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속 ‘하이브리드’ 질주…배터리사에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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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 속 ‘하이브리드’ 질주…배터리사에 득일까 실일까?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4.08.03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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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유럽 연료별 차종 중 HEV만↑…국내도 HEV 상승세
완성차 순수 전기차 속도조절하면서 HEV·PHEV 늘려
“매출 영향 있지만, 하이브리드로 전기차 ‘입문’ 기대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SK온 헝가리 2공장. ⓒSK이노베이션
SK온 헝가리 2공장 전경. 기사와 무관. ⓒSK이노베이션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하이브리드 차는 질주하는 모습이다. 배터리 업계로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 시장 상황에 따라 완성차 기업들이 순수 전기차 수요를 하이브리드 수요로 돌리면서 수익성이 더 높은 전기차향(向)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 판매량이 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통계에서 지난 6월 유럽 등록 하이브리드 차(HEV)는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수 전기차는 1%, 가솔린차는 0.7%, 디젤차는 0.9%,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PHEV)는 19.9% 각각 감소했다. 연료별 차종 중 ‘하이브리드’ 홀로 늘었다.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 차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등록 하이브리드 신차는 18만8000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많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하이브리드향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까지 HEV 155만 대, PHEV 89만 대에 배터리 셀을 공급했다. SK온은 중국 외 시장 하이브리드향 배터리 공급 기준 톱(Top) 3 플레이어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삼성SDI는 PHEV향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다만, 이 같은 하이브리드 차 판매 증가가 배터리 업계에 마냥 호재는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시장 변화에 따라 완성차 기업들이 순수 전기차 파이를 PHEV, HEV와 나누고 있어서다.

최근 현대차는 당초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예상됐던 미국 조지아 공장(HMGMA)에서 하이브리드 캐파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각각 해당 공장을 주력 고객 삼아 인근에 현대차 합작 배터리 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다. 계획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전기차 공장 캐파를 어떻게 나눌지 결정되지 않은 만큼, JV 계획 변경 등은 확정된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SK온과 헝가리, 북미 등에서 협력하고 있는 포드 역시 전동화 계획을 수정하면서 하이브리드를 늘리고 있다. 특히 SK온 미국 조지아 2공장의 주력 공급 모델인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하이브리드 버전 생산을 늘린단 계획이다. 반면, F-150 라이트닝에 대해선 지난해부터 감산을 계속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하면 시장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가 줄어드는 대신 신규 하이브리드 프로젝트 수주가 늘어난다고 해도, PHEV와 HEV의 수익성이 순수전기차보다 낮아서다.

업계에 따르면, 순수 전기차 탑재 배터리양을 100으로 뒀을 때, 동일 규모 PHEV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4분의 1 수준이다. HEV에는 순수 전기차 대비 10분의 1 이하의 배터리가 들어간단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차가 통상 전기차 대비 배터리 탑재량이 적기 때문에, 아무래도 매출 등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각국 정부가 전동화 규제 강화 시점을 늦춰잡고 있긴 하지만, 전동화 원칙은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지난 3월 오는 2027년부터 2032년 출시 차량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허용량 감소 규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신차 중 최소 35%는 순수 전기차가 차지해야 해당 규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은 오는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해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한단 계획이다.

PHEV, HEV가 순수 전기차 대비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하이브리드로 전기차에 ‘입문’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단 기대도 있다. PHEV, HEV 등은 순수 전기차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 PHEV는 순수전기차처럼 충전이 필요하긴 하지만, 충전시간은 절반 이하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자동차를 충전해서 사용한다’는 경험을 제공해준단 측면에서 PHEV가 역할하는 게 있다. 충전도 나쁘지 않단 인식이 생겨야 전기차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PHEV가 순수전기차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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