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차별 확대 움직임에 신차 출시 브랜드 가슴앓이
캐즘 장기화 우려도…민관 머리 맞대고 원인·해법 찾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키우는 개가 못된 성격을 타고난 게 아니라, 양육자의 잘못된 습관 또는 문제 행동 원인을 파악지 못해 화를 키우는 게 주된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전기차 화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기차가 불이 나면 진화가 어려워 위험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왜 불이 나게 됐는지보다는 자꾸만 전기차를 잠재적 시한폭탄 다루듯 조명만 하니 씁쓸한 마음입니다. 전기차의 존재 가치를 깎아내리고 부정하듯 말입니다.
그럼, 앞의 문장을 빌려와 전기차로 대입해 보겠습니다. '세상에 나쁜 전기차는 없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전기차는 나쁘지 않습니다. 전기차는 환경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으며 최근 10년 새 비약적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환경과 자원을 고려치 않았다면 모두가 지금껏 애용해 온 내연기관 모델만 주구장창 만들고, 타고 다녔을 겁니다.
메이커 입장에선 환경 규제에 대응하면서도 내연기관 위주의 환경 오염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가꾸고, 그간 100년 넘게 이어진 독일차 중심의 자동차 시장 지형을 새로 짤 기회를 모색했습니다. 고객들은 환경 오염 저감에 동참하면서 정숙한 고성능 차량을 몰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 매력에 빠져들었고요.
물론 최근 잇따른 급발진 사고들과 아파트를 집어삼킬 뻔한 지하 주차장 화재 소식 등을 접하다 보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는데요. 앞서 전기차 화재로 인한 사망자도 나온 바 있고, 완전 진화까지 수 시간 걸리는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니 전기차에 대한 반감은 커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젠 대놓고 전기차를 차별하는 움직임마저 보입니다.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주차타워 출입을 금지하는 일들이 늘고 있다고 하네요. 반대로 보면, 이런 상황을 예견할 수 없었던 전기차 구매 고객들은 갑갑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울 듯 하네요.
당장 전기차 출시를 앞둔 완성차 브랜드들은 가슴앓이 하는 분위기입니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 기아는 EV3 등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기존에 구매를 마음먹었던 고객조차 이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전기차 캐즘에 맞설 비장의 무기라 여겼는데, 전기차 공포가 워낙에 커진 탓에 소비 심리를 되살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어쩌면 국내 전기차 시장 캐즘 현상이 더욱 장기화될 수도 있겠네요.
물론 해당 공포심이, 화재 사태가 잠잠해질 때만을 기다리면 안됩니다. 이제부터라도 문제를 확실히 바로잡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기차 화재의 원인과 대안을 정부와 완성차, 수입차 브랜드 모두 머리 맞대야 하는 시간이 온 것입니다. 문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서로 다 손 놓고있으면 안 되고요.
모든 전기차가 폭발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식의 접근은 예기치 못한 사고와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설계 문제나 불량 가능성 등을 더욱 면밀히 살펴 그 위험성을 줄이려는 노력이 먼저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 정책과 법안 마련, 전문 기관 등의 설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에선 관련 기술 정보를 공유하고 정부와 공조해 문제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공동 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습니다. 불이 날 경우 차량 특성을 고려한 효과적인 진화 방법을 소방청과 경찰청 등에 전달해야 하고요. 전기차 소유자, 고객들을 위한 안전 수칙 등의 매뉴얼도 제공돼야 하겠습니다.
대외비인 기술과 관련한 정보 공유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인명이 걸려있는 중한 문제라면 타협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안된다면 법안 마련으로 이를 어느 정도 강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국민의 생명보다 위에 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정부도 전기차 관련 안전 대책을 내놓고자 민관 TF를 꾸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안 되니 당연한 일입니다. 전기차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가 문제일 뿐이죠. 이 과정에서 건물들의 화재 예방 및 진화 인프라와 소방 시설을 더욱 튼튼히 하는 준비가 이뤄져야 겠습니다. 전기차 화재를 막기 위한 첫 걸음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다시 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최신의 전기차를 빨리빨리, 더 싸게 만들어 내보이기 위한 속도 경쟁에서 잘못 설계되거나, 불량으로 나온 차가 화재 원인이라고요. 세상에 모든 전기차가 나쁜 건 아닙니다. 지금부터 만에 하나, 천 만에 하나의 확률조차 바로잡을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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