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본사 횡포에 가맹점주 ´죽음´…나몰라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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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본사 횡포에 가맹점주 ´죽음´…나몰라 국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3.02.22 2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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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전한다①> 흡혈귀와 싸우는 현대판 노예의 고군분투
대기업 프랜차이즈 불공정 행위 막으려면?
손 놓은 국회, 가맹법개정·협동조합지원법 ´시급´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최근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자살을 했다. 지난 20일 <시사오늘>확인 결과 이 가맹점주는 과도한 해지위약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사가 안 돼 가맹점 문을 닫으려 한 건데 불공정 위약금은 연대보증을 서 준 혈족의 앞날마저 위협했다.

벼랑 끝에 몰린 점주는 자신이 죽어야 해결된다는 생각에 생명과 맞바꿨다. 이 소식을 전해준 한 변호사는 "상황이 심각하다"며 "사회적으로 이슈화 시키면 위약금을 물리겠다는 대기업의 협박으로 피해자 가족은 비통해 할 시간도 모자라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대체 국회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 불공정 횡포를 겪는 여러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절규하는데, 그간 발의된 가맹법 개정 통과 조차 손을 놓고 있다. 이제는 공정과 상생이란 말이 낯설기까지 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가맹본부 관계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한쪽은 현대판 노예로 불리고, 다른 한쪽은 가맹점주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로 표현된다. 이는 곧 어는 한쪽의 죽음으로 귀결된다. 실제 불공정 행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생을 포기한 이번 사례처럼 말이다.

함께 살 수 없는 구조라면 바꿔야 한다. 가맹점주의 발언권, 협상권이 강해져야 한다. 다행히 절망 속에서 개선책을 내놓으려는 움직임은 있다. 한 줄기 희망을 찾는 심정으로 불공정 관계 개선 '흔적'만이라도 따라가 봤다.<편집자 주>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를 꿈꿉니다. 상생이라는 것은 기업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변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잖아요. 이제는 우리끼리 뭉쳐야지요. 독자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잘만 운영하면 대기업과 견줄 수 있어요."

전국편의점 협동조합 1호를 출범시킨 김영현 이사는 원래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 CU(훼미리마트)의 가맹점주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가맹본부의 불공정 계약을 끊고 서울 모처에서 개인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1일 그와의 대화를 시도한 데에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서둘러 통과될 수 있도록 현장의 소리를 담아보자는 취지였다. 특히 가맹사업자 단체 결성의 합법화와 단체 협상권을 높이는 방안 관련, 이모저모의 의견을 듣고자 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 애쓰는 가맹점주들의 독립선언
대기업 프랜차이즈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위약금 분쟁 해결 '고군분투'

그런데 김 이사는 다른 형태의 대안적 실험을 모색 중이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규제했다고 해서, 골목시장이 살아났습니까? 아니잖아요. 이제라도 편의 점주들, 슈퍼마켓 사장이 스스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조합원이 5천여만 돼도 대기업 편의점은 무너집니다. 골목상권까지 손을 못 대는 거지요."

김 이사의 꿈은 큰 듯했다. 비록 과도한 위약금 등의 분쟁을 해결코자 고군분투하는 처지이지만, 언젠 가는 대기업에 버금가는 협동조합으로 성장해 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개인사업자들이 많이 뭉치면 대기업 버금가는 전산 시스템 등의 개발을 해주겠다는 곳도 있어요. 자체 물류와 시스템만 갖추면 누가 대기업 프랜차이즈점주가 되려고 하겠어요. 협동조합이 잘 운영되면 경제민주화도 자연스럽게 실현될 거라 봅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우선 조합원이 많이 모집돼야 한다. 현재는 30여 명의 조합원이 전부다.

협동조합 지원법 마련돼야

사실상 작년만 해도 김 이사는 가맹점법이 개정돼 가맹자사업자 단체 협의권이 생기기를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안 통과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답답함이 커지던 중 같은 해 12월 1일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내놨던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5인 이상만 모여도 다양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지는 등 조합 설립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개인사업자도 사업자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게끔 법이 만들어진 거예요."

여기에 힌트를 얻은 김 이사는 CU 본사에 맞서왔던 여러 편의 점주와 힘을 합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창립총회 이사장은 같은 CU가맹점주였던 방형수 씨가 맡았다. 이들은 현재 협동조합 지원법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본법 외에도 지원법이 생기면 대기업 편의점 확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사업조정 신청, 정부 지원 등의 법적 제도적 장치에 탄력이 붙게 된다.

우리도 스페인처럼 될 수 있을까…?

선진국 중 협동조합이 가장 잘 되는 곳은 프랑스다. 전 세계 협동조합 매출의 28%를 점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AP통신과 선키스트, 스페인의 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 및 몬드라곤 협동조합 등도 각국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으로 꼽힌다.

이중 몬드라곤은 120여 개의 조합이 뭉쳐 있는 협동조합 복합체다. 스페인 기업규모 10위로 성장하고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을 꿈꾸는 이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국내 협동조합 프랜차이즈의 대형화를 바라는 김 이사의 바람도 이렇다.

"스페인같이 몇만 명 먹여 살리는 대기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업은 망해도 협동조합은 망하지 않은 그런 사례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가맹사업자 단체가 발언권 가져야”

문제는 우리나라에 뿌리박힌 대기업 체제의 유통구조 자체를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로 대체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의 여부다. 5~6년 전에도 LG25(GS 편의점) 중심의 가맹점주들이 C-스페이스 편의점을 만들었지만, 대기업 시스템의 벽에 부딪혀 실패했다는 게 일각의 지적이다.

한편에서는 전국편의점 협동조합 1호의 경우처럼 대안적인 유통질서를 고민하는 이들의 실험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시급함을 놓고 볼 때 가맹점 단체가 협상권을 갖는 게 우선 필요하다는 전제가 붙는다. 

민주화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철호 변호사는  기자에게 "(김 이사처럼)대안적 실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맹점 단체의 협의회는 꼭 필요한 장치"라고 말했다. 가맹본부의 불공정한 현실을 개선하려면 가맹점 단체들이 발언권을 가지고 본사와의 협상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쪽이 죽는 게 상생…?” “공정사회를 위한 가맹점주 발언권 높여야!”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단체 협의권, ‘양 바퀴를 굴려라’

“리스크를 한쪽이 떠안는 게 말이 되나?”

그가 지적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 중 단적인 예는 기형적 구조의 수익분배다. 가맹점주가 리스크는 다 지는 데 반해 가맹본부는 무조건 이득을 취하는 불공정 거래를 말한다. 

"리스크를 한쪽이 떠안게 되는 것은 시장 경제상 맞지가 않아요. 편의점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가맹점주의 매출액이 30만 원이라 치면, 10만 원은 본부가 가져가고, 20만 원은 가맹점주가 가져가요. 그런데 월세, 아르바이트비용, 전기세 등 경비는 모두 가맹점주가 부담해요. 결국 20만 원 안에서 모두 해결해야 하는 거죠."

이 때문에 시중에서는 이런 말도 들린다고 한다. "10년 20년 사이에 프랜차이즈 본사하면 떼 돈 번다는 얘기가 많았죠.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몫을 뺏어 이득을 많이 취하니까요."

가맹본부의 이익까지 보상?

김 변호사 말로는 과도한 위약금 문제야말로 가맹점주를 죽음으로 내모는 격이다. "가맹점주는 장사가 안돼서 문을 닫는 건데 가맹본부가 앞으로 얻을 1년 수수료는 물어라, 즉 향후 기대되는 매출 이익까지 물게 합니다. 여기다 간판 등 초기설치 비용까지 내게끔 하죠."

공정거래위에서도 과도한 해지 위약금이라는 문제인식 하에 지난해 편의점 모범거래기준을 발표해 절반으로 줄여놓기는 했다. 그렇지만 가맹본부의 이익까지 보상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무상대여 한 부분은 계산을 해주는 건 맞는다고 보는데, 망한 가맹점주한테 매출이익까지 보상하라는 건 여전히 과도한 거죠."

이와 관련, 야당 진영 모 의원 측은 통화 도중 "공정거래위의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이긴 하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역으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법안심사과정에서 프랜차이즈 협회 이런 데서 국회 로비를 열심히 한다"며 정치권 역시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영주 의원 발의, 가맹점 사업자단체 설립 통과 직전?
하지만 구체화 필요…

여러 불공정 행위 사례는 위에 언급된 내용뿐만이 아니지만, 골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가맹점주 단체 협의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민주통합당 김영주 의원이 2012년 5월 30일 관련 법안(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관련해서 신설된 조항(14조 2항)을 보면, 가맹사업자는 '가맹점 사업자단체'를 설립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 의원 측은 "저희는 크게 영업지역의 보호, 징벌적 손해배상의 3배수 도입, 가맹점 사업자 단체의 협의권 부여를 핵심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중 단체 협의권은 가맹사업자 단체를 결성해 가맹본부와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체 협의체 관련, 좀 더 구체적인 항목이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변호사는 "김영주 의원실에서 나온 법안은 협의체를 설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백번 공감하지만, 단순한 법안이라 좀 더 자세해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민병두 의원, 플러스 알파 준비하지만…

다행히 민병두 민주당 의원 측에서 플러스 알파 부분에 해당하는 법안을 발의 준비 중이다. 확정 법안은 아니지만, 민 의원 측이 보내준 자료에 따르면 가맹점 사업자단체의 △결성권 △협의권 △공정위에 설립신고 △내부의 민주적 운영 △협약체결권 △불이익한 변경은 과반수 합의인 경우에만 적용 △가맹본부의 부당한 지배개입 금지 등의 구체적 담보가 덧붙여질 계획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많다. 가맹점주 단체가 협상권을 갖게 된다 해서 본사 측이 콧방귀나 뀌겠느냐는 얘기다. 지금껏 그래 왔듯 하나도 좋아질 게 없다는 게 일부 가맹점주의 생각이다.

김 변호사 역시 "그런 점은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수긍했다. 그러면서도 "가맹 본사에서 단체 협의체가 생기는 걸 우려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만큼 단체 협의권이 일으킬 파급력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들어 가맹 본사가 주도한 어용단체들이 많이 생기는 것도 이러한 심리를 반증하는 결과라고 했다. 

가맹본부는 정녕 가맹사업자들과의 상생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 이에 BBQ와 같은 한 중견기업 프랜차이즈점 관계자는 “상생을 위한 관점이라면 가맹점주 단체 협의권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협의 과정 초기는 여러 잡음이 생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스탠다드로의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로 봅니다." 그렇지만, 가맹본부가 상생을 위해 몇 걸음 양보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朴정부·정치권 '가맹사업법 개정 서둘러야'

지난 대선 기간 정치권의 주요 화두는 공정과 상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당시 불공정 근절에 핏대를 세웠다. 가진 자의 자발적 양보로 상생하는 공정사회이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 현실에서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호준 의원 측은 본지에 "박근혜 정부와 정치권 모두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책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당선인을 향해 "가맹사업자를 위한 관련 법안은 여야 모두 나와 있는 상태다. 관련 법안들이 개정될 수 있도록 박 당선인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정 의원은 지난 1월 10일 가맹법 개정 관련, 정보공개서 공정위 등록을 의무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편 민병두 의원 측은 단체 협의권의 구체화 외에도 여러 조항을 신설할 예정이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영업지역 보장 △‘가맹계약서’ 사전 등록 의무화 + 불공정한 경우, 시정명령 가능하도록 △ 공정위의 ‘표준 가맹계약서’를 가맹희망자에게 고지 의무 + 공정위에 신고 △가맹계약 철회 가능한 ‘냉각 기간’(Cooling Period) 설정 △14일 이내 청약철회 △계약내용과 다른 경우 3개월 또는 인지 시점부터 30일 이내 △심야영업 강제는 부당한 구속행위로 예시 △인테리어 등의 부당 강요 금지 △부당하게 과도한 위약금 금지 △공정위가 제정한 업종별 모범거래기준의 법적 근거 마련 △모범거래기준 위반시 불공정거래행위로 추정 △허위·과장 정보제공 및 중요사항 누락한 자에 대한 형사 처벌은 ‘전속고발권’ 삭제』(민병두 의원이 준비중인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주요 내용)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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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3-07-24 13:46:41
내용 중 "같은 해 12월 1일 ...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 구절은 통과일은 '한 해 전 12월 29일'이므로 바로잡거나, "통과됐다"는 내용은 삭제하고 이어붙여서 '같은 해 12월 1일 ...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로 고치는 것이 좋을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