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석유화학, 해외 사례 기댄 스페셜티 전환 등 구조조정
장경준 파트너 “국내 맞을지 고민…산단 내 통합 등 고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시장 장기 불황에 대비해 경쟁사와의 통폐합, 혹독한 비용절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장경준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지난 20일 여의도 정경련회관에서 열린 제12회 석유화학 컨퍼런스에서 이처럼 말하며, 기업들이 신사업 투자보다는 비용 줄이기, 몸집 줄이기 등에 더 역량을 집중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날 장 파트너는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 동향 및 구조조정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연에 따르면, 최근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실적 부진 장기화를 점치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한 국내 제품 가격 경쟁력 하락, 중국 수요 감소 등이 겹쳐서다.
특히 중국은 범용 석화 제품군 기준,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얼굴을 바꾸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주요 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또, 해외 시장에서는 값싼 중국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수요가 늘어나면 해소가 가능하지만, 중국에서 경제 침체 신호가 발견되고 있어 이 또한 쉽지 않단 게 중론이다.
장 파트너는 “2030년이면, 국내 NCC 제품 가격이 일본 NCC 바로 앞단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화 산업은 대개 7~8년 주기로 사이클이 돌아가는데, 최근 그 사이클이 무너졌다. 이런 상황이 10년 정도는 더 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도 위기에 맞서 저마다의 구조조정을 펼치고는 있다. 비용과 몸집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글로벌 기업의 방식이 주를 이룬다. 스페셜티에 투자한 솔베이(Solvay), 범용에 투자한 이네오스(INEOS), 스페셜티와 범용 투 트랙 전략을 택한 바스프(BASF)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선 글로벌 기업들은 안정적인 본업 경쟁력과 충분한 포트폴리오 관리 여력을 기반으로, 장기간 사업 재편에 나서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솔베이(Solvay)는 지난 2001년부터 사업재편을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또, 스페셜티 사업이라도 경쟁력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되면 조정한다. 바스프(BASF)는 3년에 한 번씩 주요 사업을 교체하는 등 포트폴리오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스프는 역시 1965년부터 50여 년간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장 파트너는 “선도 사례를 보면, 대부분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 정도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우리가 이렇게 어려울 때 이런 전략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우리 현실에 맞는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당장은 신사업 투자보다 비용 줄이기, 몸집 줄이기 등에 더 역량을 집중해야 한단 것이다. 결국엔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장 파트너는 그 대안이자, 효과적인 구조조정 방법 중 하나로 경쟁사와의 통합을 제시했다. 자사 공장과 경쟁사의 인접한 유사 공장을 합친다면, 생산 효율화를 시도해볼 수 있단 것. 특히 대산 산업단지, 여수 산업단지 등 비교적 입점 기업 수가 적은 산단에서는 이 같은 시도가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라고 봤다.
장경준 파트너는 “울산 산업단지는 너무 업체들이 많아서 공동 매각 등이 쉽지 않겠지만, 좀더 작은 대산 산단이나 여수 콤플렉스는 다를 것 같다”며 “여기서의 최적화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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