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상대와 붙겠다”…정치권 뒤흔든 원희룡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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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상대와 붙겠다”…정치권 뒤흔든 원희룡 승부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11.29 10:0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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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서 이재명 발 묶는 효과…결과 따라 차기 대권주자 1순위 될 수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좌)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우)이 25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좌)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우)이 25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사표를 내밀었습니다. 원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우리 당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어떠한 도전과 희생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측근들의 전언에 따르면, 원 장관은 “가장 센 상대와 붙겠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원 장관의 인천 계양을 출마설은 정치권에 파장을 부르고 있습니다. 가까이는 내년 총선, 멀게는 차기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카드기 때문입니다. 총선 승리를 발판 삼아 정권 교체를 이뤄야 하는 민주당은 물론, 차기 대권을 노리는 국민의힘 잠룡(潛龍)들도 원 장관의 과감한 승부수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총선서 이재명 발 묶는 효과


원 장관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차기 총선에 미칠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우선 민주당의 전체 선거 전략을 흔들어놓을 수 있습니다. 총선에서 대권주자급 당대표는 자기 지역구에 묶여선 안 됩니다. 전국을 누비며 지원 유세를 펼쳐야 하죠. 인천 계양을의 경우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니만큼, 이 대표가 전체 선거를 지휘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 장관이 상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원 장관은 여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스타 장관’으로도 꼽힙니다. 심지어 자신이 출마했던 다섯 차례 선거(총선 3회, 지방선거 2회) 모두 승리하며 3선 국회의원과 재선 도지사를 지낸 ‘선거의 달인’이기도 합니다. 원 장관이 이 대표의 상대가 된다면, 이 대표는 인천 계양을 선거에 ‘올인’해야 합니다.

이 대표를 제외하면 마땅한 대권주자조차 떠오르지 않는 민주당에서 이 대표가 자기 지역구에 묶인다는 건 엄청난 타격입니다. 이 대표가 원 장관과의 대결에 집중하는 동안 다른 대권주자급 인사가 전국을 돌며 바람을 일으킨다면 민주당은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거나 비례대표로 옮기기도 어렵습니다. 원 장관과의 대결을 꺼려 지역구를 버린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까닭입니다.

게다가 원 장관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1타 강사’로 불렸던 인물입니다. 또 다시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선거의 중심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정권 심판론’으로 총선을 치르고자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입니다. 자칫 여론조사에서 원 장관이 이 대표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이른바 ‘명룡(이재명·원희룡) 대전’의 여파가 정권 심판론을 쓸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결과 따라 대권 레이스 판도 바뀔 수도


원 장관의 인천 계양을 출마 여파는 총선에만 미치는 게 아닙니다. 사실 원 장관은 대선 때마다 ‘본선 진출만 하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습니다. 3선 국회의원과 재선 도지사를 지내는 동안 쌓아 올린 정치력, 정치 입문 후 꾸준히 ‘개혁 보수’를 표방하며 지켜온 중도 확장성,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학력고사와 사법고시 수석을 차지한 ‘개천에서 용 난’ 스토리까지 갖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원 장관이 늘 고배를 마셔야 했던 건 당내 기반이 약한 탓이 컸습니다. 당원 구성상 영남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보수정당에서 제주 출신인 원 장관이 주류 자리를 차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죠. 하지만 보수정당의 험지인 인천 계양을에서 이 대표와 맞서 싸운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당원들에게 ‘당을 위한 희생’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에 따라 ‘대선에 내세울 만한 카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도 있습니다.

이 대표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원 장관의 체급도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출마 가능성만으로도 ‘명룡 대전’이니 ‘미니 대선’이니 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데, 실제로 맞붙는다면 모든 언론이 이 대표와 원 장관의 대결에 스포트라이트를 쏠 공산이 큽니다. 더욱이 원 장관은 지역 현안 해결이 가능한 현 정부의 ‘실세’입니다. 이 프리미엄을 업고 승리를 거두기라도 한다면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원 장관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패한 후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고 선거대책위원회에 들어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었습니다. 또 ‘독이 든 성배(聖杯)’로 불리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아 윤석열 정부를 위해 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 장관이 이 대표와 맞붙어 비등한 승부를 펼친다면, 여권의 차기 대권 레이스는 원 장관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연 원 장관은 정말로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질까요. 그 모험의 결말은 무엇일까요. 차기 총선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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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23-11-29 12:35:42
사지>험지>경합지>텃밭

인천 계양구 을 = 사지

여기는 국민의힘 누가 와도 당선될 일 없어요. 죽으러 가겠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만, 굳이 그럴 이유가 있을까요?

ㅇㅅㅇ 2023-11-29 12:02:34
계양구는 보수에겐 험지를 넘어 사지에 가깝지만;; 기적이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