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최단기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웠던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저서 제목이다. 1989년 8월 이 책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유행어가 됐고, 기업가 정신을 대표하는 명언 반열에 올랐다. 더불어 젊은이들의 가슴도 달궜다. 그 시절 대우그룹의 위상은 대단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책이 출판될 당시 대학 1학년이었던 젊은이들은 이제 5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그렇게 30년이 훌쩍 넘은 2023년 5월, 대우건설 세포 깊은 곳에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DNA가 다시 꿈틀거리는 것 같다.
그 동안 대우건설은 힘든 과정을 거쳤다. 재정 문제로 오랜 기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다가 지난해 3월 중흥그룹에 편입됐다. 이런 대우건설이 지난 해 연결기준 매출 10조 4192억 원, 영업이익 7600억 원, 당기순이익 5080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건설업계 전반 상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나온 기록이기에 눈길을 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4조 1295억 원을 신규 수주했다. 누적 수주량은 무려 45조 545억 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신규 수주액만 4조 1704억 원이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은 예년과 달리 올해 해외수주 목표를 전년보다 높게 잡는 등, 공격적으로 해외수주를 늘려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대우건설의 사업영역 확장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례로 새로운 성장동력인 SMR·UAM 사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SMR은 출력 규모 300㎹e 이하의 소형모듈원자로다. 기존 대형 상용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나고 방사성 폐기물 생성에도 효율성이 높다. 그 만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확대될 전망으로, 대우건설로서는 새로운 기회를 마주한 셈이다.
역시 대우건설이 힘을 쏟고 있는 UAM 시장도 자율주행차와 함께 미래형 모빌리티 사업 분야로 꼽히며 주목받고 있다. UAM 사업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3차원 도심 항공 교통체계로, 도심 상공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차세대 교통체계다. 이미 대우건설은 2010년대 후반부터 드론과 수직이착륙기를 현장에서 운영하는 등 관련 사업분야에 먼저 발자국을 찍었다. 2020년에는 드론 제조 기업인 ‘아스트로엑스’와 ‘휴맥스EV’ 지분을 각각 30%, 19.9% 확보했다.
얼마 전엔 글로벌 해상풍력 전문 개발회사인 코리오제너레이션(Corio Generation)과 해상풍력 발전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해상풍력발전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인 코리오제너레이션과의 협약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은 물론, 탄소중립의 새로운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점점 스마트해지는 대우건설의 모습도 눈을 즐겁게 한다. 대우건설은 중흥그룹에 편입된 직후부터 디지털 관련 전담팀을 신설해 디지털혁신을 추진했다. 지난 4월에는 건설현장 정보를 디지털화해 원가 투명성 확보와 시공 오류를 최소화한다는 목표로 주택건축BIM팀을 조직했고, 플랜트사업의 수행역량 고도화를 위해 디지털전환 기반의 EPC통합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엔 업무 프로세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내 업무용 챗봇 서비스인 ‘바로봇’을 도입했다. 바로봇은 1:1 비대면 업무 수행 형태로 설계되어 24시간 동안 신속하게 업무 처리를 진행할 수 있다. 당장은 IT, 총무, 인사, 복리후생 등 업무 지원 부문에서 역할하며, 이후에는 다양한 업무시스템과 연계해 수행 범위를 확장하고 챗GPT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적용해 최적화된 개별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위에서 열거된 몇가지 대우건설 움직임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더불어, 이 움직임들은 글로벌 영토 확장과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 강화, 그리고 조직의 스마트화로 정리될 수 있을 듯싶다. 특히 조직의 스마트화는 조직이 젊어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가 가능하다.
1년 전이다. 대우건설 백정완 대표이사는 지난 해 3월 취임식에서 “중흥그룹의 일원으로 세계 곳곳에서 멋지게 활약하던 과거 대우건설의 명성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김우중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다시 구현하겠다는 것으로 들렸다. 요사이 대우건설의 행보를 가만히 바라보면 필자의 생각이 틀린 게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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