진, 비전을 갖고, 같은 세력을 만들어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다.”
- 오신환 원내대표가 후임을 정하겠다고 했다.
“후임을 정하려면 손 대표가 임명을 해야 한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주 위원장이 사퇴를 한 거다. 혁신위를 깨서 지도부 체제에 대한 얘기 자체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 판을 깨려고 한다? 당헌당규 상 해산이 가능한가.
“혁신위는 독립적 기구다. 가능하지 않다.”
- 원래 12일 최고위에 혁신위 의결 안건을 올리기로 했는데 어떻게 됐나.
“오늘(12일) 우리가 안건을 올렸다. 그런데 (임재훈)사무총장이 회의 자료를 올리지도 않았다. 우리가 별도의 자료를 올린 건데, 손 대표가 그걸 보고 도망간 거다.”
- 어쨌든 손 대표가 혁신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인가?
“없다고 본다.”
- 그러면 혁신위가 깨질 가능성은?
“해산하지 않는다. 혁신위원들은 끝까지 혁신안을 지킬 거다.”
- 어떻게든 버티면서 혁신위를 주도하겠다는 건가.
“저렇게 부끄러운 사람들과는 있을 수 없다.”
- 박지원 의원 등 민주평화당 일부 탈당 후 창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결국 제3지대에서 바른미래당의 옛 국민의당+호남계와 만날 거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번 일로 당이 쪼개지기는 건 시간문제라는 말들도 나온다. 남은 문제는 당 자금 50억 원에 대한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거라는 얘기도 있고.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수모스럽고 너무나 수치스럽다. 돈이 있어야 정치하나. 그걸 목적으로 세력을 만들고, ‘이합집산’하는 것인가. 이렇게 비춰지는 사람들과 같은 정당에 있다는 게 너무나 부끄럽다.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은 정치할 자격 없다. 빨리 혁신해야 한다.”
- 각오가 대단한 것 같다.
“혁신위는 바른미래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고민해야 하는 기구다. 그러나 더 큰 사명이 있다.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국가를 만든 문재인 정권이 내년 총선을 통해 심판을 받게끔 하는 것. 이 대한민국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내는 것. 총선에서 강력한 야당이 생기지 않으면 안 된다. 안 그러면 이 대한민국은 더 깊은 수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를 해결할 첫 번째 단추가 우리 혁신위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바른미래당부터 바꾸지 않고 강력한 야당으로 새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결국 내년 총선은 진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을 견제할 수가 없다. 잘못하면 그렇게까지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건 단순히 손학규 대표 한 사람의 퇴진의 여부가 아니다. 우리 혁신위원들은 정말로 대한민국 국운을 어깨에 짊어지고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 사실 처음부터 혁신위 안에서 얼굴을 볼 때부터 의외였다. 그동안 당을 향한 회의적 시각,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사보임 정국 때는 “당헌당규 무시한 밀실 꼼수”라고 작심 발언도 했다. 당권파에서 볼 땐 껄끄러운 존재였다.
“지금껏 나는 당의 진로에 있어 문제인식을 갖고 비판적 관점을 견지해왔다.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혁신위 활동에 더욱 가감 없이 임하고 싶다. ‘혁신위에서 못해내면 우리 당은 끝’이라는 생각으로 활동할 거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혁신위원이 그런 각오다.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이 없어질 정당이라고 본다. 우리의 혁신 과제는 바른미래당이 없어질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다.”
- 주 위원장과 당권파의 의도와 달리 계파 간 골고루 포진돼 있던 것이 결국 ‘안철수+유승민계’가 주도권을 얻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혁신위 출범 때 일성으로 한 얘기가 있다. ‘우린 계파 없다.’ 혁신위원 모두 누군가의 계파를 대변하거나,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다들 소신껏, 신념껏 자기 정치하는 사람들이다. 바깥에서 다른 활동하다, 명망가가 돼 재산도 쌓이고, 여유가 있어 스카웃 된 경우도 아니다. 우린 정말 생명 걸고 일생을 걸고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에 대해 걱정할 것이고, 대안을 내놓을 것이다.”
- 사퇴한 위원들도 있지만, 남은 위원 모두 만 40세 이하로 다들 젊다. 그런데 나이가 젊다고 혁신인가? 이런 물음을 되묻고 싶다.
“단지 젊다고 잘할 수 있느냐,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젊기 때문에 더 겁 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보여진다. 계파색도 옅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젊지만 어리지 않다. 프랑스 마크롱(42)이 나와 두 살 차이다. 뉴질랜드의 아든 총리가 우리 김지환 위원이랑 80년생 동갑이다.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총리가 86년, 우리 이기인 위원이 84년생이다. 일본의 차기 유력 총리 후보로 떠오른 고이즈미 신지로(고이즈미 준 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가 81년생, 우리 혁신위에는 80년생이 두 명 있다. 다들 정치 엘리트가 될 만큼 충분히 활동하고, 고민해왔다. 관성에 젖지 않고 혁신할 수 있다.”
- 이참에 근황도 묻고 싶다. 일 년 전 대변인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내려갔다. 부산 수영구의 지역위원장이다. 총선 준비하면서 바빴을 것 같은데.
“지역 활동, 현안 연구, 방송 활동 등 부지런히 지냈다. 한분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동네 구석구석을 돌았다. ‘동네 한바퀴’라는 타이틀로 지역을 돈다. 보통은 새벽 5시 30분부터 아침 7시 30분까지 돌았다. 이동 거리를 지도에 표시해주는 어플이 있다. 작년 10월부터 그날그날 어디를 돌았고 몇 킬로미터 되는지 페이스북에 올렸다.
마주치는 분들마다 인사를 나눴다. 집으로 들어가는 20~30대 친구들도 만나고 환경미화원 분도 만나고. 어떻게 사시는지 이야기도 주고받게 되고, 폐지 줍는 할머니와도 살가워졌다. 어디가 폐지 한 장 값이 10원 더 비싸고, 20원 더 비싼지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지역 공부가 된다. 이제는 그 지역구 의원보다 내가 더 잘 안다.(웃음)“
- 돌아다녀 보면, 지역 민심은 어떤가.
“민심은 ‘못 살겠다’이다. 그것을 넘어서 무섭단다. 경제건 외교건 안보건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무섭다는 분들이 많다. 지금 이 정권이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에 불안함을 크게 느낀다. 많은 세대들이 축적해온 나라의 기틀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것만 같다며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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