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봉·곽수근 “시장 실패, 동반성장 철학으로 극복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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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봉·곽수근 “시장 실패, 동반성장 철학으로 극복해야 ”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2.06.13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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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포럼(82)]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9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 87회 동반성장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안지예 기자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양극화, 저성장 시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ESG가 단순히 기업 경영 전략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 따라 영역을 확장하고, ‘동반성장’의 일환으로 신자유주의 부작용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열린 제87회 동반성장포럼 강연은 '동반성장으로서의 ESG'가 공통된 화두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동반성장의 철학적 기초'(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내가 바라본 동반성장'(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두 가지 강연이 진행됐다.

먼저 발표에 나선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철학자, 경제학자들의 이론에 빗대 현재 동반성장의 의미를 짚어봤다. 김 위원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의 현문을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애로 교수는 '만일 내가 나를 위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위하겠는가. 하지만 내가 남을 위하지 않고 나만을 위한다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 위원은 “나를 위해 사회를 무시하거나 사회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극단은 배제되고 나와 사회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하는 게 바로 경제학의 임무”라고 말했다.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를 이분법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문제도 지적했다. 김 위원은 “애로 교수의 견해로부터 유추할 때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원인은 우리의 시스템이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사회적 책임을 제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정신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담 스미스에 의하면 개인의 내면엔 ‘공정한 관찰자’가 존재한다. 각 개인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하는 가운데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사회의 도덕적 한계 내에서만 추구한다는 개념이다. 김 위원은 “신자유주의 위기는 지나친 탐욕을 추구하려는 통제되지 않은 욕망에서 비롯됐다”며 “동반성장 부재가 빚은 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뜨거운 화두인 ESG 역시 그 근본정신은 사회적 책임이라고도 설명했다. 김 위원은 “1700년대부터 경제, 철학적으로 논의된 사회적 책임을 일반 기업이 시장에서 이행해보겠다는 것이 바로 ESG”라며 “ESG가 추구하는 가치는 동반성장이고, 동반성장은 ESG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E와 S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서의 G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9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 87회 동반성장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안지예 기자

두 번째 강연에 나선 곽수근 교수는 경영학자이자 동반성장위원회 참여 경험 등을 바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문제에 관해 다뤘다. 곽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은 동반성장이 등장한 시대적 배경”이라며 “전(全)세계적 양극화 문제와 궤를 함께 하는데 특정 대기업으로 혜택이 몰리고 중소기업엔 상대적으로 과실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반성장의 궁극적 목적은 건강한 기업생태계 구축이다. 이를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과제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우선 대기업에 대해 곽 교수는 “동반성장을 위해 가치체계를 바꿔야 한다”며 “단기적,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경영철학, 회사 비전 등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철학을 녹이고 임직원 성과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과제는 스스로의 경쟁력 향상 노력과 함께 경영자의 철학, 중소기업과 중소기업간·중소기업과 공공기관간 협력체계 구축이라고 봤다. 곽 교수는 “중소기업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경영자”라며 “중소기업을 위한 많은 기관이 있는데, 각 기관과 기업들의 연계가 잘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더 중요해졌다고도 설명했다. 실제 최근 시장은 이해관계자 중심 자본주의, 단기 이익보단 장기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는 “글로벌 대기업은 자신만 잘해서는 ESG 평가를 잘 받을 수 없다”며 “공급 사슬망에 있는 협력업체의 탄소배출, 폐기물, 수질, 안전, 노동 등에 대해서도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역할 확대도 주문했다. 곽 교수는 “동반위가 다루는 문제는 여전히 협력업체와의 거래조건에 머물러 있다”며 “환경 변화에 맞게 동반성장의 영역이 확대 조정되고 동반위 역할도 재정립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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