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PK 민심①> PK 민심 ‘흔들’…차기는 野로?
스크롤 이동 상태바
<요동치는 PK 민심①> PK 민심 ‘흔들’…차기는 野로?
  • 정세운 기자
  • 승인 2011.09.28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 서거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 악재
여권 거물 몰락, 반면 야권 김정길 문재인 김두관 조국 등 즐비
군사정권 후예, 김영삼 때리기…“더 이상 못 참아”민심이반 가속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부산·경남(PK)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PK가 내년 대선판도를 뒤흔들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나선 김두관 후보가 경남지사 자리에 오른 것을 비롯해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선 김정길 후보가 비록 낙선은 했지만 45%의 지지율을 얻자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PK 민심이 심상치 않다”며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설마’하는 분위기 대세였다.

하지만 지난 9월 8일 <동아일보> 여론조사는 이를 수치로 확인시켜줬다.

PK 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29.8%를 나타냈다. <동아일보>가 4월1일 실시한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41.7%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때와 비교해보면 무려 11.9%가 빠졌다.

최근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일대일 대결에서는 박 전 대표(37.7%)가 오히려 안 원장(42.5%)에게 밀렸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어느 쪽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여권후보(30.5%)와 야권후보(29.5%)가 비슷하게 나왔다.

이 같은 수치가 나오자 한나라당 안팎에선 “올 것이 왔다. 이제 차기 대선은 하나마나”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대선을 보면 PK 지역이 판도를 갈랐기 때문이다. 김대중과 이회창이 맞붙은 1997년 대선에서 제3후보로 나선 이인제 후보는 PK에서 30%의 지지를 얻었다. 결과는 김대중의 승리였다.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는 이곳에서 약 30%의 지지를 얻어, 이회창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PK에서 30% 이상을 타당 후보에게 빼앗기면 ‘대선패배’로 이어졌던 것.

박근혜 일대일 대결서 안철수에 뒤쳐져

사실 PK 지역의 민심이반은 지난해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 12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PK 민심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차기대선은 굉장히 어려워 질 것이다. 과거 선거를 보면 PK와 TK(대구·경북)가 통일돼 나타났을 때 선전했고, 분리돼 나타나면 고전했다”라며 경고했다.

PK 민심이 요동치는 표면적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 이다. 이 같은 결과가 민심이반으로 이어졌다는 게 일반론이다.

이와 함께 TK와 PK의 정치적 정서 차이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TK는 박정희 이후 군사정권을 인정하는 보수의 길을 걸어왔지만 PK는 민주화의 성지였을 만큼 야당성향이 강한 도시였다. 그러다가 1990년 3당합당으로 보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2년 대선에서 여권의 후보였던 김영삼(YS)을 지지 문민정부를 만들었다. 이후 PK는 한나라당의 아성처럼 돼 버렸다.

차기 대권출마를 밝힌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9월21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부산은 원래 야도(野都)다. YS가 3당합당을 하면서 여도(與都)가됐다. 하지만 20년 동안 지지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얻었는가’하고 자각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45%라는 득표를 할 수 있었다”며 PK 지역 민심이반이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부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 ⓒ뉴시스

하지만 PK 지역 민심이반의 더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김영삼 최형우 이기택 박찬종 등 거물여권 정치인 ‘실종’

우선 여권입장에서 보면 거물정치인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김영삼 최형우 김동영 서석재 이기택 박찬종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거물’로 불리는 이들 인사들의 지역구가 모두 PK였다. 그러나 1997년 정권교체 이후 이곳에서 여권의 거물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반면 야권은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 문재인 이사장, 김두관 경남지사, 안철수 원장,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등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대권주자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민주당은 김영춘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재호 전 체육공단 이사장 등이 내년 총선에서 이곳에 출마해 이들과 함께 PK 지역에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김현철 부소장은 이와 관련, “여권은 PK 지역을 ‘당선권’으로 봤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이곳 출신의 후보를 수도권으로 올린 경향이 짙었다. 반면 민주당은 1990년 3당합당 이전의 정치성향인 야도로 돌리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김영삼-이명박-박근혜’의 역학관계도 민심이반을 불러온 요인이다.

지난 대선에서 YS는 이명박을 지지, 그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김덕룡 김무성 박종웅 등 이른바 YS직계 인사들을 2008년 한나라당 공천에서 낙천시켜버렸다. 이로 인해 ‘TK 대통령이 PK 전직대통령을 이용했다’는 말들이 돌았다. 이 같은 결과는 이명박 정부에서 TK 지역에 비해 소외받았다는 불만으로 이어져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난 것.

신하철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YS와 민주계가 도와줬는데 MB는 YS를 하나의 액세서리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YS와 박근혜의 관계도 민심이반의 한 이유다.

YS는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군사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해 왔다.

그러자 군사정권의 후예들이 YS를 조직적으로 겨냥하기 시작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YS에게 인신공격에 가까운 얘기들을 늘어놨다.

PK 지역의 정신적 아버지였던 YS에게 TK 지역 군사정권의 후예들이 비난하는 것을 용인하기 어려운 점도 민심이 요동치는 원인 중 하나다.

한나라당 내 한 관계자는 “PK는 ‘한나라당=TK’로 보는 성향이 짙다. 그런데 TK 출신의 군사정권 후예들이 YS를 비난하는 것을 참기 어려워하는 정서가 일정부분 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정치, 사회 전 분야를 다룹니다.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