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쟁, 진영 아닌 ‘국가’ 위한 것이어야”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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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쟁, 진영 아닌 ‘국가’ 위한 것이어야” [현장에서]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7.27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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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기 “선거 통한 권력교체, 민주주의 최소적 정의
…1980년대 학생운동 시기 지나, 새로운 정의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신인규 새로운질서포럼 공동대표 페이스북 캡처본
새로운질서포럼 참석자들이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갈등관리와 인구문제’를 주제로 열린 정치복원을 위한 두 번째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신인규 새로운질서포럼 공동대표 페이스북 캡처본

새로운질서포럼은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갈등관리와 인구문제’를 주제로 정치복원을 위한 두 번째 세미나를 개최했다. 권형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발제자로 나서 ‘갈등 해결과 통합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치는 파이팅(fighting), 곧 갈등이다. 어디서든 싸움 없는 정치는 없다. 경쟁 속에서 정치가 꽃 피운다. 어떤 갈등은 사회에 유용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어떤 갈등은 있어선 안 되는데, 우리나라는 있어서 좋지 않은 갈등으로 가기 때문에 문제다. 경쟁도 파벌 싸움(faction)이 아닌 국가(country)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권 교수는 “싸우는 이유가 무엇이 옳고 좋은지 가리기 위해서여야 하는데, 지금은 일단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이라며 “상대를 깎아내린다고 내가 높아지는 것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는 독재자와 민주주의자가 분명히 구분됐다. 진보가 가야 할 방향도 분명했다. 민주주의로 가야 하냐, 독재가 괜찮냐는 질문을 독재자 편에 선 사람에게 물어도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는 답이 나왔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었다. 민주주의 가치가 사람들의 영혼을 휘어잡았다.

독재 정권 시기의 민주주의는 국민이 자유롭게 투표하고, 자금이나 언론 장악을 통해서가 아니라 공정한 선거 경쟁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현재는 어느 정당도 무력을 통해 권력을 잡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선거를 통한 권력 교체는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주의적 정의다. 과거에 주장한 민주주의 담론의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권 교수는 과거 민주 대 반민주, 민주 대 독재의 싸움은 그 전선이 명확했지만, 현재는 그 전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상대는 민정당의 후손이고, 나는 학생운동 했던 정의의 편’ ‘번갈아 가며 집권해 권력을 누린 거대 양당의 떼묻음에서 제3당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식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정의 마련 필요성을 말했다. 

포럼 공동대표인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대변인은 “과거에는 정당이 중도층의 지지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었다. 정규분포곡선처럼. 지금은 쌍봉 형태가 돼, 각자의 진영에서 지지받는 2명이 본선에서 붙는 형태다. 지난 대선이 비호감 대선으로 불렸듯, 누구를 더 ‘못 견뎌서, 참을 수 없어서’ 투표하는 양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며 진영 논리에 따르지 않으면 내부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권 교수는 “상대 진영을 완전히 절멸시킨다고 국가가 잘 되느냐, 이기는 길로 가느냐. 절대 아니다. 정치에는 여당과 야당이 필요하다. 상대가 있으면서 내가 있는 거다. 한 진영만 존재하게 되면 다시 내부가 분할한다. 민주당에게 있어 국민의힘이 없어지면 완전히 민주주의가 되는 게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또 갈라진다”고 짚었다.

이어 쌍봉 형태 정치가 답답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정치도 정치권이 만들었기에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며 “정치는 싸움이고, ‘잘’ 싸워야 한다. 싸움의 방식에 있어 공동체, 국가를 위할 때에야 정당성이 살아난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만큼 초선 의원이 많이 바뀌는 나라가 없다. 대통령도 5년 단임제로 계속 바뀐다. 그런데 희한하게 정치는 더 나빠진다. 새로 판을 흔들고 싶어 하는 욕망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다음, 새로운 질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채 하는 이야기는 불평·불만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내가 권력을 잡으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무엇인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할 때, 싸우더라도 전체를 보며 국가를 위할 때에야 정당성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신인규 새로운질서포럼 공동대표는 공동대표는 민주당의 ‘적폐 청산’에 이어 현재 국민의힘은 ‘카르텔’ 청산을 말한다며 각자 자기 생각이 옳다는 자기주장만 난무하는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이 산업화, 민주화 외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국민의힘은 이승만과 박정희, 민주당은 김대중과 노무현 이상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현실을 짚으며 ‘정당개혁’ ‘다원적 민주주의‘ ‘연합정치’ ‘적대 정치 극복’을 말했다. 

권지웅 전 민주당 비대위원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직선제 개헌에서 멈췄다고 생각한다”며 “사회는 계속 복잡해지고, 정치가 복잡한 사회를 다루고 다원적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면 상당한 소통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권 교수는 1차 세미나 막바지에 상대가 나의 존엄(dignity)을 인정해 주길 바라면 나도 상대를 똑같이 존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정치 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상대에 대한 인정’에 더해 “법을 지키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 이상의 핵심은 사람들의 욕구(people's will)에 따른 지배”라며 정당이나 의회는 국민들의 생각과 느낌을 명확하게, 일관된 논의로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로운질서포럼은 매주 수요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 6차례 개최되며 현재까지 2회차를 마쳤다. 향후 갈등관리, 경제와 교육, 노동, 기후위기와 미래산업, 정치, 안보와 국방 등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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