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OLED 대규모 투자 반성…"양산·물동량 미비했다…투자 원칙 세워"
中 업체 차별화된 POLED 기술력 강조…"LGD 3대 과제, 이제 본격 공급"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LG디스플레이가 4년 만에 분기별 최대 실적을 거뒀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적자만 거듭됐던 ‘대형 OLED’ 부문 수익성이 개선된 덕분이다. 올해 하반기부턴 해당 부문에서 사상 최초 흑자 전환도 예상된다.
28일 LG디스플레이는 실적발표회(컨퍼런스콜)를 통해 공개적으로 과거 투자 전략 실패를 반성하면서, 치고 올라오는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LG디스플레이만의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LGD, 성급했던 OLED 투자 반성한 이유…“이제 투자 원칙 세웠다”
“대규모 OLED 투자 이후 적절한 시점에 양산하지 못한 점, 물동 확보 등이 미비한 점 등으로 한동안 회사를 힘들 게 했다. (과거의 실수를) 투자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로 삼았다. 앞으로는 투자 집행으로 인한 수익성 확보 지연이 없도록 하겠다.”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서동희 전무
LG디스플레이의 적자는 상당 부분 OLED 때문이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3년 업계 최초로 OLED TV 패널을 양산한 뒤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관련 사업을 확장했다. 당시 5조 원을 투입해 중국 광저우에 세운 OLED 공장도 세웠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시장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업체에 포위되자, 레드오션을 떠나 차세대 시장인 OLED에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8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대형 OLED 생산에 드는 초기 비용이 워낙 높은 데다, 양산이 어려워 수율이 낮은 탓에 적자만 쌓였다. OLED로 쌓인 적자는 결국 ‘칼바람’도 불러왔다. LG디스플레이는 2년 간 전체 직원의 약 15%를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드디어 ‘OLED 불황’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부터 대형 OLED 사업 부문은 흑자로 전환되고, 오는 2022년엔 한 자리 수 중반(5%) 이상의 영업이익률까지 상승한다는 게 LG디스플레이의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2분기 양호한 실적은 LCD 시황 호조(LCD 단가 급증)뿐 아니라 OLED 사업 정상화의 성과”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LCD 점령한 中, 이젠 OLED까지 넘본다…LGD의 눈은 ‘P-OLED’에
“LG디스플레이가 연초 설정한 3개 과제 중 하나가 POLED의 턴어라운드다. POLED 사업 정상화를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 여러 가지 고생을 했으나 안정적으로 개발했고, 그 결과에 따라 품질과 수율 관점에서 이제는 본격적·전략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동희 전무
중국 업체들의 추격은 매섭다. LCD 시장은 이미 중국이 점령한 상태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TV용 중대형 LCD 패널 시장 점유율은 중국(BOE·BOE·CSOT·비전옥스·톈마 등)이 56%, 한국(LGD·삼성D 등)이 15%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OLED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BOE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모바일용 ‘플렉시블 OLED’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앞선 조사기관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엔 중국 BOE(30%)·차이나스타(12%)가 삼성D(31%)·LGD(8%) 대비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BOE는 올해 1분기 매출 77억 달러(한화 8조 8700억 원), 영업이익 14억 달러(1조 6100억 원)를 기록하며 업계 실적 1위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자사가 독점하고 있는 ‘TV용 대형 OLED’와 빠르게 성장 중인 ‘P-OLED(플라스틱올레드)’를 무기로 중국 기업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과 차량 등에 사용되는 POLED는 샌드위치처럼 유리로 감싸던 올레드 소재를 플라스틱 재료로 만든 제품이다. 원형 등 2차원 디자인에 주로 사용되는 기존 OLED와 달리, 벤더블·롤러블 등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활용해 범용성이 높다. 특히 최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웨어러블 등 고수익 제품군에 사용된다.
다만 POLED 관련 투자에는 신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거 OLED 대규모 투자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만큼, 이번엔 글로벌 시장 성숙도를 고려해 순차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 전무는 이날 “향후 있을 대규모 투자들은 철저하게 사전 검토를 바탕으로 우리가 충분히 역량이 확보됐는지, 수익성과 가능한 물량 확보 등을 면밀하고 냉정하게 검토해서 조건이 부합되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 1분기 영업손실 132억 원을 기록한 후 6분기 연속 적자를 거듭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 올해 상반기 에는 영업이익이 1조 2241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영업손실 8789억 원) 대비 2조 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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