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의 그림으로 푸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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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의 그림으로 푸는 일기
  • 김숙 자유기고가
  • 승인 2009.11.16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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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내 삶의 전부다

세상에 태어나 평생이라는 긴 자취를 남김에 있어 우리는 수많은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행보를 해야 한다. 이제 느지막이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볼 때, 그 삶에 있어 내가 가장 잘한 것은 화가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 본다.

물론 가정과 사회의 얽히어진 인간관계 속에 또 다른 나의 표현인 그림과 부딪히다가 보면 때때로 그림을 왜 그리는지 내 자신에게 반문하곤 스스로를 성찰하게 된다. 그러다가 보면 아련히 아주 옛날로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내 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안에는 항상 손에 쥐어지는 것이 있으면 무엇인가를 그렸고, 흰 여백이 있으면 그 곳을 채워 틈틈이 만화의 주인공을 그리고 따라 그리기를 하고 또 뜻 없는 형상을 무한히 꾸몄던 시절이 환영처럼 스쳐간다.

단발머리, 하얀 칼라의 감색교복을 입고 고궁의 한편에서 친구들과 그림을 그리는 행복에 취했었고 미술실의 하얀 석고 데생을 손끝이 까매지도록 하며 시간을 잊고 삼매경에 빠졌었다.

미대 진학을 반대하신 아버지의 뜻을 따라 상경대를 입학하는 나를 보며 고등학교 때의 미술교사 L선생님은 너무나 안타까워하시며 나에게 애석함을 나타내 주셨다. 그런데 그때의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차후 내가 작가의 길을 선택하는데 너무나 큰 영향을 주셨고 내 인생을 전환하는 기반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긴 세월 지나 지금의 나를 보면, 젊은 시절 다른 학문에 뜻을 두어 잠시 그림과 떨어진 생활은 했으나 그림을 그리는 일은 간헐적으로나마 연결되어 내가 거기에 얼마나 큰 미련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어지러웠던 80년대 초의 대학 내 생활은 데모와 휴교로 혼돈의 시대였고 난 그 기회를 이용하여 아르바이트를 하여 광화문 근처의 미술학원을 다녔고 회사를 다닐 때도,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도 틈틈이 그림을 배움에 관심을 기울였다.

오늘의 나의 자리에서 회상을 하면 모든 것이 참으로 필연적인 운명적이었던 것 같다. 반평생 함께 하여온 그림에 대한 그리움은 결국은 그림이 나의 생활이고 삶이 되어지는 일상으로 날 이끌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아름다운 이상은 아니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자녀양육과 그림선생, 작가로써의 삶을 병행해야 함은 완벽함을 꿈꾸는 나에게는 심한 내적 갈등을 주며 내 자신을 괴롭혀야 했다. 언제부터인가 그림으로 인해서 작은 수입이 있지만 초기에는 경제적인 문제도 적지 않게 부담이 되었고...
 

또한 내가 좋아 하는 일이라지만 설익은 성정이 그저 그림을 그리는 그 자체에 만족 못하고 기존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한다는 고뇌에 허덕여야 한다. 아무리 대상을 빼어나게 표현해도 진부하거나 관념적인데서 벗어나 독창성이 있는 작업을 하려고 끝없는 도전을 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나 자신의 것임을 인정받으려고 늘 창작의 고통에서 고뇌를 해야 한다.

밥을 먹으며, 잠을 자며, 그리고 어떤 장소에서 무슨 일을 하든, 뇌리의 한편은 그림을 그리며 창작의 고뇌를 연속하고 있는 것이다. 무에서 유룰 창조하는 어질러진 질서 속의 상념과 실랑이를 반복하며 살아가야 한다.

나는 화가로써 화폭으로 세상과 소통을 하고 싶다. 불안한 깡통처럼 요란하지 않고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에서 이겨낸 고뇌의 결과물인 열망을 그림에 표현해야 하고 싶다.
세상을 놀래게 하는 천재와는 거리가 먼 필부인 나로서는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다. 태산을 옮기듯 그렇게 한 획을 긋고, 한 터치를 찍으면서 혼신을 다해 다가서서 나의 열정을 붓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나의 것'이 생명을 얻어 세상과 소통할 것이다.

영원의 깊이를 가지고, 내 안의 소리는 침묵하고 있어도 색으로 나타나 내 삶의 한 모습을 의연하게 여과 없이 보여주기를 원한다. 그림을 그려 내가 원하는 화가로써 성공은 어디까지이고 무엇일까?

그저 내가 좋아 그리는 것이니 그 자체가 행복이고, 내가 완성한 그림을 보고 흐뭇해하며 보람과 애정을 담을 때  내 숨 쉬고 살아있음을 만끽하면 되는 것 아닐까 한다. 물론 더불어 자타가 인정하는 작가가 된다면 더 할 수 없는 기쁨이 배가 되겠지만은...

그러니 다시 말해 난 화가인 것이 행복하고 좋다. 그리고 어쨌든 화가의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 작업을 하면 서 내가 겪는 고뇌와 고통은 어쩌면 진정한 내 삶의 의미이자 숙명이기 때문이다. 끝없이 몰두하고 이루어 내는 기쁨은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느끼며 맛보기에 난 축복받은 존재라 생각한다.

가을빛이 찬란한 이 계절에 이렇게 글을 쓰며 다시 머릿속을 비워본다. 욕심을 버린 맑은 영혼으로 지금의 내 능력과 처지를 감사하며, 그저 자연과의 교감을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작할 수 있음을, 또 타인이 내 그림을 보고 느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그래서 난 세상 속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자 작가로 머물기를 열망한다.
 
<김 숙(金 淑, Kim Sook) 약력>
2009년 SCAF부스개인전(예술의 전당) 11월15일~19일(5일간)
 
▲ 김숙 화백     © 시사오늘
개인전-2005년 1회 개인전 (조형겔러리) | 2007년 2회 MIAF 부스개인전 (예술의 전당) | 2008년 3회 부스개인전 (북경 지고 미술관) | 2009년 4회 부스개인전 (북경 관음당 아트페어) | 2009년 5회 개인전 (파란네모 겔러리) | 2009년 6회 SCAF부스개인전 (예술의 전당)
 
단체전-2007년 수채화 3인 초대전 (갤러리 현) | 2009년 KPAM "look hear!"전(예술의 전당) | 2006~2009년 서울아카데미회 정기전 (세종문화회관) | 2009년 MBC미국개국기념 한국대표작가전 (미국 애틀란타) | 2009년 한국수채화협회전 (한전 아트센터) | 2006~2009년 경향신문사초대 판매전 (경향갤러리) 등 기타 단체전 50여회
 
수상-대한민국 미술대전구상부문 입선 (국립현대미술관 2002년, 2006년) | 한국수채화협회 공모전 입선 (세종문화회관, 2002년, 2004년, 2005년) | 단원미술대전 입선 (단원미술관2004년) | 대한민국파스텔협회 공모전 입선 (세종문화회관 2004년) | 구상전 공모전 입선 (국립 현대 미술관 2003년) 등 다수 공모전에서 수상
 
현재-한국미술협회, 대한민국회화제, 한국수채화협회, 서울아카데미회, 한국여류수채화가회, 성동미술협회, 현대감성전, 국제문화플러스 회원, 행주미술대전, 글로벌미술대전, 작은미술제, 평화미술대전 등 운영위원, 경향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신사동, 논현동문화센타서양화 강사, 김숙화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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