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LG폰 황금시대…"초기 시장 대응 잘못돼 경쟁력 잃어"
이통3사 재고털이 고심…블랙베리처럼 마니아층 대상 판매 가능성
양정숙 "소비자 선택권 줄어…삼성전자 단말기는 80만 원 이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LG전자가 오는 7월 31일 휴대폰 사업을 전면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MC(스마트폰)사업본부의 전신 ‘LG정보통신’이 스마트폰 제조사업을 시작한 지 26년만의 일이다. 5일 업계에서는 MC본부 직원들의 거취와 향후 시장 재편 구도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연모 부사장, 직원들에 “미안하다”…에너지솔루션·전장·TV로 뿔뿔이
LG전자 MC본부 수장인 이연모 부사장은 이날 오전 직원설명회를 열고 사내방송을 통해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MC사업본부 소속 3400여명의 직원들은 사무실 TV를 통해 방송을 지켜봤다.
LG전자는 약 3500여 명 MC사업본부 직원들의 고용은 유지하되, 이달부터 부서 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7일부터 12일까지 LG에너지솔루션·LG이노텍 이동을 희망하는 직원들의 공모를 받고, 19일부터 순차 발령을 시작한다.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계열사 공모는 오는 13일까지 최대 6지망으로 신청 받은 후 상반기까지 최종 배치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전자에 남기를 희망하면 가전·TV·전장 부품·기업간거래(B2B) 부서로 이동된다. 대다수 기술직은 경남 창원의 가전 공장과 연구소로 배치될 예정이다. 단, 서비스센터 내 스마트폰 AS 담당 인력은 당분간 보직이 유지된다.
LG전자 관계자는 “MC본부 개별 인원들의 의향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며 “개인의 장기적인 성장 관점에서 효과적인 재배치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피쳐폰 제왕’ 영광은 어디로…스마트폰 초기 대응 부실탓 커
LG폰의 실패는 애플이 불러온 ‘스마트폰 시대’에 재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전자의 황금기는 범용 OS를 사용하지 않는 피쳐폰이 이끌었다. LG전자는 지난 2005년 초콜릿폰 1000만대 판매를 시작으로 샤인폰, 프라다폰 등의 히트작을 통해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이 2007년 iOS 기반의 아이폰을 출시, ‘스마트폰 혁명기’에 접어들 때도 피쳐폰을 고집하며 △뷰티폰(2007년) △아이스크림폰·오즈폰(2008년) △롤리팝(2009년) △롤리팝2(2010년) 등을 주력 상품으로 발표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갤럭시를 출시, 갤럭시 A에 이어 갤럭시 S시리즈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전력을 집중하고 아이폰의 경쟁 플랫폼 ‘안드로이드’를 개발해 애플과 경쟁 구도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LG 스마트폰도 초기 옵티머스부터 G2 제품의 성적과 노크온이나 세컨드스크린 등의 혁신적 시도는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초기 시장 대응 잘못으로 경쟁력을 잃고만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통사 재고털이 ‘고심’…정치권에선 삼성전자 독점 우려도
스마트폰 단말기 유통 채널인 이동통신사들은 ‘재고 처리’가 과제로 남았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창고와 유통망에 남은 LG폰 단말기는 30만대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이통3사가 재고털이를 위한 지원금 상향 또는 프로모션 등을 진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프로모션 날짜나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통신사들이 LG폰 판매 촉진에 나서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블랙베리와 비슷한 재고판매 루트를 밟지 않겠느냐”며 “블랙베리 재고는 2,3년 이상 남아 온라인 샵에서 마니아층에게 주로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삼성전자의 내수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새로운 공급처가 없는 한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선택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LG전자가 다양한 중저가 단말기를 전략적으로 공급해 왔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고가 단말기로 인한 가격부담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최근 출시되고 있는 단말기는 보통 100만원을 상회하는 가운데, 2019년도에 판매된 삼성전자의 단말기의 72.7%가 80만원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65%), 애플(20%), LG전자(13%) 순이다. LG폰이 사라지면 국내 안드로이드폰 진영은 사실상 삼성전자가 차지하게 된다.
한편, LG전자는 이날 통신사업자 등 거래처와 약속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5월 말까지 휴대폰을 생산하고 협력사의 손실에 대해서도 합리적 보상을 약속했다. 기존 사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사후 서비스 제공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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