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마이 웨이’를 접하며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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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마이 웨이’를 접하며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4.02.04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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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유혹에 ‘지금 일이 재밌다’”
“영입작업 계속되자 ‘아들 걸고 정계진출 않는다’” 
“법조계, 학계, 언론계 ‘권력바라기들’ 본받을 만”
“그렇게도 자기 일에 만족 못 하나...
특권 많고 편안한 의원직 매력에 끌려?”
“백, 초지일관해 젊은이들 귀감 됐으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 뉴시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는 최근 정계 진출에 뜻이 없다고 못박았다. 사진은 백 대표가 2021년 9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농협-BGF리테일-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는 이제 웬만한 연예인이나 정치인 이상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졌다.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영입을 시도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고 한다. 유혹이 계속되자 백 대표는 “아들 걸고 정치 안 한다”라며 정계 진출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요리연구가로, 영세식당 도우미로, 한식 보급자로 국내외 곳곳을 누비며 활동할 때 보여준 것처럼 태도가 분명해서 보기에 좋다.

권력욕에 눈먼 사람들

사실 그런 게 화젯거리가 되는 사회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건 병든 사회의 모습이다. 어쩌다 그런 경우가 있을 수는 있어도 이른바 사회 상층부를 이루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 많은 이들이 틈만 나면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우리 사회는 병든 게 분명하다. 

그들이 정계로 진출할 때 흔히 하는 말 중 하나가 ‘사명감’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제 그 빤한 거짓말을 믿지 않는다. 권력욕과 편하고 좋은 직업으로의 안착이 그들의 진짜 목표라는 걸 이미 한참 전에 알아버렸다. 또 설사 초심이 그렇더라도 정치권 분위기에 휩쓸리며 금세 오염되는 모습을 국민들은 수도 없이 목격해 왔다. 

그들과 함께 일했던 직종의 사람들은 정계 진출자들의 ‘진심’을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한 배신감까지 느끼기 십상이다. 그들의 진심이 뭐든 간에, 그 직종이 그들의 정계 진출을 위한 디딤돌이 됐다는 점 때문이다. 후배나 동료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서 나간 경우보다는 정치권에 충성한 대가로 나간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특히 전직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도 어쩌면 한참 전 얘기인 듯하다. 어느덧 우리 사회는 모든 직종에서 유능한 인재들의 정치권 입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됐다. 좋든 싫든 그게 현실이며, 그래서 정계 진출자들은 국민에게 충성하기보다는 악착스레 당에 충성하고 계파 ‘두목’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게 된다. 

그렇게 법조인들이 정치 바라기가 되니 사법 질서가 허물어졌고, 학계에서는 ‘폴리페서(정치교수)’가 양산됐으며, 언론계에서는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원칙에 충실하기보다는 네 편과 내 편의 편을 드는 경우가 일상사가 됐다. 

심지어 가장 순수해야 할 문화예술인들까지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계 진출하는 예가 빈번해져 온 나라가 정파 간 소모적 논쟁으로 날을 지새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풍토에서 각 분야 노벨상을 꿈꾸고 사법 정의를 바라고 공정 언론을 희망하는 일은 모두 헛꿈이 될 터다. 

일찍이 그런 사정을 잘 알았기에, 정치권 진입 권유를 사양한 사려 깊은 인재들도 간혹 있긴 했다. 공직자 중에서도 끝까지 제자리에서 버틴 사람들이 있었고 민간 분야에서도 정치권의 유혹을 물리친 이들이 있었다. 요즘엔 백종원 씨가 그런 경우로 보여 그의 장인(匠人) 의식을 응원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백종원 씨의 총선 출마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한 석이 아쉬운 여야가 군침만 삼키고 있을 것 같지도 않아 께름칙한 구석이 전혀 없지는 않다. 백종원 씨가 출마하면 웬만한 지역, 심지어 여야 험지에 반대당 후보로 나가더라도 당선 확률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인(匠人)이 존경받는 사회 

그러나 한 발 떨어져서 보면, 그런저런 논의는 정치꾼들과 정치에 함몰된 사람들끼리의 얘기일 뿐이다. 누구 말처럼 우리 서민들은 정치권 생각처럼 총선이나 정치에 목매지 않는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이 ‘국민들도 그러려니!’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서민들은 정치 분야보다는 날로 치솟는 설 물가, 집값 불안정, 그리고 백 대표가 보여주는 스페인 등지에서의 한식당 성공 사례 등 일상사에 관심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일이 재미있어서(정치할 생각 없다)”라는 백 대표의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백 대표는 그의 본업인 ‘사람들이 잘 먹도록 하는 일’ ‘영세식당 성공 도와주기’ 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바로 장인 정신이다.   

교수들이 어쩌다 당 비상대책기구나 공천위 등에 들어가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국회 상임위 중 법사위도 있으니 법조계 출신들의 국회 진출도 필요하긴 하다. 대언론 관계나 홍보업무를 위해 언론계 출신의 정계 진출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겠다. 

그러나 너도나도 목매기 때문에 손가락질받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치 쪽 소질 없는 이들은 끌려들어 갔다가 별로 버티지도 못하고 쫒겨나오기 일쑤다. 허송세월한 셈이니 개인의 비극이고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에서 이용만 당하고 금세 퇴출당한 이들이 많았던 특정 직종을 꼽지는 않겠지만 잠깐만 되돌아보면 이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버티더라도 제 ‘천직’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스트레스 많이 받으며 불행하게 일한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다. 

장인이 존경받는 사회, 국회의원은 특권을 내려놓고 주로 봉사하는 이상적인 사회!  
백 대표의 ‘마이 웨이’ 선언을 접하며 이루기 어려운 그 꿈을 다시 꿔봤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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