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독일 수입차 브랜드인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올해도 국감장에 불려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 발발로 곤욕을 치른 이래 또 다시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실이 틀통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올해에도 증인 출석이 이뤄진다면 지난 2015년 이래 5년새 3번이나 국감에 끌려가게 되는 셈이라는 점에서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다. 더욱이 디젤게이트 논란에도 여전히 그 책임을 도외시한 채 판매에만 열을 올렸음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0일 르네 코네베아그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총괄사장을 올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앞서 환경부가 지난 8월 20일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적발한 영향이 컸다. 당시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지난 2015년 5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판매한 경유차량 7종, 총 7328대에서 요소수 분사량 감소로 질소산화물을 증가시키는 배출가스 불법조작이 이뤄졌음을 확인했다며 인증취소 및 결함시정명령, 과징금 사전통지와 형사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알렸다.
하지만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이례적으로 환경부 입장에 정면반박해 논란을 자초했다. 환경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요소수 건은 '적발'이 아닌 이미 독일에서 발표가 된 건임을 명확히 밝히며 자발적 시정조치라고 선을 그은 것. 이어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측은 "지난 5월 본국 독일연방자동차청에 해당 이슈를 보고하는 동시에 국내 환경부에도 자발적으로 신고했다"며 "이미 환경부에 리콜계획서를 두 차례 제출한 상황으로 가능한 빨리 리콜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아우디폭스바겐의 입장 발표는 오히려 독이 됐다. 다음날 환경부가 곧바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불법조작임을 시인하지 않았으며, 직접 실차 시험 등을 통해 배출가스 증가 여부를 확인해 불법조작 판정을 내린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결국 정부와 어깃장을 놓으며 입씨름을 벌인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괘씸죄만 추가된 꼴이 됐다. 오는 10월 18일 열리는 환경부 종합감사에 총괄사장이 불려가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질타를 받게 되는 부작용만 초래한 것이다.
이에 업계는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올해 국감에서는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그간에는 고객 신뢰 회복을 운운하면서도 별다른 방안없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 한 바 있어서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토마스 쿨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을 당시부터 국회의원들과 여론의 날선 비판을 받았음에도 앞선 태도로 일관해 공분을 자아낸 바 있다. 당시 아우디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슈를 두고 범죄, 사기극이라는 비난을 받았음에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고, 대책없는 사과만 늘어놓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고객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하면서도, 결국 국감 증인으로 불려나가게 되자 급히 광고를 통한 공식사과와 리콜 방침을 밝히는 등 뒷북 대응을 보이기도 했다.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도 피해 보상에는 함구하면서도, 연신 고개를 숙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5년 토마스 쿨 전 사장과 함께 증인으로 불려나간 데 이어 2016년 국감장에서도 이같은 모습을 재현했다.
특히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은 2016년 국감에서 기술적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불법조작(임의설정)을 인정하는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고, 미국 소비자 보상안에 대해서도 그 쪽 사정은 알지 못한다는 식으로 답변하며 국내 배상 계획에 대한 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 강병원 의원은 "폭스바겐이 사과는 하지만 임의설정 인정은 하지 않고 한국 피해자에 대한 대책은 말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폭스바겐 임원진을 증인으로 세웠던 2015년, 2016년 국감은 아무런 소득없이 끝났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더욱이 아우디폭스바겐은 한국지엠 철수설과 혼다 녹사태, BMW 화재사태가 부각됐던 지난 2017년과 2018년 국감에서 휴지기를 가지는 등 면피 기회마저 얻었다. 같은 시기 토마스 쿨 전 사장은 임기 만료를 이유로 닛산으로 적을 옮겼고, 요하네스 타머 전 총괄사장은 돌연 독일로 도피하는 등 임원진의 무책임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올해 국감에는 일말의 기대감이 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현 르네 코네베아그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총괄이사를 다시 증인으로 채택했다는 점은 강력해진 정부 차원의 환경규제와 맞물려 자동차 시장 내 배출가스 조작 근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의미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맹탕 국감에 대한 우려감도 숨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우디폭스바겐이 국감 단골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올해 디젤게이트 때부터 이어져온 배출가스 불법조작에 대한 집중 추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본사가 아닌 지사라는 점에서 뚜렷한 답이 나오겠냐"고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지사가 본사 차원에서 이뤄진 배출가스 조작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며 "결국 시장 퇴출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강력한 규제들이 수반돼야만 글로벌 메이커들의 반복되는 불법 조작 폐해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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