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안철수를 ´단일화 잔혹사´로 내몰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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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안철수를 ´단일화 잔혹사´로 내몰았나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2.11.25 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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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학습효과가 남긴 것 ´새 술은 헌 부대에 넣으면 가치 떨어져´
제3세력 외면, 독자노선 포기가 결정적 실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23일 전격 사퇴했다. 이번 불출마 선언은 정치공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른바 '양보'를 통해 '안철수만의 문법'을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 충격을 줬다.

특히 이같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안 후보가 다 잡은 대권 승기를 놓친 결정적 이유는 안 후보 스스로 민주당 프레임에 갇히고 후보단일화 덫에 걸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간 여러 정치 관계자들은 "안철수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전망했다. 단, 단일화 덫에 빠지지 않고 다자대결로 가야만 승산이 있다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앞서 독자노선을 강조해왔던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4일 TV조선 <신율의 대선열차>에 출연, "안철수 후보가 새정치와 미래 가치를 내걸고 끝까지 독자노선을 고집했다면 문재인 후보가 두 손 두 발 드는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범야권 쪽에서 단일화 해라, 단일화 해라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안 후보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이어 "바람이라는 것은 허허벌판에 있을 때 힘이 있는 건데, 단일화라는 조그만 방에 갇힌 순간 힘을 잃게 됐다"고 평했다.

다 잡은 고기 놓치게 한 '단일화 덫'

지난 2002년 정몽준 후보 측 협상팀 소속이었던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 역시 "10년전 실패의 모델이 있지 않나. 실패 케이스를 잘 연구했다면 안 후보가 단일화를 덜컥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지난 6일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하면서 문재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치고 올라왔다"며 "(2002년) 여론조사하는 과정에서 저희도 실제로 경험했지만 (이번 역시) 시점이 참 절묘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울러 "(안 후보 측) 박선숙 본부장이 (문 후보 측에) 조작을 하면 똑같은 선거 부정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안 후보는 어느 순간 정치쇄신의 끈을 놓아버렸다. 새정치 공동선언문 나오기도 전에 협상테이블에 나와버렸고 민주당에 끌려갔다"며 "(특히) 날짜를 못 박아놓고 협상을 벌였다. 안 후보 측 전략 부재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민주통합당은 안 후보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며 "정권교체는 표방은 하지만 안철수 후보 한테는 후보단일화를 못 주겠다는 입장이 컸다"고 관측했다.

"여론조사 경험 많은 文측 이길 수 없어"

지난 6일 문재인-안철수 단독회동이 있던 날 한 정치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후보가 너무 이른 시일에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응했다"며 "다자대결로 갔다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선거 전략 면에서 안 캠프 참모진들이 얼마나 미숙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 굉장히 능하다. 이들은 지난 2002년 대선 때부터 여론조사를 경험했다"며 "안 후보가 이들과 여론조사를 벌인다면 100% 지는 게임"이라고 단언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도 "안 후보 입장에서는 단일화를 하든 안 하든 득표율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1+1은 2가 아닌 1.78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단일화를 했을 경우 안 후보 지지자 중 빠져나가는 표는 5~7%로 안 후보로서는 다자대결 양상이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우리나라 투표 유권자는 한쪽으로 몰아주는 성향을 보인다"며 "야권 후보 둘이 나올 경우 '될 후보' 쪽으로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 바 있다.

제3세력 등 진 安…스스로 좌초 

얼마 전 <시사오늘>은 "김영삼계, 이인제가 이끄는 선진통일당, 정운찬을 앞세운 제3세력과 이재오 의원까지 박근혜 후보를 포위하는 형국에서 안 후보는 이들의 간접 지지를 덥석 받기만 하면 됐다"며 "그런데 후보단일화 덫에 걸렸다. 지지율 추락은 시간 문제"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박찬종 변호사 역시 "안 후보가 일찌감치 기존 정치권으로부터 손을 털고 내가 제안했던 '국민후보추대연합'에 합류, 중앙 돌파를 시도했다면 지금 쯤엔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지지율이 견고해지고, 확실한 세력을형성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못한 건 너무나도 아쉽고 역사적으로도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술이 헌 부대에 담아지는 순간 새 술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안철수 학습효과로 남은 가운데, 그가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한 만큼 스스로 남긴 '안철수 학습효과'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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