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뀌기 위해선…양당은 미래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 제출해야”
“진보와 보수,민주와 반민주… 구체적 미래상 담아내지 못하는 정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가 국민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을 말하면 ‘대중영합주의’ 내지는 ‘공산주의’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공론화되어 첨예하게 토론하고 있는 사안이다. 실제 스위스에서는 2016년 기본소득을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시사오늘>은 기본소득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 6월 4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기본소득과 미래투자국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강연을 들어봤다.
외교·안보 위기…‘뭐라도 하는 시늉’만 하는 대한민국 정치
용혜인 의원은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현재 우리 정치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인간 사회의 발전은 언제나 충돌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갈등과 세계의 충돌을 겪고 있는 곳이 어딜까요? 바로 국회입니다.
정치의 본질은 서로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는 것입니다. 정당은 공통의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입니다. 그래서 각 정당들이 경쟁하고 토론하며 합의를 만들어내고 선거를 통해 그 세계관을 승인받는 과정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는 새로운 보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닌,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과정입니다.”
용 의원은 통계를 인용하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갈등이 심화된 점을 비판했다.
“2023년 공공갈등 의식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권 이후 응답자의 63%가 갈등이 심해졌다고 대답했습니다. 원인으로는 대다수가 야당과 협치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손꼽았습니다.
통계를 반증하듯, 올해 제1야당의 대표가 칼로 테러당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여당의 여성 정치인이 머리를 가격당하는 일을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사건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뿌리가 흔들렸기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세계관의 충돌이 정치라는 과정을 통해 조정되지 못했으며 새로운 합의와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갈등을 통합하지 못한 사례로 ‘K-칩스법’을 말했다.
“현재 글로벌 정치는 전환의 시기입니다. 기후위기와 함께 산업·무역체계가 빠르고 변하고 있고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우리는 외교·안보 등의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양당이 책임있는 정치세력이라면 변화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논의를 하기보단 여여가 합의해서 반도체 세액공제를 늘려주며 ‘뭐라도 하는 시늉’만 냈습니다. 또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는 대단한 변화라도 한 것 마냥 성과와 관련해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이어 용 의원은 우리 정치가 바뀌기 위해서는 각 정당들이 미래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평론가들은 당내 권력 투쟁이 조정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닙니다. 선거 때마다 의원들의 절반이 물갈이됩니다. 22대 국회에도 130여 명의 의원이 초선입니다. 이렇듯 매번 절반이 바뀌지만 우리 정치는 그대로입니다.
결국 새로운 사람이 얼마나 진출하느냐를 넘어 대한민국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정당들이 책임있게 답변을 제출할 수 있느냐가 위기해결의 판가름이라 생각합니다.”
성장 잠재력 키워나갈 수 있는 정부 필요…녹색 전환 사명 가져야
용 의원은 해결책으로 ‘기본소득과 미래투자국가’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당을 창당한 이유와 당명과 관련해서 설명했다.
“기본소득당을 창당하면서 기본소득은 정책일 뿐인데 당명으로 선택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보통의 정당은 이름을 정할 때 자유·정의·민주와 같은 큰 가치를 담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들이 지금의 한국사회에서는 불투명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엄청나게 싸우지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정책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굉장히 모순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결국 우리가 갖고 있던 진보와 보수, 민주와 반민주는 구체적인 미래상을 담아내지 못하는 정치 공법이라 생각했고 낯선 이름의 정당을 창당했습니다.”
그는 기본소득에 담긴 전망과 가치를 설명하기 전, 노동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와 함께 한국사회에 워라벨(work-life balance) 대두되는 이유를 밝혔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사람들한테 매월 얼마씩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넘어 어떤 사회로 갈 건지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창시절 우리는 노동을 자아실현의 중요한 축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다수는 먹고살기 위해 일합니다.
대게 일하는 시간은 버리는 시간이고 퇴근 이후가 자신의 인생이 펼쳐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워크에서 벗어난 이후, 라이프를 찾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에서 비롯된 단어가 워라벨이라 생각합니다.”
이어 그는 기술이 발전하며 달라질 노동시장에 대해 예측했다.
“이제는 숙련공이라는 개념은 사라질 것입니다. 지금도 편의점·패스트푸드·마트 등에서 키오스크를 활용합니다.
위협은 반복 노동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에 일하는 보좌진들도 그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카이스트의 한 교수는 챗GPT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보좌진의 80~90%가 자동화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교수들의 강연도 자동화될 것이며 기자· 변호사 등의 전문직도 대체될 것입니다.”
한편 용 의원은 일자리는 줄어들지만 생산력은 높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역설적으로 발전은 인간의 역사적인 노동의 집약을 통해 만들어 낸 것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전 세계 시민들이 3시간만 일을 해도 지금의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상황 변화에 발맞춰 노동시간을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의 방법으로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보다 조금 덜 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의 부는 커지고 일자리는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안정성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 지점에서 기본소득이 자본주의 사회에 새로운 사회계약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기본소득의 예산 마련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 사회에서 조세 정치는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본소득당은 ‘미래투자국가’를 제안합니다.
핵심은 국가가 대규모 공공 투자의 주체가 되어 탈탄소·재생에너지 중심의 산업 전환과 디지털 전략 산업들을 육성해 내는 것입니다. 또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과제를 국가가 주도하는 것입니다.”
용 의원은 국가가 주도한 산업의 성공 예시로 ‘아폴로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인간이 처음으로 달에 간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혁신의 기반이 되는 수많은 기술을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컴퓨터·카메라·반도체·소프트웨어 등이 프로젝트를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또 소방관들이 입는 피복 소재 역시 이를 통해 개발된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정부가 주도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는 끝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성장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정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색 전환이라는 사명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시대의 과업이 됐습니다. 단순히 전기차를 많이 판매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 정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것만을 정부의 역할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넘어 전기차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보다 무겁습니다. 지금의 도로 체계로는 버틸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들까지 정부가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기술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나아갈 길과 방향, 국가상을 내용으로 한 정치 개혁안들이 중심에 놓여야 대한민국의 문제 원인인 정치를 해결할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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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상은 공포 입니다. 의원님 건들면 다 부서 버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