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 26일 '[6·17 대책後] 김현미 “대출 규제 소급적용 안 된다” vs. 수요자들 “뻔뻔한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이후 한 독자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자신을 인천 송도국제도시 입주를 앞두고 있는 무주택 분양권자라고 소개한 A씨는 "국토교통부는 6·17 부동산대책 이전 집을 계약했다면, 그리고 그것이 증명된다면 예산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이고 소급적용하지 않겠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책 이전에 계약하고 중도금도 모두 납부한 무주택세대가 구입한 분양권은 해당이 안 된다고 한다. 이 경우는 서민이 아니라 투기세력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발표 이후 이틀이라는 말미를 주고, 은행에 잔금대출 신청을 하면 예외로 인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와 같은 수많은 입주예정자들이 생업을 미루고 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은행에서는 '당신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아직 입주가 2개월 남아 KB시세가 없다'며 문전박대를 했다"며 "다음달이 돼야 대출 신청을 할 수 있어 입주 2개월을 앞둔 분양권은 서류 접수조차 불가능했다. 무주택 실수요자가 무방비 상태에서 소급된 상황인 거다. 이런 상황이 과연 공평하고 당연한 일이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분양가 5억 원, 분양권 매수 당시 7억 원인 아파트를 4.9억 원 대출가능으로 예산 계획을 세웠고,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라서 잉여자금도 소진한 마당에 중도금 범위 내인 3억 원만 대출이 가능하다면 도대체 2억 원이라는 거금을 어디서 어떻게 융통하라는 것이냐"라며 "최소한 미리 경고라도 했다면 억울하지 않을 텐데, 아예 한번에 2단계를 상향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입주만 기다리는 서민들에게 추가 자금 마련이라는 폭탄을 떨어뜨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A씨는 "죄라면 인천이 투기과열지구가 될 줄 몰랐던 일개 서민의 무지함이다. 참 죄송스럽게도 인천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예지능력이 없었다"며 "돈이 없는 것과 인천에 산다는 것, 그리고 무주택자가 주제도 모르고 집 하나 마련하려 했다는 무모한 욕심, 이게 그리도 큰 죄인지 이제야 알았다. 피가 마르고 살이 타들어간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대책은 출범 이후 줄곧 '형평성'에 무게를 뒀다. 적폐 청산과 공정경제라는 기조 아래 공급자가 우위에 있는 왜곡된 주택시장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집값 안정화 효과를 꾀했다. 자산 과세 형평성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던 세제 개편, 투기세력을 절대악으로 규정하는 금융 규제, 수요자 지위 강화를 위한 공공부문 후분양제, 그리고 최고가격제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공급자 이익을 감소시키는 대신 수요자 편익을 증대시키는, 나아가 실거주 목적 수요자들의 지위를 끌어올려 주택시장 내 형평성을 강화, 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의 당위성은 '실수요자가 마땅히 주택시장의 주인이 돼야 한다', 즉 '실수요자 보호'라고 해석할 수 있다.
6·17 부동산대책도 마찬가지다. 규제 지역 확대와 대출 규제를 통해 갭투자를 차단하고, 세 부담을 늘려 법인을 통한 부동산 우회 투기를 막아, 시장을 교란시키는 왜곡된 공급자인 투기성 다주택자를 압박해 형평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었다. 궁극적으로는 '실수요자 보호'라는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내놓으면서 "투기수요 근절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원칙 하에 주택 시장 과열 요인을 차단하고 기존 대책의 후속 조치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앞으로도 부동산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며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택시장 과열요인을 차단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의 실거주 요건을 강화해 갭 투자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며 "투기로 인한 가격상승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서민 실수요자의 부담으로 연결된다. 정부는 앞으로도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고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앞서 본지에 이메일을 보낸 A씨와 같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대책을 통해 보호받아야 할 무주택자들이 되레 잔금대출 등 규제 대상이 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는 계약금 등 목돈을 잃고 내 집 마련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규제에 예외란 없어야 한다. 예외를 두는 순간 시장 교란세력이 그 틈을 파고들어 더 큰 부작용이 목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살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6·17 부동산대책은 형평성에 치중한 나머지 규제를 무분별하게 확대했고, 그 결과 일선현장에서 적용 기준에 대한 혼선까지 빚어지며 실수요자 보호라는 대책의 당위성을 잃었다.
소급적용 논란을 야기하며 실수요자들로 하여금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당위성을 상실한 부동산대책, 문재인 정부는 패착을 인정해야 한다. '617 소급위헌'이 한 대형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달리고 있다. 현 정권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든든한 지지세력인 무주택 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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