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대신 카페 차려…브랜드 노출 최소화로 거부감 없애
문화행사·시승센터도 운영해 친밀도↑…고객 접점 차별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이 온라인 판매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업계 풍속도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객들이 차량을 구매하러 매장을 찾아오는 시대는 지났다. 이젠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접점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게 큰 과제가 됐다.
이에 수입차 브랜드 혼다코리아도 참신한 도전에 나섰다. 목 좋은 분당 한복판인 신분당선 정자역 앞에 판매 대리점이 아닌 '카페'를 차린 것. 지난해 일찍이 100% 온라인 판매 전환에 나섰던 브랜드이기에 선택 가능한 행보로 읽힌다. 판매 대신 고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지향한 혼다 커피 1호점 '더 고'를 지난 11일 직접 찾아봤다.
더 고는 입구부터가 천상 카페다. 하얀색과 샴페인골드 색상이 어우러진 간판 등의 꾸밈새는 디저트 맛집을 연상시킨다. 입간판에는 음료 메뉴만 빼곡히 적혀있다. 사전정보 없이 이 곳을 찾았다면, 카페 주인이 혼다코리아란 사실에 놀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눈썰미가 있다면 간판 끄트머리에 아주 작게 나있는 '혼다 모빌리티 카페' 영문명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혼다는 카페 인테리어에도 브랜드를 결코 강조하지 않았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일반 카페처럼 계산대와 커피머신, 메뉴판이 고객들을 반긴다. 평일 점심이 지난 시간임에도 카페 안은 삼삼오오 방문한 손님들로 활기가 있었다. 매장 안쪽에 진열된 어코드 차량 1대와 CL 바이크 1대를 마주해야만 이 곳이 혼다 브랜드의 공간임을 인식하게 된다.
더 고의 컨셉은 명확했다. 고객들에게 혼다를 드러내지 않고 은은하게 스며들도록 한 것이다. 명칭을 비롯해 내부 구성 등에 있어 브랜드 노출을 최소화하고자 했다는 혼다코리아 측 설명은 실제 눈으로 본 현장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혼다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아야, 고객들이 거부감없이 이 곳을 찾을 수 있다는 부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여기엔 딜러가 없고, 판매도 이뤄지지 않는다. 원하는 고객에 한해 설명을 도와줄 수 있는 큐레이터만이 상주한다. 자연스럽게 카페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아늑한 경험 등으로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1층엔 1억 원 넘는 비용을 들여 설치한 대형 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화려함을 더했다. 이 곳에서 고객 문화 행사를 개최해 나갈 방침이다. 앞서서는 임진한 프로골퍼의 강연과 어린이 대상 교통안전교육 등이 이뤄졌다고 한다. 카페 2층은 라운지처럼 꾸며져 보다 편안한 휴식이 가능하다. 카페는 연일 더워지는 날씨 때문인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수박 주스 등이 잘 팔린다고 한다.
180평 넘는 카페 한 켠에선 시승센터도 운영한다. 카페 1층 대형 스크린 밑에 나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건물 주차장과 연결된 공간에서 시승차량을 만나볼 수 있다. 실제로 시승 스케줄 예약 고객을 위한 오딧세이 차량이 대기 중이었다. 고객들은 3개 시승 코스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바이크도 타볼 수 있다. 시승 고객에겐 카페 음료가 제공된다. 평소 타보고 싶은 차량이 있다면 홈페이지로 예약해 시승도 하고 커피까지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혼다에 따르면 더 고 방문객 수는 지난 4월 27일 이후 약 한 달간 누적 4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중 시승은 250명 고객이 참여했다. 임대료를 비롯해 시승센터 운영 등으로 인해 비용 지출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혼다는 더 많은 고객들과 만나고자 카페 운영을 장기적으로 지속해 나가는 게 목표라 한다.
혼다코리아 스스로도 더 고 운영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한 관계자는 "더 고를 통해 혼다만의 생각들을 현실화했다. 그리고 도전에 나섰단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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