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지난 8일 저녁 신도림동 쪽에서 고척동 방향 퇴근길. 200m도 안 될 것 같은 경인로 구로지하차도를 시내 버스가 통과하는 데 30분 정도가 걸렸다.
이동 차량이 많지 않을 경우, 20초도 안 걸리는 지하차도다. 하지만, 유독 퇴근길 신도림동~고척동 방향은 이날처럼 30분은 아니더라도 항상 정체 현상을 빚는다. 버스 승객들, 특히 자리가 없어 천장 손잡이에 매달려 서있는 승객들의 피로감은 무겁게 쌓여간다.
무엇보다 구로지하차도 입구부터 버스전용차로가 일시적으로 단절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버스전용차로 효과는 없다. 오히려 병목 현상 때문에 더 막히는 느낌이다.
이런 현상은 2005년 버스전용차로가 도입된 이후 계속됐다. 18년 동안 변치 않은 현상이다. 이 기간 동안 이 지역 위정자들은 퇴근길에 버스를 타봤을까? 직접 버스를 타봤다면 당장 개선책을 마련했을 것이다.
지하차도에 갇힌 버스 안에선 한숨 소리가 푹푹 터져 나온다. 그만큼 답답함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느끼는 게 당연하다. 위정자들도 똑같은 사람이니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선거 때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후보자들의 공약은 못 본 것 같다.
문득 한 생각이 떠오른다. 만약 이 지하차도 시공자가 어느 대기업이라는 동판 표시가 입구에 붙어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이 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이 기업을 상대로 거친 불만을 터뜨렸을 것이다.
전화를 걸어 ‘왜 이따위로 만들어서 시민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느냐’라고 항의할 것이다. 그러면 해당 기업 수장은 고개를 숙이며 사죄, ‘빠른 시일 내에 불편함이 없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할 것이다.
그런데, 위정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위정자들에겐 너그럽다. ‘위정자들은 원래부터 그렇다’며 포기한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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