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황선용 칼럼니스트]
6대 국회 한독의원친선협회를 시작으로 115개 친선협회설립
초청외교, 방문외교, 국제회의 세 가지 유형으로 의회외교 활동
의회를 대표해서 수행하는 국회의원들의 외교활동은 국회 대수를 거듭할수록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 국회의 외교활동은 1966년 6대 국회에서 한독의원친선협회를 창립한 것을 시발점으로 본격화했다. 이후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의원친선협회를 창립하기 시작해 21대 국회에서는 115개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의원친선협회가 만들어졌다.
의회외교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의회차원에서 연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체의 외교활동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국회의 의회외교활동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유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초청외교, 방문외교 그리고 국제회의가 그것이다. 본질적으로 들어가서 최근에는 방문외교의 형식을 빌어 해당 국가의 특정현안 해결을 위한 특정현안 목적 외교활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의회외교 활동이 국익증진을 위해 어떠한 의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지난 2005년 2월 발간된 국회보의 의원외교의 필요성과 역할(박홍순)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의회외교는 정부의 하드파워적 요소를 보완해주는 소프트파워 역할 수행
의회외교는 상대국의 격변기에도 융통성 있는 대안 제시할 수 있는 창구
첫째, 국제관계에서 하드파워적인 요소 즉, 군사력과 경제력만을 고려한 외교에서 탈피해 최근에는 문화, 스포츠, 협상력 등 소프트파워도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의회외교가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활용되어 궁극적으로 하드파워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21세기 외교는 정부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스포츠, 시민단체 등 여러 주체들이 외교정책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단순한 국가 대 국가의 외교가 아닌 총력외교의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국민적 의지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회외교는 정책의 결정과 수행과정에 있어서 국민적 지지와 정당성을 제고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안보의 형태가 다양화 되면서 대통령이나 정부의 역량만으로는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에서부터 인간안보(human security)에 이르기까지 외교현안의 다양한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전문 경력과 경험, 그리고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는 국회의원들이 의회외교를 통해서 대통령과 정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외교현안을 해결하는데 대체재(代替財) 또는 보완재(補完財)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의회외교는 다양한 방법으로 외교채널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고 가변적인 외교관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정권교체 등 자국이나 상대국의 정권 교체기에도 국제현안에 대한 세계시민사회의 다양한 입장에 대해서 신축적이고 융통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네 가지 의의뿐만 아니라 보다 확대된 의미로서 의회외교는 국내정치의 혼란과는 무관하게 대외적으로는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국회는 공식적으로 세 가지 의회외교단체를 통해서 외교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의원친선협회와 의회외교포럼, 그리고 한중 의회 간 정기교류체제가 그것이다. 공식단체 외에 개별 협회 등의 창립을 통해 구성된 의원연맹 등도 국회의 예산 지원을 통한 외교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923회 외교활동 중 특정현안 외교가 229회로 의회외교방식 대세 구축
의회 내 다양한 네트워크가 상대국 의회의 정책 네트워크에 영향 미쳐
의회외교의 국내안보 영향성을 주제로 논문집필을 하기 위해 19대 국회부터 12년간의 의회외교활동을 분석한 결과 초청외교는 130회, 방문외교는 570회, 국제회의는 223회 개최되어 국회 공식 의원외교단체의 외교활동은 총 923회에 이른다. 외교활동의 주체별로 분석해 보면 초청외교는 130회 중 75회(57.7%)가 국회의장단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의전성격이 짙게 나타나고 있으며, 방문회교는 570회 중 특정현안을 위한 것이 229회(40.17%), 의원친선협회의 상대국 방문이 116회(20.35%)로 상위를 차지했다. 국제회의의 경우, 국제의회연맹(IPU) 등 6개 회의가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으며 대부분 국회사무처 국제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수치로 보면 현재 국회의 의회외교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외교방식은 방문외교임을 알 수 있다.
초청외교의 경우 외교라는 관점보다도 각국 의회와의 정례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의전 성격이 강한 외교로서 의회외교의 주된 목적인 현안의 해결을 위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안과 관련 있는 해당 국가를 방문해서 상대국과의 외교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방문외교가 의회 외교의 성과를 가시화하기에 적합한 외교방식으로 선호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3대 국회 회기(19~21대) 동안 의회외교 수행주체들의 점유현황을 보면 의원친선협회가 전체 외교의 15.3%, 국회의장단이 14.6%를 차지했는데, 특정현안을 위한 외교는 24.81%를 차지하고 있어 국회의원들의 외교활동이 점차 특정현안을 위한 외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현안을 목적으로 수행되는 의회외교의 전부가 방문외교에 해당된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방문 국가와의 특정현안 해결을 위해 의회외교단체가 아닌 해당국과의 이해관계, 인적네트워크, 해당국과의 인연이 있는 특정 의원 등 현안해결을 위한 별도의 외교주체들로 구성해서 외교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국회의 의회외교행위가 통상적이고 의전 성향이 높은 외교에서 점차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외교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와 정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외교현안에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2023년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에서 발표한 대미 의회외교 전략연구 논문(서정건, 강명훈)에 따르면 대미 외교 전략의 수립을 위해서는 미국 의회의 정책네트워크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외교 총 책임자(chief diplomat)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외교 정책을 수립하는 단일한 행위자(unitary player)로 볼 수 있는 행정부와는 달리 수평적인 개별 의원들이 모인 집합적 행위자(collective player)인 미국 의회의 의사 결정은 의회 내 정책 네트워크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외교 전략과 의회의 외교 전략은 그 궤를 같이 움직여 정부의 부족한 네트워크는 의회가 갖고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보완하고 있다는 것이다.
22대 국회에서의 의회외교 전략은 전대(前代)의 의회외교와는 어떤 차별성과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지만 기대를 가져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선용 칼럼니스트는 …
국방대학원(안보정책) 연구생이며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