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KDDX 상세설계 사업에도 적용 가능해”
장외전 격화에 방사청 “수의계약 강점 있지만 결론 아직”
업계 관계자 “곤혹스러운 상황이지만 결정 방사청 몫”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난타전이 연일 이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해군의 적기 함선 인도 등이 걸린 사안인 만큼, 방위사업청이 사업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마무리하고 결론을 낼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26일 HD현대중공업이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의 대형 해상시험선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을 수주한 것과 관련해 “함정사업도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분리해 추진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 사례”라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한화오션은 해당 시험선의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그간 한화오션은 방사청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사업을 진행할 때 기본설계 수주사에 연속해 맡기는 ‘수의계약’을 원칙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HD현대중공업의 입장에 대응해 경쟁입찰이 더 공정한 방식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날 입장문에서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은 앞서 ‘만약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가 느닷없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에 뛰어든다면 사업기간과 비용이 늘어나 전력화 기간은 맞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형시험선 (상세설계) 사업을 수주한 후 ‘개선성능을 충족해 조기인도 하겠다’고 설명했다”며 “(이번 사례에서 드러났듯) 한화오션은 방사청으로부터 기본설계 결과 자료를 제공받으면 차질없이 사업을 속행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로 또다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방식을 둔 양사 장외전이 불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양사는 △HD현대중공업 전 직원의 군 기밀 유출 사건의 임원 개입 여부 △왕정홍 전 방사청장의 KDDX 기본설계 수주 당시 비위에 HD현대중공업 연루 여부 등의 시비를 두고 기자간담회, 입장문, 경찰 제출 참고인 의견서 등을 통해 신경전을 벌여왔다.
현재 두 사건 모두 경찰이 수사 중이며, 특히 전자는 한화오션이 지난 3월 직접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면서 수사가 시작된 바 있다.
양사의 난타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상황을 더 두고보는 모습이다.
최근 방사청은 ADD 대형시험선 상세설계 등의 사업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것과 관련 “이번 사업은 일반 선박을 제작, 구매하는 사업으로 국과연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방산물자와 일반물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란 게 업계 설명이다.
석준경 방사청장 역시 최근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의계약의 강점을 강조한 바 있다.
동시에 경찰수사 이후 일정 및 향방을 정하겠단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사업방식 결정과 관련해 “결정 일정은 아직 나온 게 없다”며 “(경찰 수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고민이 길어지는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방사청이 이제는 결론을 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 미뤄지면 해군 등이 인도 지연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고, 경찰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결국 결정은 방사청의 몫이란 이유 때문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금 방사청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욕을 먹는 형국이다. 방사청이 생긴 이래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일 것”이라면서도 “법과 규정대로 할지, 밀어붙여서 HD현대중공업을 선택할지 어떤 방향이든 방사청이 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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