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정치 거물들은 죽음의 문턱에 이르는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은 이들의 그릇을 더욱 키웠다. 정치적 에너지가 모였다고 할까.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과거 중앙정보국에 납치당해 현해탄에 수장될 뻔했다. DJ는 생전 당시 상황에 대해 “바닷물에 던져지기 직전, 갑자기 예수님이 옆에 서계셨다. 그 순간 펑소리가 나면서 나를 묶었던 정보부원들이 ‘비행기다’ 하면서 뛰어나가고 나는 살게 됐다”라고 전한 바 있다. 당시 체험은 훗날 DJ가 마주한 정치적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이 됐다. DJ는 전두환 정권에선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1969년 공업용 강력 초산에 ‘뼈까지 녹아’ 죽을 뻔했다. 괴한들이 자동차 문을 열고 강력 초산을 뒤집어씌우려고 했지만 다행이 문이 안 열렸다. 대신 자동차 철판이 부글부글 타들어가며 녹아 흘러내렸다.
YS는 1983년에는 23일간 단식을 통해 스스로 죽음 문 앞까지 다가갔다. 당시 평소 온순하게만 보였던 부인 손명순 여사가 병원에서 YS측근들의 멱살까지 잡으며 ‘남편을 살려라’라고 했을 정도였으니 상황이 심각했던 게 분명하다. YS의 단식은 민주화운동 세력을 결집시키는 분수령이었으며, 이후 YS의 정치 역정에 큰 힘으로 작용했다. 이 두 인물 말고도 죽음 문턱까지 간 정치인들이 많았고, 그 경험은 결코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로 작용했다.
지난 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죽음 문턱에 이르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얼마전 SNS에 “2022년 6월2일 오후에 안 의원이 쓰러졌고 심폐소생술이 진행됐으며, 구급차에 실려 분당제생병원 응급실로 갔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전당대회에서 안 의원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던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는 <BBS 라디오>에 나와 과거 안 의원이 심폐소생술을 받고 응급실에 실려 간 것은 사실이나 단순 과로 때문이었다고 ‘건강 이상설’을 부인했다.
안 의원이 심폐소생술을 받은 건 사실인 듯싶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됐지만 죽음 문턱까지 갔다 왔다고 할 수 있겠다. 중요한 건 이게 안 의원의 향후 정치 행보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이다. 심기일전의 계기가 되어 더 힘있는 정치행보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일으킨다.
안 의원은 지난 달 29일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했다. 이로써 그가 건강함은 입증됐다. 평소 마라톤을 해온 안 의원은 “고된 시간을 이겨내고 얻어낸 체력과 정신력으로 완주한 기쁨은 늘 제 삶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기록은 4시간33분04초다.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마라톤 풀코스를 뜀으로써 건강 우려를 일소한 안 의원, 요즘 그의 목소리에선 왠지 모를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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