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사 올립니다!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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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인사 올립니다!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12.31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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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선생님들, 올해 대치동을 많이 떠나셨으면”
“판사님들은 더 이상 ‘지연된 정의’ 없게 해 주시기를”
“존경하는 기업인들께는 올해도 넉넉한 먹거리를 부탁함” 
“尹 대통령, 국민들 기준에서 공정과 상식 성취해 주기를”
“백범의 ‘아름다운 나라’가 많이 생각나는 요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 유니세프광장에서 열린 억새 아기용(미르) 점등식에서 여의주 모양 전구가 밝게 빛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 유니세프광장에서 열린 억새 아기용(미르) 점등식에서 여의주 모양 전구가 밝게 빛나고 있다. ⓒ 연합뉴스

새해는 언제나 희망으로 시작한다. 지도자들은 저마다 희망의 메시지를 내보내고 언론은 앞다퉈 붉은 일출 사진에 희망의 언어를 곁들인다. 정초(正初)의 희망엔 예외가 없다. ‘시사 오늘’ 독자들도 큰 복(福) 받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올해는 갑진년(甲辰年) 청룡(靑龍)의 해다, 푸른 색깔의 용, 청룡은 동방의 수호신이란다. 이 새해 아침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청룡 꼬리에 매달려 국운 상승,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해 본다.

올해 ‘우리들’에게 바란다 

해돋이 행사에 몰려드는 인파가 마스크를 벗었다. 몇 년 만인가. 마스크 벗은 저 민낯들처럼 거짓 없는 얼굴, 거짓 없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은 나라의 지도자급이나 입에 올릴만한 얘기다. 우리 서민들은 그저 나와 내 집안이나 잘 먹고 잘살기를 바라면 그만이다. 필자가 거창하게 국태민안까지 기원하게 된 건 지난 몇 년 나라가 너무 혼란스러워서다. 난리라도 난 듯한 심한 정쟁이 매일 우리들 일상까지 흔들어왔기 때문이다.  

올해 정치인들에게는 큰 거 바라지 않는다. 제발 나라 어지럽히는 짓들이나 자제해 주길 바랄 뿐이다. 정치 선진화라든지 여야 협치, 국가백년대계 같은 거창한 목표는 처음부터 아예 세우지 말도록. 그냥 5류로 가되, 딱 한 가지. 제발 거짓말이나 하지 말았으면. 아니, 거짓말을 줄여줬으면 한다. 국민을 속이고 저 자신을 속이는 일을 좀 줄여달라는 바람이다. 거짓말과 정적을 무고(誣告)하는 습성만 웬만큼 버려도 대한민국 정치는 한참 선진화할 수 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딱한 말이라고? 꼭 1년 전인 2023년 연초, 많은 국민이 새해에 희망했던 목소리를 다시 들어보기를 바란다. 지난해 1월 1일 자 이 칼럼란에서는 “올해엔 거짓 없는 환경서 편하게 살고파”라는 제목으로 국민들의 그런 목소리를 담아냈었다. 오죽하면 똑같은 주제의 칼럼을, 그런 ‘세상 물정 모르는 얘기’를 2년 연속으로 내보내겠는가. 

‘거짓 없는 환경’은 커녕 진짜를 가려내기가 지난해에 더욱 어려워졌다. 당신들로 인해 국민들이 거짓말에 무신경해질 때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진실의 영역조차 점차 모호해지는 무서운 ‘탈진실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십중팔구 헛수고가 될, 헛말씀이 될 정치인들에 대한 소망은 이쯤에서 접자. 

존경하는 기업인들과 근로인들은 올해도 우리를 잘 먹여주실 것으로 믿는다. 비록 안팎의 환경이 만만치는 않아도 수십 년간 다져온 근면과 성실의 힘으로 국민 먹거리를 챙겨주실 거로 생각한다. 정치는 5류 이하로 추락 중이지만 기업과 근로인들 수준은 이미 1류 그룹에 합류했다고 본다. 다만 국민들이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경제, 기업의 수준은 이미 K팝, K드라마처럼 일류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올해 시민운동의 큰 방향도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본다. 

판사님들이 더 이상 지연된 정의가 없도록 해주시면 얼마나 고마울까. 의사 선생님들이 세속적인 명성이나 치부에 너무 집착하는 대신 가끔은 히포크라테스를 기억해 주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선생님들은 대치동의 돈 잘 버는 학원가에서 원래 계시던 곳, 학생들과 함께 숨 쉴 각급 학교로 되돌아가시면 어떨까 싶다. 그게 원래의 ‘훈장(訓長)님’ 모습일 텐데..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점차 기대를 저버리는 모습의 윤석열 대통령에겐 초심(初心)을 일깨워드린다. 어느새 공정과 상식은 검사 집단과 윤핵관 집단의 전유물로 변질돼 가는 모습이다. 그건 검찰총장 옷을 금방 벗은 자신을 국가지도자로 세워준 국민에 대한 보답이 아닐 뿐만 아니라 좋은 정치도 못 된다. 

좋은 이미지의 검사로 그냥 남아있어야 했나? 좋은 검사의 이미지를 뛰어넘어 남은 기간에 ‘성군’으로 자리매김하는 건 대한민국의 소망이기도 하다.  

끝으로 북한의 지도자들에게 당부 말씀을 드린다. 이제 대한민국을 ‘어찌해보겠다’는 망상에서는 깨어나도록. 수십 년 동안 그만큼 헛발질해 왔으면 이제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핵에 기댈 게 아니라 정상적으로 인민들 잘 먹여 살릴 궁리를 하는 게 ‘지도자 동지들’께서 할 일이다. 

연초에 또 한번 도발해 보겠다고? 언제까지 지구촌의 ‘촌 분’으로 남아있을 건가. 동족으로서 이젠 안타깝기까지 하다.  

X세대의 새해 과제

지구촌 곳곳에서 싸움질이 끊이지 않는 요즘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 자주 생각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백번 공감했던 말씀이다. 금수강산(錦繡江山)! 문화강국! 

그는 “우리의 경제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군사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희망했었다. 

그러나 백범의 그 시대로부터 세상이 참 많이 변해왔다. 높은 문화의 힘을 갖기 위해선 경제력과 군사력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시대가 됐다. 코사크의 유산이 러시아군의 폭격과 탱크에 짓밟히고, 예루살렘 일대 기독교 유적지와 문화가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싸움으로 사라지고 있다. 세계 문화의 중심도 어느덧 유럽 일대에서 뉴욕 등지로 옮겨갔다. 

우리의 금수강산과 고유문화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강국으로 가는 길도 함께 도모해야 하는 게 여전한 ‘지구촌 정글’의 현실이다.   

조금 다른 얘기 하나. 굳이 강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나라 모양 유지를 위해선 인구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다. 지난해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는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이었다. 저출산으로 애먹는 한국에 좋은 기운이 들어오기를 기원했으나 결과는 거꾸로, 사상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말았다. 난감한 일이다.  

새해 인사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젊은 분들께 당부한다. 자신들과 대한민국을 위해, 아무쪼록 결혼 많이 하고, 애 많이 낳으시기를!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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