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퇴하고 YS 정신 구현할 새 인물로 재건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 경우 거액의 매각 논란으로 부침을 겪은 바 있다.
이번엔 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김영삼민주센터’가 경영상의 문제로 갈등에 내몰릴 조짐이다.
YS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센터는 아버님이 살아생전에 만드신 재단으로 전 재산을 기부하시고 온전한 법인체로써 성장하길 바라셨는데 형편없는 운영으로 빚만 지고 비참한 신세로 전락됐다”며 “(현 이사진에서) 이런 현안은 제쳐두고 사전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상임이사인 저를 일방적으로 해임했다. 정관규정에 어긋나 전적으로 무효”라고 반발했다.
민주센터는 상도동계 좌장 김덕룡 이사장 체제다. 2017년부터 2기 이사장을 맡았다. 김덕룡 이사장 측에 따르면 민주센터 본령의 취지를 잘 이어가려면 YS와 동고동락해온 정치인이 중심이 돼 단체를 이끌어야 바람직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YS를 보좌한 인사들이 멀쩡히 있는 상황에서 유족이 나서는 것은 공공성과 공익적 측면에서 좋은 모양새일 수 없다는 것. 또 김현철 이사장이 별도로 YS를 기념하는 재단을 설립한 만큼 따로 이원화해 운영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현철 이사장은 상임이사로서 자신이 해결해 온 일들을 열거하며 “현 이사진은 국세 체납(2억 3000만 원)과 건축비 미납(1억 5000만 원)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나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아버님의 유지를 이어갈 민주센터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이사진은 즉각 사퇴하고, 새로운 이사진 구성을 촉구한다”며 전면전을 시사했다.
김현철 이사장은 26일 <시사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일방적 해임은 있을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 “민주센터는 개인 사유물이 아니다”며 “현 이사진은 즉각 사퇴하고 YS 정신을 구현할 새 인물로 재건해야 한다”고 거듭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현 이사장 체제의 현안을 해결하려는 의지나 능력이 부족함을 지적해 속히 정상화하려는 것이지 유족과 가신의 불화에 초점을 맞추지 말아달라”고 강조하며 다시 격정적으로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 해임된 이유에 대해서는 전해 들었는지?
“어떤 얘기도 아직까지 전혀 못 듣고 있다. 말이 안 되는 게 작년 6월 이사회 임기가 끝났다. 나는 재선임을 빨리해야 한다고 이사회 단톡방을 통해 주장해왔다. 속히 절차를 밟으라는 글을 올렸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더니 지난 8월 13일 갑자기 긴급이사회를 열고 나를 상임이사직에서 해임시켜버렸다. 긴급이사회가 열린다고 할 때만 해도 나는 당연히 민주센터 현안을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줄 알았다. 정작 아무 방안도 제시하지도 않고 나만 잘랐다.”
- 왜 해임됐다고 보는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쳐낸 것인데 사전에 양해 구한 것도 없고 연락 준 것도 없다. 나는 그날 참석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확진 때문에 가지도 못한 상태였다.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해임만 당했다. 처음부터 나는 이사장 이하 모든 이사들이 세금 문제 등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책임을 지고 전부 다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말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자는 얘기를 여러 차례 해왔다.
전혀 움직임이 없다가 일체의 얘기도 없이 이사장 혼자서 김무성 대표나 이성헌 전 의원 등 얘기될 수 있는 사람끼리 모여서 인사 결정을 내렸다. 상임이사직에 김기수 실장을 새로 인선했다. 정병국 전 의원은 기관장으로 있어서 자진 사임한 것 같고, 배재욱 최양부 이사는 해임된 건지 사임한 건지 모르지만 새 이사진에 김영춘 박진 전 의원의 이름이 올려졌다.(확인 결과 최양부 이사는 자진 사임했다고 전해왔다)
실질적으로 참석하지 못한 이사들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위임장을 냈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 채 일방적 통보만 받았다. 나 또한 박재윤 감사로부터 해임됐다는 것을 전해 들었을 뿐이다. 이사장과 대표한테 여러 차례 전화를 해보았지만 받지도 않고 회신도 없다.”
- 현 이사진이 볼 때는 엄연히 YS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유족이 개입하고 있는 모습을 껄끄럽게 보는 시각이 큰 듯하다.
“그것도 말이 안 되는 게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 경우도 김홍업(차남) 이사장이 평화센터를 이끌고 있다. (김대중기념재단은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이사장이 맡고 있다) 동교동계 추모식도 평화센터에서 주도하고 있다. 원래 그렇게 해나가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가족들이 해야지 누가 할 수 있겠나. 김무성 대표도 처음엔 유족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넘겨주자고 여러 차례 건의했던 것으로 아는데 이사장은 절대 안 된다고 했던 것으로 안다.”
- 이런 것들이 외부에 알려지면 갈등을 표출시키게 되는데 그런 우려는 없나.
“그동안은 민주센터가 무능하게 일을 못해서 3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날려버렸다. 급기야 아버님이 기부해 민주센터에 귀속됐던 상도동 사저마저 압류될 뻔했다. 그것조차 우리 유족이 되산 거 아닌가. 정말 창피한 얘기다.
한마디로 무능한 것인데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는 단체라면 문을 닫아야 한다. 지금의 민주센터는 기부단체로서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됐다. 세금 체납을 오래 하다 보니 통장도 압류되고 도서관 건설 미납금에 사무처도 완전히 폐쇄가 됐고 홈페이지도 사라졌고 연락처마저 끊겼다. 몇 년 동안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방치돼서는 안 된다.
아버님이 만든 단체를 다 망쳐놓은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서 동작구청에 기부채납해 간신히 개관식(김영삼도서관)을 해야 했고, 아버님 기념사업을 이어가야 하니까 2022년에 재단을 설립한 것 아닌가. 지난해가 문민정부 30주년이었다. 우리 재단이 주체가 돼 문민정부 백서도 발간하고 행사도 강당에서 크게 성대하게 치렀다.
김덕룡 이사장, 김무성 대표, 김기수 실장 등은 전부 다 의도적으로 오지 않았다. 그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길 왜 안 오나? 김영삼 대통령 기념사업인데 당연히 와야 했다. 재단을 만들어 어렵사리 끌고 가는 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민주센터를 살리는 데 적극적으로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도 아니고 이제 더 이상 내부에서 아무리 얘기해 봤자 해결이 안 되니까 공론화되더라도 민주센터를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와 달리 김덕룡 이사장 측은 세금 문제는 2014년부터 불거진 것으로 2017년부터 새로 취임한 김덕룡 이사장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또, 세금을 납부하고자 모금 운동을 했을 당시 김덕룡 이사장은 5000만 원 모금된 것 중 1500만 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센터에서 문민정부 30주년을 맞아 9차례 행사를 했을 때도 김현철 이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바로잡을 생각이다. 반대 여론들을 전부 모아 현 체제를 빨리 정리하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기존 체제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 민주센터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길은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올 연말 되면 민주센터가 세금을 계속 체납해왔기 때문에 상습체납 단체로 일반에 공개가 될 거다. 얼마나 망신인가. 아버님 명예에 먹칠하는 것이 된다. 현 이사진이 바뀌면 세금 체납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겠다는 독지가도 있다.”
한편 상도동계 중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자칫 두 동강 날 수 있는 관련 상황을 전해 듣고 난 뒤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는 돈이 많아서 생긴 문제고, 김영삼 대통령의 민주센터는 돈도 없는데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나는 끼어들고 싶지 않다. 그러나 지금의 갈등은 YS 정신을 확산시키는데 일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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