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 시행 코앞인데…거래소들, 준비금 확보 ‘속앓이’ 사정은
스크롤 이동 상태바
가상자산법 시행 코앞인데…거래소들, 준비금 확보 ‘속앓이’ 사정은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4.07.04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19일 가상자산법 시행…예치금 이용료·준비금 등 투자자 보호 초점
원화거래소 “준비금 적립방식 미정…관련 보험 아직까지 출시 안 된 탓”
업계 관계자 “법 시행 이후 불안요소 점차 사라질 것…투자 활성화 기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가상자산법이 이달 1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픽사베이
가상자산법이 이달 1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픽사베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의미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 시행이 눈앞에 다가왔다. ‘투자자 보호’라는 법의 주된 취지에 맞춰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하는 원화거래소들의 마음이 급해질 법하다. 다만, 마음 같이 발걸음에 속도가 나진 않고 있다. 해킹 등 사고 발생 시 보상을 위한 준비금 마련 방안도 아직 결정하지 못 한 것으로 파악된다. 가상자산 보험이 지금껏 출시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에 한몫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자산법이 이달 19일 시행된다. 국내 첫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이 설립된 이래 11년 만에 관련 법이 생기는 것이다.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자 보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으로,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 그리고 가상자산사업자의 감독 및 검사 등 세 가지 내용을 골자로 한다. 3년 전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가상자산법은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법안이다.

이번 법안에는 단순 보호 외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항도 담겼다. 바로 예치금 이용료다. 예치금이란 이용자가 거래소에 맡긴 돈으로, 가상자산 매수를 위해 고객이 거래소의 계좌로 이체시킨 돈을 뜻한다.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거래소들은 여태껏 고객들과 나누지 않아도 됐던 예치금 이용료를 그들에게 일정액 지급해야 한다. 지난 1월 기준 업계 1위 거래소 업비트의 고객 예치금은 6조 원을 웃돈다.

 

콜드윌렛 보관 후 나머지 위탁 가상자산의 최소 5% 규모 준비금 마련해야


2021년 시행된 특금법에선 거래소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의무를 부과하진 않았다. 단순히 고객 예치금을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과 원화 자금으로 분리해 보관, 즉 별도 계좌에 예치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가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생겼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준비금(적립금)이다. 가상자산법이 시행되고 나면 거래소들은 보유 중인 가상자산의 80%(기존 70%) 이상을 비교적 안전한 ‘콜드월렛(인터넷과 분리된 별도의 지갑)’에 보관해야 한다. ‘핫월렛’에 보관되는 그 나머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보관 금액의 최소 5% 이상을 보상한도로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마련해둬야 한다.

예를 들어 A 거래소가 보관 중인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가 10억 원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90%를 콜드월렛에 보관하기로 결정했다면, 핫월렛에 보관돼 있는 가상자산은 1억 원(경제적 가치 10%)일 것이다. 그렇다면 거래소는 이 금액의 최소 5%(500만 원)를 준비금으로 마련하거나 보험 가입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만약 거래소 측에서 적립액을 50%로 결정했다면 준비금 또는 보험가입 금액은 5000만 원이 된다.

거래소마다 위탁 중인 가상자산의 수가 다르다 보니 마련해둬야 하는 준비금 액수도 다르다. 각 거래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원화거래소 5곳에서 고객이 위탁해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값어치는 △두나무 55조5352억 원 △빗썸 13조8508억 원 △코인원 1조7675억 원 △코빗 8921억 원 △고팍스 1361억 원이다.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하는 가상자산과 적립금을 각각 최소치 적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위탁 가상자산이 가장 많은 두나무는 5553억 원을, 가장 적은 고팍스는 13억 원을 준비금으로 쌓아야 한다.

 

현금 적립과 보험 가입 中 선택해야…“출시된 보험상품 없어 결정도 아직”


현재까지 적립방식을 확정지은 거래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금과 보험가입 중 어떤 방식을 통해 준비금을 마련해둘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앞서 언급한 5곳 거래소 모두가 공통적으로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법이 제정된 이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거래소들이 법에서 요구하는 준비금 적립 방식을 정하지 못 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직 가상자산 보험이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자체적으로 적립금이 아닌 보험에 가입키로 결정했더라도 당장 보험 가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거래소에서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된 보험 상품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만족할 만한 보험 상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자금이 부족한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오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거래소 중 준비금 부담이 가장 덜한 곳은 두나무로, 올 1분기 기준 준비금으로 활용 가능한 이익잉여금이 3조 원이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두나무가 아직까지 적립방식을 확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보험 가입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코빗과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경우에는 보험 가입이 점쳐지는 거래소다. 이익잉여금이 바닥나 결손금으로 전환된 상태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코빗과 고팍스의 결손금은 각각 312억 원, 1255억 원이다. 특히 고팍스는 결손금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 가능한 자본잉여금(243억 원)보다 많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코빗과 고팍스 관계자는 “준비금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각각 전했다.

 

‘상폐 증가 가능성’에 투심 꺾일까…“불안요소 감소가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것”


준비금 마련부터 예치금 이용료 지급까지 신경써야 할 사항들이 늘었다는건 거래소들 입장에서 확실히 스트레스다. 그럼에도 이들 거래소는 가상자산법을 반기고 있다. 관련 법 시행이 제도권에 발을 들여놨다는 신호로 작용, 투심 자극에 따른 거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어서라는 게 그 이유다.

다만, 우려도 없진 않다.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보다 까다로워진 규정을 충족하지 못 하는 알트코인이 대량 상장폐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거래소는 매 분기 상폐 여부를 결정짓는 심사를 해야 한다. 심사항목으로는 발행주체의 신뢰성, 이용자보호장치, 기술·보안, 법규준수 등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코인은 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상폐 여부가 결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몇몇 코인 발행사들의 프로젝트(발행·유통 등)도 처음에는 괜찮았다가 갈수록 불안해지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가상자산법이 시행되면 이 같은 불안요소가 사라질 것이고, 결국 시장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기에 거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특금법이 시행되기 전 이른바 알트코인이 대량 상폐된 사례가 있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맴도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그러나 가상자산법 시행 후 6개월 동안은 심사 유예기간이다. 부실 코인이 만약 존재한다면 이 기간에 보완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자산운용·가상자산 담당)
좌우명 : 닫힌 생각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