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지배구조 선진화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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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지배구조 선진화 어디까지 왔나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3.06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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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출범후 임기만료 지주회장 잇따른 용퇴 결정
내외부출신 공정경쟁 압박…부회장직 폐지로 이어져
사외이사 지원 이사회사무국, 별도 조직 독립성 확보
주요금융지주 女사외이사 비중 껑충…선진국比 미흡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당국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관치 논란으로 불거진 내외부 출신 지주회장 형평성 제고를 위한 구두성 개입을 시작으로 이사회사무국 독립, 부회장직 폐지, 여성 사외이사 확대 등 금융권 지배구조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시사오늘>은 윤석열 정부하에 이뤄진 금융권 지배구조 변화 흐름을 되짚어 봤다.

 

지주회장 물갈이 물꼬…세대교체 단행


지난해 11월 20일 은행연합회 14층 중회의실에서 진행된 금융당국-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간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금융지주회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고수현 기자
지난해 11월 20일 은행연합회 14층 중회의실에서 진행된 금융당국-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간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금융지주회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고수현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임기가 만료된 회장들은 모두 물갈이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임기가 남아있는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을 제외하고 5대 금융지주 회장과 3대 지방금융지주 회장들은 전면 교체됐다. KB금융은 윤종규 전 회장이 퇴임하고 양종희 회장이 선임됐으며 신한금융은 조용병 전 회장(現 은행연합회장) 후임으로 진옥동 회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에서 임종룡 회장에게로 바통을 넘겼으며 농협금융은 손병환 전 회장이 물러나고 이석준 회장이 선임됐다.

3대 지방금융지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먼저 BNK금융지주는 김지완 전 회장이 조기 사임하면서 빈대인 회장이 취임했으며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던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도 최근 용퇴를 결정했다. DGB금융의 경우 김태오 회장 후임으로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내정됨에 따라 이달말 차기 회장으로 공식 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임기가 만료된 지주회장 중 연임에 도전한 경우는 전무한다. 이같은 지주회장 교체 흐름은 금융당국의 구두성 개입과 겹치면서 한때 관치 논란으로 불거졌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형평성을 강조하면서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내외부 출신간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금융지주 부회장직 폐지로 이어졌다. 부회장직제의 폐해가 금융당국 수장의 입에서 거론된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부회장직이 내부출신 중심의 회장 승계 도구로 악용되면서 경쟁자 제거, 외부출신 후보군 차별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기존 부회장직제도를 운영하던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이를 없앴다.

 

거수기 이사회?…사외이사 권한 강화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해 12월12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단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시사오늘 고수현 기자

금융지주 이사회는 지주회장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들러리 또는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들이 지주 내부 사정을 내밀하게 알기 어렵고 기존에 사외이사 지원을 담당하는 이사회사무국이 다른 업무도 겸하면서 지원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인식도 이와 같았다. 이복현 원장은 이와 관련 지난해 말 은행회관에서 이뤄진 금융지주 이사회 간담회에서 “대표적 ‘소유-지배 분산기업’으로 불리는 은행(금융)지주에서 CEO나 사외이사 선임시 경영진의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데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지주 이사회가 독립성을 확보하고 CEO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야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위한 기반은 이사회사무국의 권한 강화다. 특히 이사회사무국이 사외이사 지원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독립성 보장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기존 전략부문에 속했던 이사회사무국을 이사회 직속 조직으로 분리해 독립성을 강화했다. 이에 앞서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이미 이사회 직속 조직으로 분리해 운영해오고 있다. 지방금융지주 중에서는 DGB금융지주가 별도 이사회사무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BNK금융지주도 빈대인 회장 취임 후 조직개편을 통해 별도 이사회사무국을 신설했다.

이사회사무국의 이같은 독립성 보장은 CEO와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권력 견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사회 독립성 보장은 금융지주 CEO에 대한 경영지원과 견제, 소통 강화라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할 과제”라면서 “앞으로 이사회사무국 역할이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여성 사외이사 수혈…다양성 제고 ‘과제’


최근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 교체를 단행하면서 여성 사외이사 충원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지주 가운데 성별 다양성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건 KB금융이다. KB금융의 사외이사는 3명으로 사외이사 정원 대비 42.85%에 달한다. 하나금융은 이사회 정원을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늘리면서 여성사외 이사 1명을 더 늘릴 계획이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기존 여성 사이외사(원숙연 이대 교수) 외 윤심 전(前) 삼성SDS 부사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선임 과정을 마칠 경우 하나금융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22.22%다.

우리금융 역시 기존 6명이던 사외이사 정원을 7명으로 늘린다. 아울러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기존 여성 사외이사(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퇴임하고 2명이 충원되면서 결과적으로 여성 비율은 16.7%에서 28.6%로 증가하게 됐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정원(9명)을 유지하면서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달말 최종 선임될 경우 신한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기존 2명을 더해 총 3명으로 늘게 되며 정원 대비 비율은 33.33%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농협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2명으로, 비율로 보면 28.57%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최근 여성 사외이사를 수혈하면서 성별 다양성 개선을 이뤄냈다. 다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부족한 수준이다. 일례로 유럽은행의 경우 여성 이사 비중 평균치가 30~40%에 달한다. 직군 다양성 면에서도 교수 위주로 사외이사가 충원돼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한정된 후보군을 감한하면 단계적이 다양성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규정 준수를 위한 플랜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이사회 독립성 보장, 지주회장 후보 선정과정 공정성 제고 등 을 위해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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