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슬기 기자)
2012년의 ‘안철수 열풍’이 2017년에도 재현될 수 있을까?
이번 대선 경쟁 구도를 보면 한국의 정치지형이 변해도 크게 변한 것 같다.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기존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구도가 무너지고 ‘진보와 진보’의 대결이 형성되면서다. 특히 중도보수층은 기존의 보수 후보 대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로 집결하면서 양강 구도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중도’를 표방해 온 안철수 후보의 정책 노선도 보수층의 이동과 함께 ‘오른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안철수 후보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표도 함께 따라다니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야권 후보의 정책 노선이 왼쪽과 오른쪽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보’ 문제에 대한 안 후보의 오락가락 행보는 더욱 의문을 갖게 한다.
안 후보는 2012년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일관되게 ‘안보는 보수’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가 ‘사드 배치(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작년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안 후보는 국회 비준은 물론 국민투표까지 제안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의 안보 이슈에서도 반대의 스탠스를 취했다.
그런데 이랬던 그가 사드배치 ‘찬성’ 쪽으로 입장을 급선회했으니 국민들은 어느 쪽이 진짜인지 알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안 후보는 사드배치에 대한 ‘상황의 변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여전히 수긍하기 어렵다.
여기에 대북정책에서도 그의 정체성은 모호하다. ‘DJ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말과 달리 실제 그의 정책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안 후보도 지난 13일 대선주자 TV 토론에서 “DJ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이냐”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회피하기도 했다.
그는 “대화를 병행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든다는 궁극적 목적에 동의한다”며 “모든 정책은 공과가 있다. 잘된 점은 계승하고 잘못된 점을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 저는 대화를 통해 평화를 만드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고만 답했다.
2017년의 ‘안풍(安風)’이 미풍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
안 후보의 말대로 ‘상황이 변해서’ 입장이 바뀌었다면, 이를 유권자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놓고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고 이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안 후보의 태도는 유권자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줄 뿐이다.
안 후보를 향한 선택이 단순히 ‘보수의 대안’이거나 ‘기존 야당 세력의 대체’ 요구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새 정치’를 향한 유권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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