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2030년 10월, 미래의 일상을 가상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 몇 년 전부터 '차박(차에서 잠을 자며 하는 캠핑)'이 유행이다. 오래된 갤로퍼를 사서 캠핑카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나는 넥쏘(현대차 NEXO)를 선택했다. 이유는 ‘비상발전’ 하나였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로 캠핑을 갔을 때, 넥쏘를 이용해 비상전력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집 앞 마당에서 바비큐를 하는 저녁에도 이용할 수 있다. 가로등에 수소차를 연결해 불을 밝혀 바비큐 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 오늘은 S-Hub(허브, 모빌리티 환승 거점)에서 가족회의가 있다. 허브가 20분 거리에 있는 나는 회의 시간에 맞춰 셔틀수소트램을 불렀다. 일본에 사는 동생은 하늘택시 UAM(Urban Air Mobility, 도시 항공 모빌리티)을 타고 허브로 온다. 허브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부모님을 허브에 연결된 의료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에 보내드리면 오늘 일과가 끝난다.
언제부턴가 서울 하늘이 맑다. 일기예보 끝자락에 매일 같이 들리던 ‘미세먼지 농도’는 뉴스에서 사라졌다. 더 이상 환경문제로 거론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 속도도 더뎌졌단다.
아마 시작은 수소와 재생에너지 등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대체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서울시에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을 금지한다고 10년 전부터 경고했다. 2050년부터는 도로에서 내연기관차를 볼 수 없단다. 정부가 나서 수소 충전 인프라를 늘렸고, 안전성 문제 등으로 눈치를 보던 시민들도 하나 둘 친환경차로 옮겨갔다.
가장 먼저 변화한 것은 대중교통이었다.
울산과 부산을 시범도시로 보급됐던 수소버스와 수소트램은 전국으로 퍼졌다. 2021년부터 시내버스 교체차량 의무화가 시행되더니 2025년에는 전체 시내버스 7396대 중 4000대가 전기수소차로 전환됐다. 아마 올해는 전체 시내버스가 전기수소차로 대체되지 않을까싶다. 택시는 2030년, 올해 교체차량부터 의무화가 도입됐다.
10년 전,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나서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었다. 그 때는 ‘저게 무슨 말인가’ 싶고 ‘어느 세월에 가능한 일일까’ 싶었다. 일상에서 발전에너지원은 관심사가 되기 어려웠다. 기름 값이나 석유 고갈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 기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일반인들의 관심사를 크게 벗어난 일이었다. 수소 이야기가 나오면 ‘수소차는 ‘펑’ 하고 터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대화만 오갈 뿐이었다.
당시 수소융합얼라이언스에 근무하던 전문가를 만난 기억이 있다.
그가 수소차의 안전성에 관련한 자료를 보여줬었다. 산업안전공단이나 미국 화학공학회 분석 결과, 수소의 종합적 위험도는 도시가스보다도 낮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미국(56개)과 유럽(100개), 일본(77개) 등에서 수소충전소를 10년 이상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안전사고가 발생한 일은 없다”고 부연했다. 물론 “안전성과 더불어 경제성, 환경성 등 세 가지는 계속해서 개발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했었다.
그럼에도 그때는, 수소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 퍼져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반대로 수소충전소 설치가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당시 세계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었는데, 일부 주민들은 “코로나보다 수소가 무섭다”며 항의했다. 언론은 님비에 막혀 수소경제가 가로막혔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할 만도 했다. 수소충전소는 전국에 50개가 채 되지 않았고, 수소차도 만 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수소차보다 전기차가 빨리 시장을 치고 나갔다.
수소가 새로운 에너지로 대두되는 이유로 항상 △자원고갈과 △환경문제가 제기됐다.
수소(H)는 산소(O)와 반응하고 나면 물(H2O)이 된다(2H+O=H2O). 물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물에서 수소를 떼어내 다시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다. 자원고갈의 우려 없이, 친환경적으로, 무한히 쓸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수소차에는 ‘움직이는 공기청정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수소차가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면 미세먼지 99%를 정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단다.
당시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6% 이상을 수입해서 사용하는 자원빈국이었다. 오일쇼크가 오면 타격을 받았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그토로 ‘수소경제’를 외쳤던 이유다.
수소차 관련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연료전지 발전은 다른 국가에 비해 10년은 앞서 있었다.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국토가 좁은 것은 이번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았다.
기업에서는 ‘수소가 밥이다’, ‘수소가 미래 경쟁력이다’, ‘수소기술을 가진 곳에 대박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국가가 나서서 수소산업을 키우겠다고 했다.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40%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전체의 20%는 수소에너지가 차지할 거라고 했다. 2040년에는 연간 43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42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낼 거라고 소리를 높였다.
“반장으로 뽑아준다면, 반 친구들 모두에게 아이스크림을 사겠습니다” 식의 입에 발린 소리는 아닌 듯했다.
컨설팅 전문기업 맥킨지는 <한국 수소 산업 로드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50년 대한민국은 국내에서만 연간 70조 원의 경제 효과와 6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맥킨지는 또, 재생에너지 등을 제외한 한국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의 40%를 수소가 담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원 다각화나 국가 에너지 안보 향상은 그 다음 얘기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는 말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10년 전에는 스마트폰이 세상의 변화를 보여줬었다. 폴더폰이 사라지고 스마트폰이 생겼고, 스마트폰은 손 안에서 새로운 세상을 구현했다.
또 다시 10년, 이번에는 수소가 일상에 침투했다. 움직이는 공기청정기가 전국에 100만 대 이상 퍼진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고, 열차나 선박, 드론, 지게차 등 건설기계까지 수소가 활용되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어졌다. 수소 공급 가격도 kg당 6000원 수준이던 것이 kg 당 4000원으로 저렴해졌다.
이제는 환경에도 변화가 시작된 것 같다.
10년 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했던 광고가 생각난다.
하얀 도화지에 똥색, 황토색으로 하늘의 색을 칠하던 아이들. “그게 무슨 색이에요?”라는 질문에 너무도 예쁜 목소리로 “하늘색이잖아요”라고 대답하던 아이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던 날이 1년에 70일이 넘던 날들.
지금은 “최소한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하늘’은 물려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2의 기름, 수소’ H노믹스, 그래서 어떻게?
“수소경제는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자원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에너지 혁명의 길이 되어 줄 겁니다. 한국이 수소경제의 시장 선도자(first mover)로 길을 열어 가겠습니다.”-정세균 국무총리
정부가 오는 2022년부터 수소연료전지로 생산한 전력공급을 일정 비율 의무화하는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HPS)’를 도입한다.
수소시대. 수소경제. H노믹스. 수소, 수소, 수소…이제는 수소법까지 제정됐다.
뉴스가 온통 수소차, 수소발전 이야기다. 그런데 ‘어떻게’ 수소시대가 구현될지, ‘어디까지’ 왔는지 갈피를 못 잡겠다. 정책의 방향이 잡혔으니 기업의 뜀박질도 시작됐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는 1만대 넘게 팔렸다. 최근에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수출을 시작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차의 ‘엔진’에 해당된다.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친환경 발전기로 활용된다. 결국 수소차뿐 아니라 열차나 선박, 드론에도 활용될 수 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수출로, 비자동차 부문까지 발을 넓히게 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수소 공급망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수소 운반선을 통한 해상운송과 수소 전용 이송 특수 차량인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수소를 실어 나른다는 계획이다.
한화는 수소 관련 사업을 하는 니콜라에 투자했다. 니콜라는 미국에 수소충전소 800개 건립 목표를 세웠다. 한화의 태양광 발전소 옆 니콜라의 수소충전소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다. 석유나 천연가스 등으로 생산하는 ‘그레이 수소’와 달리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수전해해 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된다.
한화에너지는 최근 충남 서산에 세계 최대규모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했다. 이 곳에서 연간 40MWh의 전력을 생산, 충남 지역 16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한다.
한화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태양광 기술을 중심으로 에너지 관련 계열사들이 협업해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고 ‘글로벌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화솔루션, 한화에너지, 한화파워시스템 등의 계열사가 총출동한다.
효성은 액화수소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와 손잡고 3000억 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오는 2022년 완공이 예정돼 있다. 연간 1만3000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승용차 10만대에 사용이 가능한 규모다.
그간 효성화학은 PP‧DH 용연공장에서 부수적으로 나온 수소를 다른 기업에 판매해왔다. 용연공장 옆에 액화수소 공장을 지어 이동이 용이한 액화수소로 변경, 직접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이 수소충전소 설비 구축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두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효성중공업은 기체를 저장탱크에서 차로 안전하게 옮기는 기술을 갖고 있어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점유율이 40%로 1위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008년부터 수소충전소를 보급해왔다. 전국에 효성중공업이 구축한 충전소가 17곳, 현재 건립 중인 곳이 9곳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수소충전기 660기를 확충하겠다고 밝혔을 때, 효성중공업이 3분의 1이상을 수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이유다.
정유사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주유소를 이용해 인프라 구축을 돕는다. GS칼텍스는 서울 강동구에서 수소충전소를 이미 운영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80개를 확보할 예정이다. SK가스와 E1 등 LPG업계는 LPG충전소에 개질 기술을 접목해 LPG-수소 복합충전소를 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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