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 해이가 근본 원인
3류 군대의 후진 조직기강
‘군 사법 체계’ 개혁을
억울한 죽음, 文의 현충일 사과
北에 요구조차 못한 한심한 정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군내 억울한 죽음과 부실 급식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공식 사과가 있었다. 실상은 참담하다. 군 지휘부의 보신주의와 후진적인 병영 문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매섭다.
최근 갈수록 심각해지는 군기 문란은 오래된 병폐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완된 분위기 등이 겹쳐 나타나는 것이다. 현 정부가 ‘평화’ 타령을 하면서 남북 관계 이벤트에 집착하고, 실기동 군사훈련을 소홀히 하면서 기강 해이를 더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북한 달래기에 매달리니 군인 정신이 바로 서겠느냐는 비판론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분야가 선진화됐지만, 유독 군대만큼은 후진적 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총체적 부실의 근저에는 군의 3류 조직문화가 있다. 문제가 터지면 “누가 알겠느냐”며 덮기에만 급급한 ‘폐쇄적 보신주의’, 영예는 상관이 챙기고 책임은 부하에게 돌리는 ‘비뚤어진 계급문화’, 시간만 지나면 만사 끝이라는 ‘군대식 시간개념’이 만연해 있다는 관측들이다.
조국을 믿고 군인의 길을 택한 전우를 버젓이 성추행하고, 그것을 조직적으로 은폐·회유한다. 천문학적인 국방 예산을 받아 쓰면서 사병들에게는 편의점 도시락만도 못한 급식을 준다. 순국선열들이 이런 군대를 보자고 그 소중한 피를 흘린 건 아니었을 것이다.
공군 참모총장 등을 문책하고 대통령이 말로 사과한다고 군 기강이 세워지는 게 아니다. 군기 문란의 근본 원인을 되돌아보고 잘못을 분명히 바로잡는 실천을 해야 강군을 만들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터진 곳에서 또 터지는 잘못된 구습과 악행의 근절이다.
일벌백계 시스템 관건
공군 여부사관 이모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의 여파가 일파만파다. 군 내부에 만연한 계급·남녀 성별 간 차별 및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사과와 공군참모총장의 사퇴는 뿌리 깊은 군 성폭력을 근절하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우선 가해자, 은폐 가담자, 지휘책임자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해야 한다.
성추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이 모 중사 사건은 은폐·축소·회유가 판치는 군의 후진적 조직문화를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상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드는, 부실한 식판을 보고 아들을 군대 보낸 부모 가슴을 찢어지게 만드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군대다. 현충원의 선열들 앞에 고개를 제대로 들 수 있겠는가.
얄궂게도 보훈의 달에 겪어야 하는 실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죽음으로 원통함을 호소하기 전에 군내의 신속하고 합당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일벌백계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적어도 이런 최악의 비극적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군 수사 시스템과 사법체계 전반의 개혁까지도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제2의 창군 각오로 환골탈태를
역대 육해공군 참모총장들이 개인 비리나 대형 인명 사고 등으로 임기 중 물러난 적은 있지만, 성폭력 사건 지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은 처음이다. 군 지휘부 모두 이번 사건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군 내 성범죄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7년에 해군에서 대령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군 대위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비롯해 잊을 만하면 재발해 왔다. 군 내 성범죄를 끊어낼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이 땅에서 나라를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분들의 인권과 일상을 온전히 지켜주는 것"으로 정의된 `보훈의 의미'를 군 수뇌부는 뼈아프게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는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군은 이번 사태를 사건 관련자 몇 명을 처벌하는 등 임기응변식으로 때우고 넘어갈 게 아니다. 제2의 창군을 한다는 각오 아래 환골탈태 시켜야 한다. 군 성범죄 척결은 물론이고, 군의 후진적 병영문화를 쇄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군 성추행 사건 처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군 경찰·검찰·법원 등 군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이 촉구된다. 전근대적이고 반인권적인 군 문화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뿌리 깊은 군 성폭력 근절 첫걸음
국민된 도리와 의무를 지키기 위해 징집된 병사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여군이 성범죄 피해로 목숨을 잃는 군대는 도저히 정상적인 군대라고 평가할 수 없다.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퇴했다. 성추행과 조직적 은폐, 보고체계 허점, 공군 군사경찰의 부실 수사 등에 지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그것으로 일단락될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 고위 지휘관 몇 명이 물러나는 것으로 마무리될 사안이 전혀 아니다. 뿌리 깊은 군 성폭력을 근절하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지휘관들의 시대착오적 인식, 견제와 감시가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 등 짚어야 할 대목이 한두 곳이 아니다. 시대에 뒤처진 병영 문화가 지속되면 젊은 세대 누가 군 복무를 받아들이겠는가.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비상한 인식을 갖고 병영문화와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군대에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군대가 마치 성범죄의 소굴인 양 인식된다면 이런 주장은 비빌 언덕 자체가 없게 된다.
최근 불법촬영 피해자 여군들이 군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시민단체에 제보한 것은 군 사법제도에 대한 군인들의 불신을 보여준다. 군 수사기관이 지휘관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군 성범죄를 뿌리뽑아야 할 것이다.
대표적 인권 사각지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한다. 최근 사태가 과연 군 내부 일각에서만 벌어지는 문제인지 극히 의심스럽다. 흔히 '옛날 군대'라고 부르는 시기의 낡은 유산과 악습이 여전히 남아 강한 힘을 발휘하지 않고서야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부실급식이나 성추행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구타·가혹행위, 불량 장비 납품, 병역 특혜 논란, 진급 비리 같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군 기강과 정신전력까지 해이해져 본연의 임무인 경계태세마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2년 전 공군 여장교가 상관의 강요·방조 속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으나,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인사 불이익만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방부가 감사에 착수한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군 치부를 덮자는 위로부터의 압박을 거부했다고 피해자를 따돌리고 불이익을 주는 군 행태가 개탄스럽다. 뿌리 뽑히지 않는 악습은 반복될 것이 뻔하다.
그동안 군은 대표적인 인권 사각지대였다. 상명하복이라는 특수성을 내세워 육체·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하급자들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해도 묵살하기 일쑤였다. 여군이 1만3000명이지만 여전히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하지 않는가 하면 그릇된 성(性) 인식으로 동료 여군을 바라보는 남성 군인들도 적지 않았다.
최근 군 부실 급식 사태도 숨기려다가 더 큰 문제로 비화됐다. 안보와 관련된 게 아니라면 군에서 생기는 일들도 최대한 투명하게 처리돼야 한다. 처벌이나 비난이 무서워 숨기고 왜곡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부실급식을 그냥 넘어가거나 다른 사람 있는 데서 보란듯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그것을 일사불란하게 은폐하는 것은 이미 정상적인 조직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일그러진 병영문화
이 중사가 지난 3월 회식 이후 남성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다음날 해당 부대 지휘관에게 보고했지만 가해자 조사가 이뤄진 것은 사건 발생 12일 후였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된 것도 15일이 지나서였다.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 다친다" "살면서 한 번쯤 겪는 일" 등 은폐·회유 압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부대 민간인 상담관에게 22차례나 상담을 받은 이 중사가 사건을 덮고 뭉개려는 군의 조직 문화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번 사건의 파문 확산을 막으려 집요한 피해자 회유와 조직적 사건 은폐가 시도됐다면 관련 책임자들을 가려내 필벌해야 한다. 그래야 군내 정의가 바로 서고 재발 방지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군내 젠더 평등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져야만 한다. 여성 군인들을 동료와 전우가 아니라 성적 대상화 하는 일부 남성 군인들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은 차제에 반드시 교정되어야 한다. 절도와 기강이 생명인 군대에서 상명하복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부하 여성 군인을 성추행하는 행위는 국가방위에 전념하라고 입혀준 제복의 의미와 가치를 더럽히는 행위다.
부실 배식 문제도 한시바삐 정상화해야 한다. 최근 부실하기 짝이 없는 음식으로 구성된 병사들의 식판을 셀프고발 형태로 접해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불편하다. 그것도 개선을 다짐했다가 재현되기를 반복해 실망을 키웠다. 밥과 반찬의 양은 그렇다 치고 한눈에 보기에도 질마저 형편없어 보인다. 한창 식욕이 왕성할 때인 20대 장정들에게 허기를 채우려면 대충이라도 끼니를 때우라는 얘기 밖에 안된다. 나라를 믿고 귀한 자식을 군대에 맡긴 부모들에 대한 배임 행위나 다를 바 없다.
강원지역의 육군부대에선 간부들이 따로 식탁을 사용하고, 식판은 물론 남은 음식과 쓰레기 등의 뒤처리를 병사에게 미룬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우리 군의 일그러진 병영문화의 또 다른 조각이다.
군 사법체계 개혁 시급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병영문화 개선 못지않게 시급한 일이 군 사법체계 개혁이다. 군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배경에 군 수사기관과 군사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식 수사와 솜방망이 판결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사실이다.
이번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건에서 보듯 사건 발생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81일 동안 군사경찰 등 사법제도는 전혀 제구실하지 못했다. 오히려 군은 한통속이 되어서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늑장 보고했으며, 부실 수사로 한몫했다.
군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조직의 폐쇄성에 기대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보고 또는 축소발표해온 잘못된 관행도 뜯어고쳐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군 내 성범죄 사건의 실형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군에서는 부대 지휘관이 군 검사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는데다 군사법원이 판결한 형량도 깎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수사와 합당한 처벌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수사 시스템 개편뿐 아니라, 군사법원 존치 여부 등 근본적인 문제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릴 필요가 있다.
우선 제도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군은 사건 발생 시 인사 불이익을 우려해 은폐하는 경향이 그 어느 조직보다 강하다. 따라서 사건을 정상적으로 처리할 경우엔 정상참작을 폭넓게 해주는 대신 은폐·축소에 대해서는 엄벌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또 국방부 내 인권기관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고 군 사법기관에도 외부 수사기관을 참여토록 해 신뢰를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낡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바꿔야
유족들이 성추행 상관이 2명 더 있다며 추가 고소장을 제출한 것을 볼 때 부대 내 추가 성추행도 배제할 수 없다. 군 검경 합동수사단은 이 사건을 원점에서부터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며 은폐·회유 가담자들은 고강도로 문책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낡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를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는 남성 중심의 폐쇄적인 군대 문화와 성범죄에 무기력한 군 사법제도도 개혁해야 한다. 지난 몇년 동안 ‘미투 운동’으로 사회 전반의 ‘성 인지 감수성’은 높아졌지만, 이 변화의 바람이 군대의 높은 울타리를 넘지는 못했다. 군 내부에서 군이 전쟁을 대비한 특수한 전문조직이라서 일반 사회의 원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참에 군 작전과 관련 없는 형사사건인 성폭력 수사는 민간 경찰에 맡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수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선 부대에 설치된 검찰부를 각 군 참모총장 소속의 검찰단으로 개편하는 문제도 더 이상 논의를 미뤄선 안 된다.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1심 군사법원은 국방부 장관 소속으로 이관하고 고등군사법원만 폐지하는 절충안도 충분히 논의해볼 여지가 있다. 국회에는 이미 지난해 5월 국방부가 발의한 ‘고등군사법원 폐지 법안’이 계류 중이다.
공정 담론이 시대적 화두가 된 상황에서 군이 특수성을 내세워 문제를 비켜갈 수 없다. 국회에 계류 중인 군 인권보호관 설치 법안에 대한 논의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
대대적인 의식 개혁 필요
군 병사들이 계속 폭로하는 부실 급식 문제까지 감안하면 이제는 인권이란 보편적 차원에서 군 문제를 바라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중요한 건 의식 개혁이다. 상명하복의 군대 질서를 인권 침해 허용으로 여기는 사고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계급은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위계일 뿐 인격의 서열은 아니다. 그런데 이 나라 군대에는 부하를 하인처럼 맘대로 할 수 있는 존재로 간주하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다. 따라서 국방부 장관은 전군 차원에서 대대적인 의식 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다.
군내 젠더 평등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도 시급해 보인다. 지난 몇 년 동안 ‘미투 운동’으로 사회 전반의 ‘성 인지 감수성’은 높아졌지만, 군에 대해서만큼은 논외로 치부한 경향이 없지 않았다. 여성 군인을 동료와 전우가 아닌 성적 대상화의 존재로 인식하는 일부 몰지각한 남성 군인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특히 남성 위주로 구성된 군 지휘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여전히 깨닫지 못한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군내 여성 인권 보호 등 병영문화와 생활 실태를 철저히 재점검해 남녀 군인 모두가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 받는 군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군 기강과 對北 자세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군 기강의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6·25 전범(戰犯)인 ‘북한’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5년 연속이다. ‘6·25’ 언급도 없었다. 현충일은 북 남침으로 6·25 참화를 당한 뒤인 1956년 전사자를 기리고자 제정한 날이다. 현충원에 잠든 영령도 대부분 6·25 전사자다. 이런 날에 국군 통수권자가 ‘북한’과 ‘6·25 남침’을 번번이 빠뜨리는 연설을 한다.
문 대통령이 추념사를 읽는 사이 현충원 안팎에선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는 시위를 했다. 문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북한 소행”이라고 밝힌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 남아 있는 국군포로들이 평안남도 탄광에서 강제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는 증언이 최근 나왔다. 1960년대 북한의 무자비한 숙청으로 일가족이 탄광으로 추방됐다는 탈북자는 최근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를 통해 당시 알고 지낸 국군포로 9명 실명과 이들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군포로 신원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며 여전히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정전협정 이후 68년 동안 북한에 국군포로 송환 요구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1994년 고 조창호 소위를 비롯해 2010년까지 총 80명의 국군포로 귀환이 이뤄졌으나 자력 탈출이거나 인권단체 도움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재작년 현충일에 6·25 남침 공로로 김일성 훈장을 받은 사람을 국군의 뿌리인 것처럼 추켜세웠다. 그해 스웨덴 의회 연설에선 “남북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이라며 명백한 남침인 6·25를 쌍방 과실인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비핵화 쇼’를 벌이는 사이 한미 훈련은 사실상 없어졌다. 국군은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 지킨다’는 오합지졸로 전락했다. 현충일에 천안함 용사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대통령은 군 성추행을 사과한다. 그 비정상적인 풍경이 참담한 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충일 서울도서관 외벽에는 6·25전쟁 생존 참전용사 131명 사진과 함께 '마지막 한 분까지 기억하겠습니다'는 문구가 내걸렸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조국의 부름을 받고 전쟁터에 달려간 국군포로들이 조국 품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 책무다.
시급한 과제 도덕 재무장
군은 대오각성하고 환골탈태하는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남녀 군인 모두가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는 병영문화를 만드는데 지금부터라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현시점에서 군이 공동선을 세우는 길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뼈를 깎는 쇄신밖에 없다. 피해자 회유 등 조직적 은폐에 관여한 책임자들도 일벌백계해야 한다. 공군참모총장 사퇴로 사건을 덮으려 한다면 더 큰 여론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이번에 제2창군을 한다는 자세로 군 문화 전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더 이상 국민에게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병사는 의무병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이다. 계급이 낮다고 차별하고 부당하게 처우한다면 이는 국민을 무시하고 국기를 흔드는 일이다. 특히 건전한 병영 문화 조성과 지휘관의 도덕 재무장은 시급한 과제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서 관련 법을 강화하고, 숙군(肅軍)과 신상필벌의 의지를 다져 군 기강을 바로잡아 나가야 할 때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