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디젤게이트부터 고무줄 할인 정책, A6 시동꺼짐 결함을 비롯한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한국 고객들에게 지탄받았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이미지 회복에 성공한 모습입니다. 공격적인 신차 출시와 신뢰 회복 의지를 내세우며 뚜렷한 실적 확대를 이루고 있어서입니다.
지난해 판매량만 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아우디·폭스바겐 브랜드 합산 기준으로 4만3128대를 판매하며, 2019년 2만440대 대비 두 배가 넘는 111.0%의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폭스바겐의 티구안·제타 등 가성비 라인업이 수입차 대중화를 이끄는 한편, 아우디 A6와 Q5 등이 프리미엄 시장 수요를 견인하며 투트랙 전략을 훌륭히 소화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같은 성공가도에도, 아우디폭스바겐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 붙고 있습니다. 오명으로 얼룩졌던 과거를 청산한 듯 보였지만, 여전히 고객 신뢰와는 거리가 먼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어서입니다.
새해 벽두부터 논란의 중심에 선 모델은 아우디 'e-트론'(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입니다. 1회 충전주행거리(항속거리)와 관련한 인증 상의 문제가 뒤늦게 밝혀진 건데요. 배터리 완충 시 저온에서 306km(상온 307km)를 달릴 수 있다던 공인 수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입니다.
저온 상 1회충전거리 인증 오류가 발생한 배경에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해 미국 규정에 따른 측정치를 환경부에 제출한데서 비롯됩니다. 미국의 경우 저온 주행거리 측정 시 히터 기능 중 성에제거만 작동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히터 전 기능을 최대로 작동한 상태에서 측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e-트론의 상온 주행거리는 국내 측정값을, 저온 주행거리는 미국 측정값을 따른 것인데요. 이를 통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e-트론의 저온과 상온 환경에서의 주행거리 차이가 1km밖에 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단순 행정 상의 실수로 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배터리 효율을 과대 포장하려 했다고 의심받기에도 충분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의 겨울철 배터리 효율 저하는 피할 수 없는 기술적 문제입니다. 이에 모든 모델들은 10~20%의 격차를 보이는 저온과 상온간 주행거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산 대표 모델인 코나 EV만 보더라도 1회 충전주행거리 범위가 310.2km(저온)~405.6km(상온)로 나타납니다.
물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습니다. 뒤늦게라도 오류를 바로잡으려 한국 규정에 따른 측정 방법으로 시험한 자료를 환경부에 다시 제출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지난해 7월 선보인 e-트론의 인증값을 주행거리가 크게 줄어드는 겨울철에 접어들어서야 바로잡으려 했다는 점은 여전히 찜찜한 인상을 남기네요.
더욱이 e-트론의 지난해 판매 물량 대부분이 출시 직후인 7~8월에 소진됐음을 상기하면, 인증 오류 피해는 결국 잘못된 정보를 믿고 e-트론을 서둘러 구매한 한국 고객들의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환경부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니 결과를 지켜봐야 겠네요.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실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배출가스 조작으로 홍역을 치렀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e-트론 엉터리 인증 논란마저 불거진 지금, 변명의 여지는 없어보이네요. 한국 시장을 판매 기지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면, 말로만 신뢰회복이 아닌 진정성 있는 태도를 하루 빨리 보여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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