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우한나 기자]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한 달가량 지났으나 MG손해보험 노동조합의 반발로 아직 실사조차 나서지 못한 상태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9일 MG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곧바로 실사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실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배경에는 MG손해보험 노조의 반대가 있다. MG손해보험 노조는 매각 방식이 인수합병(M&A)이 아닌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산부채이전 방식은 인수합병과 달리 고용 승계 의무가 없다. 이에 노조 측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전 직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MG손해보험 매각이 무산되면 재매각 대신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험사 M&A 시장에서도 이미 ‘장수생’ 매물인 데다 MG손해보험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또 다른 인수 후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MG손해보험은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예금보험공사 주도로 여러 차례 매각이 추진됐으나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또한 MG손해보험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43.37%로 전년 동기(64.50%) 대비 21.13%포인트(p) 악화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 이상은 물론 법적 기준인 100%도 넘기지 못하는 수준이다.

소비자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MG손해보험이 청산하게 되면 기존 보험계약에 대한 보장을 보호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만일 보험사가 청산하면 ‘보험계약이전제도’를 통해 가입자들의 계약을 보호할 수 있다. 보험계약이전제도란 청산한 보험사의 계약을 다른 보험사들이 나눠 인수하는 제도로 우량 보험사들이 계약을 떠안아 대신 관리해 주는 것을 뜻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계약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거나 업무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부채 자산 평가 등 실사를 통한 여러 가지 협상이 필요한데 MG손해보험 노조에서 전 직원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실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각에 대한 완주 의지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예보 측은 “매각이 성사되지 않으면 결국 보험 계약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금융사 사정이 어려울 때는 구조조정이 선행되는 것들이 당연한 수순인데 진행을 못하게 방해하면 시장 질서 확립에도 금이 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금보험공사는 MG손해보험 노조 측과 타협점을 찾아 보험 계약자 보호, 기금 손실 최소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