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동료평가, 본인이 직접 지정하는 것…고과 반영 없는 참고치"
일부 직원, 직장내 괴롭힘 의심 근로감독 청원…카카오 "확인된 바 없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카카오의 인사평가제가 가혹하다는 내부 비판이 불거졌다. 일부 직원들은 카카오 동료평가를 두고 ‘살인’, ‘악마’ 등의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24일 카카오 측은 비판이 과하다는 억울함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직원들은 정부를 향해 근로감독청원을 제기하는 등 전면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이번 내홍이 오는 11일 개최될 간담회에서 종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카카오 소속 직원의 유서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인사평가 제도에 대한 스트레스가 담겨 있다. 해당 글은 즉각 삭제됐으나, 카카오 직원들은 인사평가 항목 중 ‘동료평가’ 관련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문제를 연이어 제기했다.
재직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용기내 폭로한다.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이다”라며 “동료 간 화합과 신뢰가 아닌 불신과 의심(을 조장하고), 서로 칼끝을 겨누게끔 설계했다. 인간의 자존감을 바닥까지 떨어뜨려서 짓밟는 아주 잔인하고 악마 같은 평가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는 현재 연말마다 △상향평가 △동료평가 △하향평가 등으로 구성된 다면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중 동료평가 부문엔 ‘이 동료와 다시 함께 일하고 싶습니까?’와 ‘회사에 뛰어난 성과를 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 이 동료와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두 질문에 대한 응답이 반영된다. 협업한 동료들은 △함께 일하고 싶음 △상관없음 △다시 일하고 싶지 않음 △판단 불가 등 객관식으로 답변할 수 있으며, 평가 당사자는 응답 비율만 확인 가능하다.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1.58%’ 식이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당사자에게 숫자만 제공하는 게 현실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비판이 높다. 앞선 커뮤니티에는 “평가에 대한 후속조치는 일절 없이 달랑 숫자만 공개한다”며 “매일 같이 얘기하고 웃고 밥 먹는 내 동료 중 누군가가 나와 절대 같이 일하기 싫음이라고 평가했다는 사실을 속으로 되뇌게끔 만든다”는 글이 쏟아졌다.
카카오 측은 지속적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불만 사항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도, 현재 논란에 오해가 섞여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카카오 관계자는 “우선 동료평가는 1년 동안 협업했던 동료에게 평가를 받겠다고 본인이 직접 지정하는 것”이라며 “불특정 다수가 개입하고 투표하는 개념이 아니며, 해당 문항 결과는 참고치일 뿐 인사고과에 직결되지도 않는다. (시중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수치만 공개하는 것이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동료평가에는 주관식 평가도 있다. 해당 항목에서 동료들의 자세한 의견을 받아볼 수 있다”면서 “논란이 된 부분은 수많은 객관식 항목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논란이 불거지자 한 카카오 직원은 지난 23일 정부를 향해 카카오의 인사평가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조사해달라는 근로감독 청원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청원서는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에 접수됐다.
근로감독 청원은 피해자나 제3자가 회사가 노동 관계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청원이 수용되면 정부는 카카오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시정지시 등을 내릴 수 있다.
카카오 측은 “근로감독 청원과 관련해 아직까지 사측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면서 “(11일 개최될) 오픈톡 간담회에서 인사평가의 문제와 개선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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