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적폐’라던 민주당의 자승자박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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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적폐’라던 민주당의 자승자박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3.13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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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층에게 검찰은 惡…출구 전략 찾기 어려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딜레마’에 빠졌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딜레마’에 빠졌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왜 이재명 대표를 포기하지 않을까. 요즘 여의도의 가장 뜨거운 대화 주제다. 제22대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1년.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정체 상태다. 반(反) 윤석열 정부 여론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원인이 거론된다. 그 중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이 대표 문제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흡수한다. 그러면서 대여(對與) 투쟁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생을 위해 뭘 주장하고 있나. 아무도 모른다.

뉴스빅데이터 분석서비스인 ‘빅카인즈(Big Kinds)’를 보자. 2022년 12월 13일부터 2023년 3월 13일까지 4개월간 언론은 ‘민주당’과 관련해 어떤 보도를 했을까. 인명(人名)과 직위를 빼면 ‘체포동의안’, ‘검찰 수사’, ‘구속영장’ 등이 눈에 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과 관련된 단어다. ‘민생’과 관련된 단어는 거의 없다. 민주당이 정책 홍보에 실패했단 뜻이다. <리얼미터>가 3월 8~9일 조사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 평가 원인 상위권은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16%)’, ‘외교(13%)’, ‘경제/민생/물가(10%)’ 등이었다.

최근 불거진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제외하면 ‘외교’, ‘경제/민생/물가’가 윤석열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 연관 키워드에선 관련 단어를 발견할 수 없다. 이 대표 문제가 민주당 발목을 잡는다는 방증이다.

지난 4개월간 언론 보도를 보면 민주당이 ‘블랙홀’에 빠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 ⓒ빅카인즈
지난 4개월간 언론 보도를 보면 민주당이 ‘블랙홀’에 빠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 ⓒ빅카인즈

이쯤 되면 이 대표 사퇴론이 힘을 받을 법하다. 그러나 ‘이재명 체제’는 굳건하다.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진 않은 듯한 모양새다. 여전히 민주당에선 ‘사퇴파’보다 ‘옹호파’가 강하다. 친명(親明)계가 절대 다수다.

이유가 뭘까. 대부분 ‘이재명 가치론’을 든다. 지금 민주당엔 대권주자가 드물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무너진 까닭이다. 이 대표까지 잃으면 민주당엔 구심점이 사라진단 논리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검찰 개혁’ 프레임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민주당은 ‘검찰 개혁’에 운명을 걸었다. 검찰은 ‘적폐’였다. ‘절대악’이었다. 타협이 불가능한 상대였다. 민주당은 이런 사고방식을 주입해 지지층을 결집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주장한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정치 검찰의 탄압’이라고. 그렇다면 이 대표를 포기하는 건 어떤 의미인가. 적폐에 대한 굴복이다. 악마와의 타협이다. 검찰이 ‘절대악’인 세계의 붕괴다. 이 대표를 몰아내려는 자. 그 자가 배신자다.

민주당의 딜레마는 여기 있다. 이대로 가면 총선이 위험하다는 건 모두가 안다.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5~7일 실시해 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당한 범죄 수사’라고 답한 사람이 53.9%였다. ‘정치 보복 수사’라는 응답은 40.7%였다. 국민 전체 여론은 이 대표보다 검찰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선거는 표를 많이 받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다수 여론을 따라야 유리하다. 그러나 선거에서 이기자고 악마와 손을 잡을 순 없는 노릇이다. 이게 그동안 검찰을 악마화했던 민주당의 고민이다.

이 대표 스스로 결단하지 않는 한, 민주당은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렵다. 끝까지 검찰의 ‘정치 보복 수사’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 그러는 동안 국민 전체 여론과는 괴리될 공산이 크다. 과연 민주당은 이 자승자박(自繩自縛)을 어떻게 풀어낼 생각일까.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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