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도 소용없네’…경차 시장 계륵된 모닝? [장대한의 데: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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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도 소용없네’…경차 시장 계륵된 모닝? [장대한의 데:자보]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08.02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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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레이, 경차 집안 싸움서 승기 잡았다…레이 ‘뜨고’, 모닝 ‘지고’
모닝, 지난달 2차 상품성 개선 이뤘지만 효과 ‘미미’…공간성 열세
계륵된 모닝? “고객 초기 구매 부담 덜어주는 모델 상징성 분명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자가 활동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이터로 동차시장 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 지붕 두 경차’ 기아 모닝과 레이 간 경쟁에서 레이가 확실한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지난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모닝이 판매 우위를 점했으나, 2021년 들어서부턴 레이의 역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차 시장 고객들의 선택 기준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옵션보다는 나만의 공간을 중시하는 활용성에 집중되고 있다는 평가다.

2일 기아 내수판매 실적 데이터에 따르면, 경차 레이의 올해 1~7월 누적 판매량은 2만9399대로, 전년 동기간 대비 12,6%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모닝 판매량은 14.8% 줄어든 1만4933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레이와 모닝간의 판매 격차도 2배로 벌어졌다. 사실상 레이가 경차 시장 대표 모델 자리를 꿰찼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두 모델간 힘의 균형이 깨진 것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부터다. 2020년까지는 기아 경차 연간 판매량 내 모닝의 경쟁력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당시 모닝이 차지한 판매 비중은 57.6%(3만8766대)로, 42.4%(2만8530대)의 레이보다 15%p 높았다.

하지만 2021년 들어 판매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레이가 연간 3만5956대를 팔아치우며 54.1% 점유율을 차지한 것. 지난해엔 레이의 판매 비중이 더욱 늘어 60.3%(4만4566대) 수준까지 올라섰다. 기아 브랜드 경차 구매 고객 10명 중 6명은 레이를 선택하게 된 셈이다.

더 뉴 기아 레이 '그래비티' ⓒ 기아
더 뉴 기아 레이의 디자인 차별화 모델 '그래비티'의 모습. ⓒ 기아

물론 올해도 레이의 시장 우위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레이는 7월까지 2만9399대가 팔리며 기아 경차 판매량의 66.3% 비중을 차지했다. 지금처럼 레이의 강세와 모닝의 약세가 지속된다면, 레이의 70% 비중 돌파는 시간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업계는 레이의 선전 배경에 박스카 특유의 우수한 공간 활용성과 이를 통한 다목적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레이는 코로나19 창궐과 함께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개인 차박이 가능한 가성비 모델로 유명세를 떨쳤고, 경상용차 다마스의 단종으로 인해 소상공인 수요까지 대거 흡수하는 등 나름의 호재를 누린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기아는 레이의 활약 덕에 경차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눈치다. 모닝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자칫 ‘계륵’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서다.

최홍석 기아 넥스트디자인외장1팀장이 4일 기아 인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더 뉴 모닝의 디자인 특징을 설명하는 모습.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최홍석 기아 넥스트디자인외장1팀장이 지난 7월 4일 기아 인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더 뉴 모닝의 디자인 특징을 설명하는 모습.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특히 지난달 모닝의 2차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를 반등 기점으로 삼았지만, 이렇다 할 시장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어 고민을 키운다. 디자인과 옵션 사양 강화를 이루며 눈길을 끌었음에도, 가격 상승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단적으로 풀옵션 모델 가격이 2000만 원에 달했다는 점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더 이상 ‘경차가 경차가 아니다’는 지적을 받는다. 

GM 한국사업장의 경우엔 일찌감치 경차 장사를 접은 바 있다. 스파크의 판매 저조와 수익성 확보 어려움이 맞물린 데 따른 결정이었다. 다만 기아의 경우엔 외주 생산을 통해 비용을 절약하는 등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차량 형태가 구분되는 모닝·레이 2개 차종을 계속 안고 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차 2000만 원 시대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사실상 경차 고객들이 풀옵션을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경제성을 고려해 선택하는 고객이 대부분인 만큼, 여전히 초기 구매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모델로서의 경쟁력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산업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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